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밖으로 나오자 김 법사가 다락에 머물던 두 영혼이 지붕 위에서 이 곳을 내려다 보고 있다고 했다. 카메라엔 아무 것도 잡히지 않았다.나영준
김재운씨의 인사를 마지막으로 짧고도 긴 여름밤의 공포체험은 끝이 났다. 시원한 생맥주를 들이키러 가는 회원들을 뒤로 하고 서울로 향했다. 차에 탄 사람은 방송국 팀 2명과 운영자 팀의 한 사람인 김주영(가명)씨까지 4명. 큰일을 치러낸 듯한 허탈감이 밀려왔다. 뒷자리에서 김씨와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고 있을 때였다. 갑자기 김씨가 말문을 막아섰다.
"잠시만요. 지금 그게 중요한 게 아니거든요."
"예? 무슨…말씀…?"
"지금 차 뒤에 누가 따라오고 있거든요."
너무도 진지한 그의 한 마디에 차 안에 일순간 정적이 돌며 소리 없는 비명이 일었다. 칼날 같은 소름이 등줄기를 타고 흘렀다. 다 죽은 줄 알았던 귀신이 다시 살아나는 공포영화의 한 장면이 떠올랐다. 잠시 후 그가 "이제 괜찮습니다"하고 말할 때까지 아무도 입을 열지 못했다. 그렇게 공포는 마지막 순간까지 모두의 마음속에 살아 숨쉬고 있었다.
그러나 그 날의 진정한(?) 통과의례는 따로 있었다. 집에 돌아와 현관문을 들어서려 할 때 어머니의 한마디 고함과 함께 무언가가 온 몸으로 날아들었다.
"그 자리에 가만히 서 있어. 여보, 맛소금 말고 굵은 소금 가져오라니까!"
| | "'간접' 아닌 직접 '체험'의 짜릿함이 있다" | | | 인터넷 카페 '흉가체험' 운영자 이동욱씨 | | | | '흉가체험(http://cafe.daum.net/hyunggabest)' 운영자 이동욱씨는 예전엔 '착실한 크리스찬'으로 귀신의 존재 따위는 믿지 않았다고.
그러나 우연한 기회에 체험하게 된 후 지금은 마니아를 뛰어 넘은 전문가의 수준에 이르렀다. 그는 체험에 있어 '안전'을 힘주어 강조했다. 집에 돌아간 후에라도 몸에 이상이 있는 이들은 곧바로 운영진에게 연락을 취하라는 당부를 잊지 않았다.
- 매년 여름마다 이런 행사를 자주 하는가? 주로 어떤 분들이 많이 참가 하는가?
"작년의 경우 약 130~40회를 했다. 방송에 나간 횟수만 56회였다. 참여하는 이들은 천차만별이다. 20대 학생부터 40대 직장인까지 다양하다. 많은 분들이 직접 느끼고 싶어 참가한다."
- 사람들이 왜 이런 행사에 참여한다고 생각하나. 실제 귀신이 존재하는가?
"흉가를 다니며 겪은 이야기들을 들려주면 '에이, 세상에 그런 게 어딨어'하는 이들이 있다. 귀신은 바로 그런 사람을 노린다.(웃음) 겁을 주려는 것도 아니고 과장할 필요도 없다. 입증된 이야기를 할 뿐이다. 그런 면에서 이것을 즐기는 이들은 간접이 아닌 직접 체험을 원하는 거다. 영화가 아닌 현실이다. 위험을 느끼면서 스릴을 즐기는 거다. 가공하지 않은 실제 공포인 것이다. 물론 때로는 사람이 다치기도 한다. 작년 6건, 올해 3건의 사고가 났다."
- 사고라면?
"빙의(憑依)다. 심할 경우 목소리가 바뀐다거나 하는 식으로 사람 몸에 귀신이 들어오는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김재운 법사님 같은 전문가들을 모시고 행사를 치른다. 얼마 전에도 한 방송국 카메라맨이 팔이 마비되는 단순 빙의에 걸리기도 했다. 법사님이 그 자리에서 치료를 해주시기 때문에 큰 걱정은 안 해도 된다."
- 흉가 체험 시 주의사항이 있다면?
"일단 흉가 안으로 들어서면 떠들거나 장난치면 안 된다. 또 그 안에 있는 어떤 물건도 만지거나 위치를 바꾸면 안 된다. 예를 들어 나에게만 보이는 귀금속이나 돈이 있을 수도 있다. 욕심을 내선 안 된다. 그것이 하나의 매개체가 돼 당신을 시험할 수도 있다. 그런 점들만 주의한다면 시원한 여름밤 추억이 될 것이다." / 나영준 | | | | |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탈자 신고
기사를 스크랩했습니다.
스크랩 페이지로 이동 하시겠습니까?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