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경기장 대형할인매장 유치는 재래시장 죽이기"

[인터뷰]김성철 인천재래시장연합회장

등록 2005.07.20 14:31수정 2005.07.21 1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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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재래시장에 관심이 많은 사람이다. 관심이 많은 정도가 아니라 재래시장을 좋아하는 사람이라고 말하는 게 더 알맞은 표현일 것이다. 재래시장 속을 움직여 다니는 일은 분명 즐겁다. 그 속에서는 사람들이 생동감 있고 정겹게 물건을 팔고 사는 재미도 찾을 수 있고 대형할인마트에서 느낄 수 없는 낭만도 맛볼 수 있다.

내가 인천의 한 지역신문에 재래시장을 소재로 한 소설을 매주 연재하는 것도 내가 재래시장을 자주 이용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재래시장의 살가운 풍경을 사랑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재래시장을 힘들게 하는 뜻밖의 소식이 들려왔다. 20여억 원에 이르는 문학경기장의 적자 해소책으로 문학경기장 단지 내에 대형할인마트를 유치하기로 하였다는 것이다. 야구경기장 좌측 야외에 있는 X-게임장과 옥외주차장 부지 6794평에 인천지하철 1호선 문학경기장역과 연결되는 연면적 1만6165평의 매장을 건립, 입찰을 통해 대형할인업체에 임대하겠다는 내용이다.

인천시의회와 남구의회, "문학경기장에 대형할인매장 유치 안 된다"

인천시의회와 남구의회는 이 방안에 대해 강력히 반대하고 나섰다. 경인지역 지방종합일간지인 <경인일보>와 <인천일보>의 보도 내용을 일부 인용하면 이렇다.

인천시의회는 8일 재석의원 28명 전원의 서명을 받아 '문학경기장 내 대형할인매장 유치계획 강력 반대 결의문'을 채택하며 시를 압박하고 나섰다.

결의문 채택을 주도한 김을태 의원은 "공공시설에 대형할인매장을 유치하겠다는 것은 재래시장 및 지역소상인 지원을 통해 지역경제를 활성화시키겠다는 정부시책과 정면 배치된다"며 사업계획에 강력 반발했다.


김 의원은 "문학경기장 인근에 이미 까르푸와 이마트 등 대형할인매장이 들어서 있는데다 경기불황까지 겹쳐 인근 재래시장 소상인들은 극심한 이중고를 겪고 있다"며 "여기에 대형할인매장이 또 생긴다면 그야말로 재래시장 상인들은 생업을 접어야할 위기를 맡게 된다"고 주장했다.

또 "경기장 인근에 터미널, 백화점 등 대중 다중집합시설이 집중돼 있어 가뜩이나 교통 혼잡이 심각한데 대형할인매장까지 들어 설 경우 주말이면 교통통제 불능사태까지 빚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 <인천일보> 2005년 7월 9일자


남구의회 이은동 의원 등 의원 6명은 15일 건의안을 통해 "문학경기장에 대형 할인매장이 들어설 경우 가뜩이나 상권축소로 몸살을 앓는 지역 재래시장과 중소점포가 더욱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며 "대형 할인매장 유치계획을 즉각 철회하라"고 촉구했다.

이들은 또 "문학경기장 주변에는 백화점과 농수산물시장 등 교통체증을 유발하는 시설 등이 산재해 있어 할인매장이 들어서면 교통 정체가 심각해 질 것"이라며 "문학경기장은 대형 할인매장이 들어설 자리로 적합지 않다"고 말했다.

이들은 "시 시설관리공단이 할인매장 유치계획을 강행할 경우 지역 재래시장 상인 등과 함께 강력 저지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 <경인일보> 2005년 7월 16일자



"문학경기장 대형할인매장 유치 적극 저지하겠다"

이처럼 '문학경기장 단지 내 대형할인매장 유치'라는 문학경기장 적자 벗어나기 방안이 "재래시장 죽이기냐" "아니다"라는 논란을 빚고 있는 가운데 인천광역시 재래시장연합회(이사장 김성철) 사람들과 인천광역시 생활잡화도소매업 사업협동조합(이하 '인천생협'/이사장 김장락) 사람들이 한데 모였다. 지난 17일 오후 3시 신세계터미널웨딩타운 다이아몬드홀에서 협력단체 결연식 및 합동토론회를 연 것이다.

