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 세우는 군 문화·인사차별이 파업 불렀다"

[현장] 충북 속리산 파업현장에서 만난 아시아나항공 조종사들

등록 2005.08.02 18:14수정 2005.08.02 1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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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조원들은 차분했다. <오마이뉴스> 기자가 파업 현장을 찾은 지난 1일 오후 1시. 충북 보은 속리산 신정유스타운에 있던 아시아나항공 조종사 노조원 400여명은(노조 집계) 식당에서 막 식사를 끝내고 휴식을 취하던 중이었다.

점심 식단은 단촐했다. 밥과 국, 그리고 반찬 4가지. 400여명이 숙식을 해결하는 비용은 하루 1000여만원 정도 든다고 노조 관계자는 설명했다.(조합원 1인당 하루 2만 5000원 소요)

1일 아시아나항공 조종사 노조의 일정은 '오전 교육, 오후 자유 시간, 저녁 조합원 자유 발언대 시간' 순으로 진행됐다. 외출을 원하는 조합원은 자유롭게 외출도 가능했다. 외출방법은 유스타운 입구에 상세하게 안내돼 있었다.

파업을 계속할 수밖에 없는 이유

속리산 신정 유스타운에서 점심 식사 후 TV를 시청하고 있는 아시아나 항공 조종사 노조 조합원들.
속리산 신정 유스타운에서 점심 식사 후 TV를 시청하고 있는 아시아나 항공 조종사 노조 조합원들.오마이뉴스 박수원
"회사는 아직 조종사들의 정서를 정확하게 읽지 못하고 있다"

1일 오후 기자와 만난 747기 기장은 파업이 장기화 되는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그는 시카고로 비행을 나갔다가 파업에 결합한지 일주일도 채 되지 않는 조종사다.

"회사가 맨 처음에는 파업에 200명도 참여하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현실은 어떤가? 파업에 400여명이 참여하고 있다. 중간 관리자들을 동원해서 회유하고 있지만 소용없는 일이다."

그는 "회사가 공사 출신과 기타 다른 조종사들 간의 갈등을 유발시키면서 문제를 더 확대시키고 있다"며 "회사가 감정적으로 나와서는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아시아나항공 조종사들은 공군사관학교, 공군 2사관학교, 공채를 통한 간부 훈련생, 그리고 항공대학교 ROTC 등으로 출신을 나눌 수 있다. 회사는 이번 아시아나항공 조종사 파업이 "공채 출신들이 기장이 되기 위해 집단적으로 움직이는 것"이라고 설명하기도 한다.

공사 출신 조종사들과 비공사 출신 조종사들 사이에 갈등은 실제 존재한다. 아시아나항공 군 출신 기장은 250여명으로 민간 출신 60여명에 비해 월등히 많다. 공사 출신 조종사들의 경우 군 경력을 인정받기 때문에 기장 승진이 빠르다.


그러나 공사 출신 이외의 조종사들은 "군 출신 경력을 인정한다 하더라도 그 동안 회사가 부당한 인사를 해 왔다"면서, "공사 출신을 내세워 노조를 무력화시키고 있다"고 강조했다.

"공사 출신 내세워 노조 무력화시키고 있다"

민간 출신인 한 기장의 설명을 들어보자.

"노조가 2000년 6월 설립됐는데, 2000년 10월 공사 출신을 주축으로 '아시아나 경력직 조종사 협의회'(아경협)가 출범했다. 그 당시 아경협 회장을 했던 공사 출신 기장은 이후 운항 관련 임원으로 승진했다. 그리고 그 임원은 노조에서 공사 출신들을 탈퇴시키는 역할을 했다.

회사가 공사 출신을 동원해 노조를 깨려고 하는 증거가 곳곳에서 발견되고 있다. 조종사들이 노조 파업에 목숨을 거는 이유가 바로 거기에 있다. 노조는 법외 노조라고 조합비 공제도 시켜주지 않더니, 아경협이 요청하자 바로 회사가 회비 공제까지 해줬다. 이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가?"


노조 주요 요구사항인 '운항·자격심의위원회 노조 3명 참여에 의결권 부여'( 현행 2인 참관 및 발언권)에 대해 회사가 인사경영권 문제라고 절대 양보할 수 없다고 버티는 배경에는 이러한 갈등 관계가 존재하고 있다.

이와 관련 회사 관계자는 "정확하게 조종사들 내부에 어떤 갈등이 있는지는 알 수 없다"면서, "인사가 공정하지 않다는 주장은 납득하기 힘들다"고 반박했다.

이이 대해 김영근 아시아나항공 조종사 노조 위원장은 "아시아나항공은 군 출신 조종사들이 주도적으로 움직이면서 군 문화를 그대로 가져왔다"면서, "회사가 줄 세우기 문화를 통해 분리 정책을 추진하고 인사상 불이익을 줘, 불신을 조장했다"고 설명했다.

기자가 만나본 노조원들은 이구동성으로 이렇게 주장했다.

"노조가 무너져서는 안된다. 노조가 만들어지기 이전인 2000년 이전으로 돌아갈 수는 없다."

'노조를 꼭 지켜내겠다'는 노조원과 노조의 기를 꺾어 놓겠다고 나선 아시아나 항공이 서로 입장을 고집하는 한 아시아나의 파업 장기화는 불가피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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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시민은 기자다'라는 오마이뉴스 정신을 신뢰합니다. 2000년 3월, 오마이뉴스에 입사해 취재부와 편집부에서 일했습니다. 2022년 4월부터 뉴스본부장을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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