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떡값에 검찰 고위층 상당수 포함"
'X파일', 실속은 KBS가 더 챙겼다

"녹취록 입수" 21일 <뉴스9> 다섯꼭지 보도... MBC보다 상세

등록 2005.07.21 23:07수정 2005.07.22 1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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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KBS 화면 캡쳐


97년 불법 대선자금 관련 도청내용을 담은 일명 '이상호 X파일' 보도의 주인공은 MBC가 아닌 KBS였다.

MBC는 테이프를 확보하고도 다른 언론에 선수를 뺏긴 채 21일 <뉴스데스크>에서 5꼭지의 관련 보도를 내보냈다. 하지만 정작 새로운 내용 없이 기존 보도를 되풀이했다.

반면 같은 시각 KBS는 <뉴스9>를 통해 'X파일'의 구체적인 내용을 보도했다. 예상하지 못한 '뉴스'였다.

MBC가 발목 묶였을 때 치고나간 KBS

KBS는 이날 「안기부 도청 테이프 파문」, 「"원음 방송·실명 거론은 방송 불가"」, 「비밀도청팀 '미림' 운영 논란」, 「국정원 "도청의혹 진상규명"」 등 관련기사 다섯 꼭지를 내보냈다.

KBS는 먼저 'X파일' 녹취록을 직접 입수했다고 밝힌 뒤 "국내 최고의 재벌기업 임원과 한 신문사 최고간부의 대화내용"이라는 표현으로 녹취 내용을 공개했다. 대화 내용의 주인공으로 이미 알려진 이학수 삼성그룹 구조조정본부장과 홍석현 전 중앙일보 대표(현 주미대사)의 실명을 명시하지 않은 것이다. KBS는 '녹취록'이라고만 밝혔을 뿐 테이프까지 확보했는지 여부는 보도에서 확인되지 않는다.

KBS는 이들의 대화주제에 대해 "대선판세와 대선후보들에 대한 자금지원 문제"라고 적시한 뒤 "대선 후보들을 한 사람씩 꼽아가며 지원할 돈의 규모와 방법 등을 구체적으로 상의했다"고 밝혔다. 모 후보에게는 30개(억), 또다른 후보는 10개 등 각각 수십억원 단위로 추정되는 재벌의 불법대선 자금액수가 정해졌다는 것.


'신문사 최고간부' 발언 중심으로 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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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KBS 화면 캡쳐

KBS는 특히 홍석현 주미대사로 추정되는 '언론사 간부'의 발언내용을 집중적으로 소개했다. 보도에 따르면, 이 언론사 간부는 'A자동차를 B가 인수하는 방법 밖에 없다'며 기아자동차 인수문제도 거론했다. 또 '어느 의원은 5천만 주면 된다', '여당측 인사에게 누구를 통해 돈 줬는데 별로 효과가 없다' 등의 발언을 했다고 KBS는 보도했다.


이어 KBS는 "1인당 수백만원에서 수천만원씩 '떡값'을 줬던 인사에 검찰 고위층이 상당수 포함됐다"고 보도했다. '노조와 호남한테 아부해봤자 나오는 것 없다, 더 보수쪽으로 해야 한다', '선거에서 누가 떨어질 것 같다', '집권당에 누구를 통해 18개(억) 집어줬는데… 안나온다', '15개는 괜찮은데 30개는 무거웠다' 등 이 언론사 간부의 발언을 구체적으로 밝혔다.

또 당시 야당 후보에 대한 로비와 경쟁언론사 동향에 대한 언급도 있었다. 이 언론사 간부는 '(경쟁 언론사가) C후보가 대통령이 되는 것을 막아야 한다는 결론을 내렸다, 건강문제를 치고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 언론사 간부가 '경쟁사 기자들이 야간 잠복취재를 시작했다'는 말도 덧붙였다고 KBS는 보도했다.

또 "이 언론사 간부가 당시 모 의원이 돈 문제로 불평을 했다고 전하기도 했다"며 "YS임기 중 김모씨(자막:김현철)를 제외한 전원을 석방할 것이니까 회장님께 보고하라며 각종 정보도 전달했다"고 보도했다.

KBS "얼떨결에 녹취록 입수"

이번 보도에 대해 KBS측은 "MBC가 'X파일' 보도여부에 대해 고민한다는 얘기를 듣고 취재에 들어갔다"면서 "사실 얼떨결에 녹취록을 확보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입수경위에 대한 구체적인 언급은 피했다. 확보 시점은 최근으로 알려졌다.

그동안 'X파일' 보도여부를 놓고 내홍을 겪은 MBC. 그러나 그 과정에서 여러 매체를 통해 세부적인 내용이 '우회보도' 됐고, 결국 KBS에게 '알짜배기'까지 놓쳐버리면서 MBC는 명분도, 실속도 다 잃은 셈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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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언론운동협의회(현 민언련) 사무차장, 미디어오늘 차장, 오마이뉴스 사회부장 역임. 참여정부 청와대 홍보수석실 행정관을 거쳐 현재 노무현재단 홍보출판부장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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