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을 조롱하는 거지 <품바>

가장 한국적인 연극 <품바> 8월 21일까지 대학로에서

등록 2005.07.21 12:47수정 2005.07.21 1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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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연극 <품바>의 공연 포스터

연극 <품바>의 공연 포스터 ⓒ 축제를만드는사람들

'작년에 왔던 각설이 죽지도 않고 또 왔네'로 시작하는 각설이 타령을 모르는 이는 별로 없을 것이다. 이 각설이 타령으로 유명한 거지 연극 <품바>가 7월 7일부터 대학로 상상 아트홀에서 다시 공연되고 있다.

2003년까지 15대에 이르는 품바를 배출하며 국내 관객 최다 동원, 최장기 공연 등으로 기네스북에까지 올라간 연극 <품바>. 이번 공연은 역대 품바 중 최다 공연 기록을 갖고 있어 품바 최고의 명인이라고 불리는 3대 품바 박동과와 7대 품바 김기창이 번갈아 공연하는 형태다.


일제 강점기부터 자유당 말기까지 거지 생활을 하는 각설이패의 대장 천장근의 생애를 극으로 구성한 <품바>는 왕초 1인이 극을 펼치는 모노드라마 형식에 항상 옆에서 장단을 맞추고 북을 치는 고수가 따라 붙는다. 5대에 걸친 고수들 중 이번 공연에는 2대 김태형이 참여했다.

'거리의 지성인', '가장 낮고 겸손한 자'라고 자신을 칭하는 거지 왕초 품바. 그의 삶을 묘사하는 과정에서 우리는 일제 강점기와 6·25 등으로 한과 설움을 얻은 우리 민족의 애환을 느낄 수 있다. 그와 동시에 세상에 대한 조롱과 풍자를 신명나게 풀어내어 현대를 사는 우리들에게 시원한 청량제와 같은 카타르시스를 제공한다.

시대의 흐름에 맞춰 그 당시 이슈가 되고 있는 현안을 사설과 타령으로 풀어내는 즉흥적 요소가 품바의 매력 중 하나이다. 이번 공연에서는 국회의원들의 잘못된 행태를 풍자적으로 묘사하는 장면을 시작으로 해 부패한 세상에 대한 신랄한 비판을 던진다. 사람들은 품바의 사설과 타령에 동참하여 웃으면서 이 시대에 대한 비판적 시각을 얻을 수 있다.

이번에 상상 아트홀에서 열리는 <품바> 공연의 가장 큰 특징은 바로 '관객 참여'다. 품바가 결혼을 하는 장면에서 나이 지긋하신 할머니 관객을 무대로 모셔 결혼식 장면을 연출한다든가 좌석에 앉은 관객 두 명을 각설이로 뽑아 동냥을 얻어 오게끔 시키는 장면이 그러하다.

이미 신명나게 연극에 빠져 든 이상 뽑힌 관객들은 더 이상 주춤거리거나 어색해 하지 않는다. 그들을 보는 관객들은 덩달아 신이 난다. 품바가 객석을 돌아 보며 관객 하나하나에게 말을 거는 장면 또한 재미 있다. 구경 오신 스님에게 딴죽을 걸거나 어려 보이는 관객에게 농을 건네는 모습은 보는 이를 즐겁게 한다.


특히 극 중간에 이벤트 형식으로 마련된 코너는 예기치 않게 연극을 보러 온 사람들에게 감동과 기쁨을 선사한다. 7월 20일 공연에서는 친정어머니 병간호를 극진히 해 주신 시어머니에게 깜짝 선물로 공연 이벤트를 선사한 며느리와 아들이 나왔다. 아무것도 모르고 즐겁게 연극에 참여하시던 시어머니는 며느리의 등장에 눈물을 글썽거리기까지 했다.

이 연극은 모노 드라마인 만큼 품바를 맡은 배우의 연기와 즉흥력, 입담이 중시된다. 순간순간 발생하는 즉흥적인 상황들에 능수능란하게 대처하는 배우의 연기는 빨려 들지 않을 수 없다. 거기에 관객들은 같이 장단을 맞추며 말을 건네는 등 적극적으로 참여한다.


배우의 연기만이 아니라 고수의 역할도 중요하다. 이번 <품바>에서 북잡이가 된 2대 고수 김태형은 노련한 추임새와 극의 원활한 운영으로 보는 이들에게 더 큰 감동을 주었다. 고수가 물이 흐르듯이 극의 운영을 주도하면서 품바의 연기에 적극적으로 가담하는 모습은 인상적이었다.

<품바> 공연은 8월 21일까지 대학로 동숭아트센터 맞은편 상상 아트홀에서 진행된다. 이 더운 여름을 시원한 웃음과 함께 날려 버리고 싶다면 품바를 만나 그 장단에 "얼씨구" 소리라도 질러볼 일이다. 역시 우리 고유의 장단과 사설, 타령은 어깨춤을 들썩이게 하는 무언가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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