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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이 11일 버지니아주 콴티코 소재 연방수사국(FBI) 아카데미에서 테러에 관해 연설하기에 앞서 숨을 들이쉬고 있다. ⓒ AP=연합뉴스
런던 테러 이후 미국민들의 대중교통수단에 대한 테러 우려가 높아지고 있으며, 미 의회에서도 이에 대한 대책을 촉구하고 있으나 부시 행정부가 대책마련에 미온적이라는 비판이 일고 있다.
<에이피 통신>과 입소스(Ipsos)가 지난 16일 발표한 여론조사(표본 수 1000명, 조사의 오차한계 ±3%)에서 미국민의 57%는 미국에서도 최근 런던에서와 같은 지하철 테러가 일어날 가능성이 많다고 답했다.
또 미국인 10명 중 약 4명은 테러공격으로 그들 자신 또는 가족 중 누군가가 희생자가 될 수 있다고 답변했으며, 특히 미국민의 3분의 1만이 지상테러를 미국에서 사전에 방어할 수 있다고 답변했다.
이는 지금까지의 부시 행정부의 테러정책의 실효성에 대한 불신을 보여주는 것이어서 주목된다.
런던 테러 이후 부시 테러정책 지지율 6%P 상승
그러나 테러에 대한 불안감 때문인지 이번 조사에서 미국민들의 51%가 부시의 테러정책 및 대외정책에 대해 지지를 보냈다. 이는 지난 3월의 45%보다 6%P 상승한 것이다.
플로리다 호브 사운드시 거주 공화당원인 카렌 구토스키는 15일 <에이피(AP)통신>에 "적어도 부시는 테러에 대항해 싸우려 하고 있다"며 "미국은 부시가 지도력을 발휘할 때 안전하다"고 부시의 테러에 대한 지도력을 높이 평가했다.
16일 발표한 <시비에스(CBS 뉴스)>의 여론조사에서도 응답자의 15%가 '현재 미국의 가장 중요한 이슈는 테러'라고 답변했는데, 이는 런던테러가 일어나기 전인 지난달의 6%와 견주면 두 배 반이나 증가한 것이다.
미국 기업연구소(AEI)의 여론조사 전문가인 캘린 보우맨은 "런던 테러로 아직 큰 변화는 일어나지 않고 있지만 미국민들은 테러에 대해 갈수록 강경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테러에 대한 이 같은 우려와 더불어 테러 정책에 대한 비판도 높아지고 있다.
켄터키의 오웬스 보로 거주 민주당원인 페기 윌리엄스는 "우리는 좀더 일찍 테러에 대한 대비책을 세웠어야 했다"면서 "정부는 자신들이 했어야 할 테러대비책을 국민들에게 떠넘겨 왔다"고 정부의 테러정책에 대한 불만을 표시했다.
"항공기에는 300명이 타지만 지하철에는 30명이 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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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토안보부 홈페이지.
특히 국토안보부 장관인 마이클 처토프(Michael Chertoff)가 지난 14일 <에이피 통신>에 한 발언은 일반 미국민들은 물론 대중교통 관리들을 격분시키며 여론의 빈축을 샀다.
그는 대중교통 시스템의 테러 대책을 묻는 인터뷰에서 "승객이 꽉 들어찬 항공기에는 300명이 타고 있지만, 지하철 한 칸에는 30명이 타고 있다"면서 "상식적으로 우선순위를 말하자면 사상자가 많은 쪽에 우선순위를 둘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다음날 뉴욕의 <앰뉴욕(amNewYork)>은 "(지하철 테러는) 여러분들 스스로 알아서 하라"라는 타이틀과 함께 처토프의 발언을 톱뉴스로 다루고 샌프란시스코 배이 고속 전철국 린튼 존슨 대변인의 말을 빌어 "정말 실망스럽고 가히 충격적인 언사"라면서 "기차에는 747기보다 훨씬 더 많은 승객들이 타고 있다"고 지적했다.
시카고의 지하철 국장인 프랭크 크루에시 역시 처토프의 발언에 "충격을 받았다"면서 "런던테러는 우리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가르쳐 주었는데, 이를 위해 재정적 뒷받침을 해주기는커녕 헛소리를 듣게 될 줄은 몰랐다"며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시비에스 뉴스> 기자 짐 스튜어트도 "현재 미국 관리들은 런던 테러를 미국과 연관시키는 어떤 발상도 가지고 있지 않은 것 같다"고 비판하면서 "런던 테러의 혐의자 중 한 명으로 지목된 인물이 5년 전 미국에서 생화학을 공부했고 그의 친척이 오하이오에 거주하고 있으나 미국 관리들은 이 같은 사실을 별로 중요하게 여기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공중공격에 1인당 9불, 지상공격에는 단돈 1센트 투입"
미 의회의 부시 행정부의 테러정책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도 최근들어 점점 커지고 있다.