이날 참석자들의 주요 관심사는 문학경기장 대형할인매장 유치 저지 문제였다. 이화복 인천생협 전무는 주거밀집지역 2~3km 내 대형할인매장 진입제한 조례 제정을 건의하는 한편 문학경기장 내 대형 할인매장 유치 방안을 철회하는 대안으로 중소상인 물류기지로의 전환 가능성을 조사하는 방안을 내놨다. 김성철 인천재래시장연합회 이사장은 "문학경기장 단지 내 대형할인매장 유치를 강행할 경우 지방선거시 인천시장 낙선운동도 불사하겠다"고 말했다.

김성철 인천재래시장연합회 이사장(왼쪽)과 김장락 인천생협 이사장이 협력단체 결연식을 하고 있다.
김성철 인천재래시장연합회 이사장(왼쪽)과 김장락 인천생협 이사장이 협력단체 결연식을 하고 있다.김선영

이화복 인천생협 전무의 주제발표를 듣고 있는 인천재래시장연합회와 인천생협 사람들. 이 자리에 시의회의 ‘문학경기장 내 대형할인매장 유치계획 강력 반대 결의문’ 채택을 주도한 김을태 시의원(앞줄 오른쪽)도 참석했다
이화복 인천생협 전무의 주제발표를 듣고 있는 인천재래시장연합회와 인천생협 사람들. 이 자리에 시의회의 ‘문학경기장 내 대형할인매장 유치계획 강력 반대 결의문’ 채택을 주도한 김을태 시의원(앞줄 오른쪽)도 참석했다김선영

"문학경기장에 대형할인매장 유치 강행시 인천시장 낙선운동도 불사하겠다"

다음은 합동토론회 직후와 20일 김성철 인천재래시장연합회 이사장을 만나 두 차례 인터뷰한 내용이다.

- 7월 14일자 <인천일보>를 보니, 권율정 인천보훈지청장이 오피니언 기고문을 통해 '지방의 낙후된 지역과 달리 이곳은 동북아 중심도시로 성장하고자 하는 인천이고 경기장 지역은 인접 지역에 무슨 시장이 있는 것도 아니고 영세 가게가 밀집되어 있는 것도 아니다. 다시 말해서 위에서 열거한 사유 말고도 고객들이 빈번하게 출입하여 바로 야구나 축구 관객으로 연결될 수 있는 요소 등 대형 할인점을 유치하는 데 명분이 훨씬 더 많다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또한 <조선닷컴> 기사를 보니, 인천시 시설관리공단 관계자가 "재래시장들은 상품 특성이 대형 할인매장과 다른 데다 문학경기장에서 멀리 떨어져 있어 새로 들어설 할인점이 큰 영향을 주지는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던데 어떻게 생각하나?
"무슨 소리인가? 인접 지역에 시장과 영세 가게가 왜 없는가? 학익·옥련·토지·신기·용현·용일시장이 다 주변 재래시장이며 중·소형 마트도 많다. 더구나 문학경기장에서 승용차로 5분 거리에 이마트와 까르푸가 이미 있지 않은가. 모래내시장과 구월시장 인근의 구월주공아파트가 헐리고 대형아파트 건축공사중이기 때문에 손님의 발길이 크게 줄었는데, 대형아파트 완공 후 주민들이 입주하더라도 문학경기장 단지에 대형할인마트가 들어서면 관광을 겸해서 그곳으로 승용차를 몰고 가는 사람이 적지 않을 것이다. 매상이 대폭 줄었어도 그 고객들을 기다리며 허리띠 졸라매고 참고 살아왔는데 그 희망은 모두 거품 아닌가. 이것이 재래시장 죽이기가 아니고 뭔가.

상품 특성이 다르다니 그건 또 무슨 소리인가? 대형할인마트에 한번 가보면 알 것이다. 재래시장에서 파는 걸 안 파는 게 뭐가 있는가? 개고기만 안 판다."

"문학경기장에 대형할인매장 유치 강행시 인천시장 낙선운동도 불사하겠다"고 말하는 김성철 인천재래시장연합회 이사장
"문학경기장에 대형할인매장 유치 강행시 인천시장 낙선운동도 불사하겠다"고 말하는 김성철 인천재래시장연합회 이사장김선영

- 대형할인매장 유치가 일자리를 늘인다는 시각도 있는데?
"대형할인매장은 아르바이트가 대부분이지만 시장에는 온가족이 매달려 일하는 상점도 많다. 재래시장이 타격받으면 재래시장에서 일하는 온가족의 생계가 위험해진다."

