제헌절, 대한민국 4대 국경일 중 하나이며, 만신창이가 된 헌법사를 지니고 있는 날이다.
48년 이후 현재까지 9번의 개정이 있었다. 그리고 그 개정의 내용은 한결같이 통치구조에 관계된 것이 대부분이다. 세계헌정사에 유례없는 4사5입 개정이라든지, 중임제를 확대하여 영구독재의 길을 위한 개헌이라든지, 민주주의의 꽃인 지방자치를 제한한다든지, 무소속 출마금지라든지, 공민권 제한의 성격이 짙은 유신헌법이라든지, 대통령직선이냐, 간선이냐 등등. 대한민국의 헌정사는 국민의 권리와 정치의 민주성 확대를 위한 개헌론이 아니라, 집권을 쉽게 하기 위한 것으로 어떤 것이 좋으냐, 지속적인 정권연장을 위해 무엇이 좋으냐 등 불순한 의도로 개헌되어왔고, 추진 중에 있다.
2005년 현재에도 이러한 추이는 지속되고 있다. 내각제의 원의도 모르면서 내각제를 거론하고, 중임, 단임의 근원적인 문제점은 알아보지도 않고 자신들 편의로 이래야 한다거나, 저래야 한다는 등, 언론을 이용하거나 세력을 이용하여 몰고 나간다거나 등등 정말 피해야 할 방법들만 골라서 사용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대한민국 통치구조의 문제점은 다름 아니라, 대통령의 권한이 독재로 연결될 수 있는 구조를 지니고 있다는 것, 의원을 견제할 국민적 수단이 없다는 것, 사법부를 독립시킬 방법이 한계를 지니고 있다는 점 등, 실로 전체적인 맥락에서 개헌론을 다루어야지, 정파간의 이해관계로 헌법을 다루어서는 안 될 일이다.
이러한 민주주의의 근간인 3권분립구조를 제대로 소화시킬 방법은 무엇인가를 골똘하게 고민하지 않고 누가 이래야 한다더라, 차기집권을 위해 이렇게 가야 한다 등의 말도 안 되는 무식한 개헌놀음이 지속되어서는 안 되는 일이다.
양원제 국회는 대한민국 대통령제를 살려두면서 과도한 점을 바로 잡을 수 있고, 국민의 의원견제를 상호간에 시킴으로써 민권을 보다 확보할 수 있고, 이에 따라 사법부의 권한도 더욱 커지게 될 수 있는 것이다. 연정이든 내각제든 양원제의회의 구성을 통하여 가능하게 될 수 있는 일이거니와 대통령 단임이나 중임은 양원제 국민의회 구성보다 시급한 일이 아니다.
현재 인구 1천만이 넘는 선진 국가 가운데, 단원제 국회를 하고 있는 나라는 없다. 권위주의 독재 후진국 빼고, 내각제를 하면서 단원제하는 나라는 없다. 이원집정제로 알려져 있는 프랑스형 대통령제도 양원제를 기반으로 한다.
한국의 정치학자들 가운데에도 양원제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도 많다. 그리고 양원제에 대한 비판론도 과다비용과 시급한 문제에 있어서의 효율성 문제를 제기하는 수준에 지나지 않을 뿐이다. 실로 어이가 없는 비판인 것이다.
무지한 정치인사들, 무식한 일부 학자들, 과거형 인사들에 의한 개헌론은 종식시켜야 한다. 민주정의 근본원리도 이해 못하는 사람들에게 어떻게 이 나라 정치의 앞날을 맡길 것인가. 전임 국회의장이나, 현임 국회의장이 양원제를 고려하는 것이 좋다고 말하는 진의를 이해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당 소속도 없는 6선 의원들이, 곧 국회를 떠날 사람들이 왜 양원제 개헌을 염두에 두고 있는가를 말이다.
양원제 논의를 함에 있어 물론 함정이 없는 것은 아니다. 그것은 정당 손에 상하원을 맡겨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한국의 정치문화를 연구해본 사람이면 그것이 현재 시각에서 얼마나 크게 잘못되는 위험한 일인지 알아야 한다. 박통시절의 민주공화당 빼고 8년 이상 존속한 정당이 없는 한국 정당에게 어떻게 양원을 선거로 정당에서 고르라는 판단을 할 수 있다는 말인가.
하원은 정당 개입의 선거를 하더라도 상원은 다른 방식, 즉, 정당배제의 원로 및 전문가 또는 국민직선으로 선출하여야 할 것이다. 양원제는 말도 못하고, 단순히 대통령 중임제에 내각제 정도의 초급 수준으로 개헌논의가 진행되는 것에 기가 막힐 따름이며, 그것을 그대로 국민에게 전달하는 언론은 더욱 한심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대통령이 왜 양원제 얘기는 아무도 안 하냐고 지적한 것은 실로 한국 정치의 후진성을 제대로 파악한 것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어느 언론 하나 그것에 귀를 기울이지도 않았고, 논의를 거쳐보지도 않았다.
한국 언론은 이런 점에서 철저하게 무식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알아야 할 것에는 관심이 없고, 그저 아는 것을 재탕 삼탕하며 국민여론을 엉뚱한 방향으로 끌고 가는 것이 제대로 된 언론이라고 말할 수는 없을 것이다.
어떻게 하면 국민권을 더욱 확대할 것이며, 어떻게 하면 현재의 정치문제를 시스템적으로 수정할 것인가, 하는 고민이 진정한 민주헌법으로 거듭나는 길임에도 불구하고 정치전문학자도 아니며, 국민에게 칭송받는 정치인도 아닌 몇몇의 정치실세가 이래야 한다고 해서 그것을 언론이 국민에게 유포시켜놓고 그것을 기초로 여론조사를 한다는 것은 국민을 다시 한번 우롱하는 것임을 깨달아야 한다.
대한민국 국민은 더 이상 저급한 수준의 개헌논의에서 벗어나, 진정으로 국민에게 도움되고 국가정치의 안정화에 도움이 되는 정치시스템으로서의 다양한 정치구조를 알 권리가 있고, 그것을 토론을 통하여 배울 권리가 있음을 모두가 알아야 한다.
새로운 것을 알 권리와 기회를 언론은 반드시 제공하여야 하며, 적어도 모든 선진국에서 당연한 정치시스템으로 간주하고 있는 양원제에 대한 설명과 한국 헌법에의 도입이 어떤 의미를 갖게 되는가를 설명할 도덕적 시대적 의무가 있다는 것도 동시에 깨달아야 할 것이다.
덧붙이는 글 | 권오성 기자는 정치학자이자 국민정치협의회(www.onmadang.com) 대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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