민주당은 부시 행정부가 지난 2001년 9.11 테러 이후 공중 테러 공격에 대비해 집중적으로 재정을 쏟아붓고 있는 대신 기차나 버스 등에 대한 테러공격에는 거의 관심을 보이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민주당원들은 "미국의 대중교통 시스템 이용승객은 하루 3천만 명으로 항공기를 이용하는 승객보다 16배나 많다"고 주장하며 "연방정부는 대중교통 이용자들의 안전을 위해 훨씬 많은 예산을 투여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로버트 메넨데즈 하원의원(뉴저지)은 지난주 민주당의 주례 라디오 연설에서 "지난 4년 동안 연방정부는 공중 테러공격에 대비해 승객 1인당 9불을 소비해 왔으나 대중교통 시스템을 위해서는 1센트를 소비했다"면서 "대통령이 예산에 이 같은 현실을 반영하지 않고 있는 것은 미국민의 생명을 위태롭게 하는 짓"이라고 날카롭게 지적했다.
메넨데즈는 특히 "런던 지하철 테러사건은 대중교통수단이 또 다른 주요 테러 목표물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 주었으며, 미국이 지금껏 공격을 당하지 않았다는 것은 행운"이라면서 부시 행정부에 시급한 대책을 촉구했다.
그러나 부시와 공화당도 아직은 일반 미국민들의 우려와 민주당의 비판의 목소리를 그다지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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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런던 테러사건을 보도한 <올랜도 센티널> 8일자 1면. "우리는 극복할 것이다"는 타이틀과 함께 "미국 테러 경계 강화하다"라는 부제가 눈에 띈다.
'재정고갈' 부시-공화당, 대중 경계강화비 인상안 부결
이번 주 공화당 주도의 상원은 공항, 국경 등에 대한 국내 경계강화를 위해 310억불의 예산을 승인했으나, 이에 앞서 대중교통 시스템에 대한 경계강화 비용 11억불 안은 부결시킨 대신 겨우 1억불을 할당했다.
부시 행정부와 공화당이 이처럼 "현실을 무시한" 강수를 두고 있는 이유는 아직은 미국민들의 과반수가 부시의 대 테러정책을 지지하고 있다고 보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러나 부시 행정부가 대중교통 테러 대비에 아직 미온적인 태도를 보일 수밖에 없는 또 다른 현실적 이유가 있다.
부시 행정부는 무리한 감세정책으로 재정적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난 데다 이라크 전에 이제까지 약 2천억 달러의 전비를 쏟아 부어 적자폭이 더욱 심화되었다. 부시 행정부의 2004년 회계연도 재정적자는 4100억 달러를 넘어섰으며 올 9월에는 4270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더구나 재정 고갈이 심화되자 그동안 소셜 시큐리티(사회복지) 기금까지 끌어 써 왔는데 2010년에는 아예 기금이 바닥을 보일 것이라는 예측이 무성한 상태다.
부시는 지난해 11월 대선에서 '전시에는 말을 바꿔 타지 않는다'는 '안보정서'를 등에 업고 어렵사리 재선에 성공했다. 그러나 부시의 지지도는 재선 직후 잠깐 50%를 갓 넘긴 것을 제외하고 지난 2003년 12월 이후로 지속되고 있는 추락행진 추세를 반등시키지 못하고 있다.
이번 <에이피통신>과 입소스의 여론조사에서 부시의 지지도는 사상 최저 수준인 42%로 떨어졌고, 미국민 10명중 6명은 '미국이 올바른 길로 가지 않고 있다'고 답했다.
미국민들 "부시 테러정책은 지지, 대비책에는 회의"
부시의 테러 전 자체에 대한 지지도가 50%를 상회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처럼 지지도가 추락을 계속하면서 특히 런던테러와 같은 지상테러에 대해서 미국민의 3분의 1만이 이를 방어할 수 있다고 답변한 점은 현재 미국민이 안고 있는 고민을 그대로 반영해 주고 있다.
미국민들은 부시의 테러 전을 지지하고는 있지만 테러의 대비책에 의문을 가질 수밖에 없게 된 것이다.
미국민들은 부시가 9·11 테러를 사전에 막지 못하고 늑장 대응했다는 비판과는 별도로 다분히 심리적인 안정을 위해서 그의 강력한 지도력을 필요로 해 왔다. 그러나 이라크 전에 대한 전세계의 비판과 스페인 열차 폭파사건, 런던 테러사건 등 대형 테러사건이 연이어 벌어지고 있는 현상에 대해 크게 당황스러워 하고 있다. 더구나 21일 런던에서 다시 발생한 연쇄폭발로 미국민들의 불안은 더욱 가중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 부시 행정부는 주요 지하철 및 철도 시설물 그리고 버스 정류장 등에 경찰력을 증원하고 있다. 그러나 많은 미국민들은 이를 미덥지 않은 눈으로 바라보며 불안해하고 있다. 왜 일까. 실제적으로 보여진 테러 대비책이 미온적이고 허술하기 짝이 없기 때문 뿐 아니라 자신들의 지도자가 바로 테러의 원인 제공자 역할을 해 왔다는 사실이 점점 더 명확해지고 있기 때문 아닐까.
덧붙이는 글 | koreaweeklyfl.com(플로리다 코리아위클리)에도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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