- 문학경기장에 대형할인매장 유치를 강행할 경우 지방선거시 시장 낙선운동까지 할 것이라고 말했는데?
"시장과의 면담에서 약속했던 것을 이행해준 게 한 가지도 없다. 시에서는 예산부족을 이유로 재래시장 상품권 발행 도입을 미루고 있고, 대형할인마트에 비해 터무니없이 비싼 소상공인의 비싼 카드 수수료는 제자리에 머물러 있다.

그래서 대형 할인마트 난립을 저지하고 재래시장과 생활잡화도소매업자들을 살려달라는 뜻이 담긴 서명운동에 들어간 것이다. 그래도 안 되면 죽어가는 인천 재래시장 사람들을 도와달라고 호소하는 집회도 가질 것이다. 그래도 안 된다면 시장 낙선운동밖에 방법이 없지 않은가.

견학을 하고 왔지만 청주나 대전 등지의 지자체에서는 재래시장 상인들을 잘 도와주고 있다. 청주에서는 상품권 도입과 연합회 사무실 지원까지 해주고 있고, 대전에서는 대형할인마트가 못 들어오게 하는 조례까지 만들었다. 그 지방뿐만 아니라 대형할인마트 입점에 거리 제한을 두는 조례가 제정돼 있는 지방은 많다. 그런데 인천은 어떤가? 중앙정부에서 도와준다는데 지자체 단체장이 외면하고 있지 않은가."

- 문학경기장 적자도 살리고 재래시장도 죽이지 않는 대안은 없을까? 시에서 문학경기장이 처한 현실을 시민들에게 알리고 문학경기장 적자 해소 방안을 시민들에게 현상공모 해보라고 제안하는 건 어떨까? 가령 문학경기장 단지에 대형할인매장이 아니라 용산전자상가처럼 대형전자상가가 들어선다면 재래시장에 타격을 주지는 않을 것으로 보이는데….
"그런 대안이라면 재래시장에는 영향을 주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현재 방안대로라면 문학경기장 살리는 대신 재래시장은 죽을 것이다. 지자체에서는 눈앞의 이익만 단순히 생각하지 말고 그로 인해 빚어지는 부작용을 고려하여 적자 해소의 대안을 뽑아내야 할 것이다."

"무차별 난립 대형할인마트 진출 공동저지한다"
인천생협-인천재래시장연합회 결연식 결의문 내용

▲ 인천재래시장연합회 선서대표(남)와 인천생협 선서대표(여)가 선서 선창을 하고 있다

1. 우리 인천남북생협과 인천재래시장연합회는 무차별적으로 난립하는 대형할인마트의 진출을 공동으로 저지한다.

2. 우리 양 단체는 유통구조 개선과 시설 현대화에 앞장서고 양질의 서비스를 제공함으로써 공동 생존의 활로를 개척한다.

3. 우리 양 단체는 일치단결하여 대정부 제도 개선과 지원을 유도하고 단체의 권익확보를 위해 공동으로 노력한다.

4. 급격히 변화하는 시장에 맞서 생존할 수 있는 길은 양 단체의 피 같은 협력뿐임을 명심하여 향후 모든 상황에 공동으로 대처한다.

/ 인천재래시장연합회-인천생협

덧붙이는 글 | ● 김선영 기자는 중견소설가이자 문화평론가이며, 경제 분야에도 관심이 많아 <빌 게이츠 & 손정의, 경제적 경영·경영적 인간> <일본 창업 아이디어 발빠르게 따라잡기> 등의 저서를 써냈고 <손정의 크게 말하다> <일본의 종말> 등의 경제 관련 책을 번역하기도 했다.

덧붙이는 글 ● 김선영 기자는 중견소설가이자 문화평론가이며, 경제 분야에도 관심이 많아 <빌 게이츠 & 손정의, 경제적 경영·경영적 인간> <일본 창업 아이디어 발빠르게 따라잡기> 등의 저서를 써냈고 <손정의 크게 말하다> <일본의 종말> 등의 경제 관련 책을 번역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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