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무등호인(無等好人)

등록 2005.07.28 08:01수정 2005.07.28 1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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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등호인(無等好人)


남도 사람들,
훈요십조의 제8조의 그물코에 걸려
무려 천년간 역사의 죄인으로
남도 땅에 유배된 그때부터인가,

바닷가에서는 갯벌만 파먹고
논바닥 땅에서는 흙만 파먹었어도
얼마나 사람이 좋던지 죽지 않고
농자천하지대본만 믿고 살았으니,

남도 사람 아닌,
이 땅의 어느 누구가
천년간 족쇄차고 살아남을 사람 있는가.

사람 좋다는 것이,
무등호인이 뼈대가 없는 것 아니니,
천년간 살아남을 강한 뼈대 있었어도
결코 뼈다귀 힘자랑하지 않고
영산강, 섬진강, 탐진강 물처럼
밑바닥 흙 핥고 흘렀으니,

막히면 고이고, 그러다가 또 넘치고
그렇게 모두에게 지는 듯 이기고 온 것을….

배가 고파도 비겁하지 않았다.
유배의 한을 의(義)와 예(藝)로 삭히며
나라가 위급하면 의(義)로서 목숨 버릴 줄 알았으니,
누가 남도 사람에게 돌을 던질 수 있으랴,


그래서 임진란 때 이순신 장군이
호남이 없었다면 국가도 없었다고 한 것처럼
호남이 없었다면 어찌 이 땅에
민주의 뿌리가 내렸겠는가.

남도 농악이 악보도 없이 마구 돌아가는 것 같아도,
남도창이 북채 하나로 소리만 지르는 것 같아도
북 그것 하나,
중모리에서 휘모리로 몰아가면
천만 관중을 울리고 웃길 수 있으니,
관현악단이 총동원되는 오케스트라가
남도 북채 하나를 이기랴,
이러한 무등호인(無等好人) 어디 있으랴.


버려진 땅 남도에 내 몰아도
남도 땅을 떠나지도 않고
남도(南都)의 땅을 지키며
남도(南島)의 섬 지키며
남도(南稻)의 쌀 지키며
남도(南圖)의 그림을 그리며
남도(南陶)의 도자기 맥을 지키며
남도(南度)의 멋과 맛을 우려내며
남도(南道)의 정신으로 살아 왔으니
이 아니 무등호인(無等好人) 아니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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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천수

덧붙이는 글 | 무등의 무게로 버티고 사는 남도사람 이야기

덧붙이는 글 무등의 무게로 버티고 사는 남도사람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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