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J와 측근들 전화도 24시간 도청했다"

전 국정원 직원 김기삼씨 <시사저널> 인터뷰에서 밝혀

등록 2005.07.23 12:23수정 2005.07.24 15: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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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림팀에서는 김대중 민주당 총재와 측근들, 보좌관들의 전화를 매일 24시간 도청해 언행을 추적하는 내부 자료를 만들었는데 내가 그 관리도 담당했다."

"박관용 당시 청와대 비서실장이 경질된 것은 미림보고서에 걸렸기 때문이다. 박 실장은 (김영삼 전 대통령의 차남인) 현철이 청와대에 자기 사람을 심는 등 전횡이 심하다는 이야기를 했다가 당했다. 박상범 당시 대통령 경호실장도 술자리에서 취중에 현철을 비난한 내용이 도청에 걸려 잘렸다."


최근 세간을 떠들썩하게 만들고 있는 '삼성 불법대선자금' 도청테이프 실체를 처음 세상에 알린 전 국정원 직원 김기삼씨의 증언이다. 안기부의 불법도청이 최고 통치자 인사에까지 영향을 미쳤다는 것을 강하게 암시하는 대목이다.

a 지난해 5월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자택에서 <시사저널>과 인터뷰하는 김기삼씨.

지난해 5월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자택에서 <시사저널>과 인터뷰하는 김기삼씨. ⓒ 시사저널 정희상

김씨는 22일 <시사저널>과 인터뷰에서 이같이 밝히고 "박관용 실장이 고교 동창생과 밥먹다가 한 이야기가 미림팀에 녹음돼 전격적으로 잘렸다"면서 "그러나 박상범 실장 경질은 미림 도청 때문이었는지 과학보안국 도청보고서 때문이었는지는 기억이 분명치 않다"고 덧붙였다.

그럼 미림의 도청내용이 어떻게 최고통치자 (인사) 조처로까지 연결됐을까. 김씨는 "미림팀 도청녹음내용 보고라인은 정형근 (당시) 기획판단국장과 황창평 차장으로 연결됐으며 중요 내용은 이원종-김현철 라인으로 전달됐다"고 말했다. 미림팀을 운영, 관리했던 오정소 당시 안기부 대공정책실장은 김현철씨와 고교-대학 동문으로 절친한 사이였다는 게 김씨의 설명이다.

김영삼 전 대통령의 차남인 김현철씨는 YS 재직시절 소위 '소통령'이라 불리며 각종 인사청탁과 이권개입으로 국정을 혼란하게 한 주역으로 꼽혔다. 결국 97년 6월 비자금 관련해 세금포탈한 혐의 등으로 구속됐다가 보석으로 풀려난 뒤 지난해 불법정치자금 수수혐의로 다시 구속된 바 있다.

"도청내용 정형근-황창평-이원종-김현철 라인으로 보고"


김씨는 자신이 미림 도청테이프 유출자로 지목된 것에 대해 "터무니없는 억측"이라고 일축했다. 그는 "중앙일보가 왜 그렇게 허위보도를 했는지 이해되지 않는다, 유출자가 곧 드러날 것"이라며 "일부 언론이 내가 장본인인 것처럼 묘사했던데 황당한 소설"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도청테이프를 미끼로 삼성측에 뒷돈 3억원을 요구했다는 주장과 관련해서도 "국정원에서 그 테이프를 갖고 나온 사람이 시도했던 것으로 안다"며 부인했다. 그는 "MBC 이상호 기자를 직접 만난 적은 없으며 최근 전화로 나를 취재했다"고 말했다.


김씨는 국정원 재직 시절 알게된 노벨상 수상공작과 남북정상회담을 전후해 북한에 15억달러를 제공했다는 내용을 폭로했다가 국정원법 위반혐의로 검찰에 고발됐고, 이후 미국으로 건너가 기소중지 상태이다. 그는 최근 김영삼 정부 시절 안기부(현재 국정원) 특수조직인 비밀도청팀 '미림'이 정계, 재계, 언론계 등 주요 인사들의 술자리, 식사자리 대화내용을 도청녹음했다고 밝혀 논란이 된 '이상호 기자 X파일'의 실체를 확인시켜준 인물이기도 하다.

그가 미림팀 존재를 알게된 것은 94년 2월 오정소 안기부 대공정책실장 보좌관으로 들어가 부속실에 근무하게 되면서이다. 당시 그는 공운영 미림팀장을 하루에 한번씩은 보고 지냈다고 말했다. 지금 미림의 실체를 폭로하게 된 이유에 대해 그는 "국정원이 과거사다 뭐다 하며 영원히 지켜져야 할 공작사항까지 까발리는 것을 보면서 정보기관이 자살행위를 하고 있다고 판단했다"며 "그래서 4∼5년전 일이나 잘 살펴보고 고치라는 뜻에서 알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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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언론운동협의회(현 민언련) 사무차장, 미디어오늘 차장, 오마이뉴스 사회부장 역임. 참여정부 청와대 홍보수석실 행정관을 거쳐 현재 노무현재단 홍보출판부장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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