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밭을 사이에 두고 삼나무와 마주서다.정명희
뒤돌아 올 수 있었던 것은…
생각 같아서는 여러 날 보성 언저리에 묵으면서 '가고 또 가고, 보고 또 보고' 싶었다. 한낮의 녹차밭도 좋았으나 몇 시간 머물면서 생각하니 그 풍경은 그런 한낮보다는 이른 새벽부터 봐야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른 새벽, 동트긴 전 어스름부터 해가 솟아오르고 그 찬란한 아침 햇살이 밤새 촉촉해진 차 잎을 조금씩 말려 가는 그 찰나에 보는 것이 가장 좋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가끔 책을 읽다가 혹은 맘에 드는 영화를 보느라 밤을 새고 뜬 눈으로 아침이 밝아오는 것을 지켜보게 될 때가 있는데 그럴 땐 하루 해가 밝는 것이 그렇게 신선할 수가 없었다. 도심의 아파트에서도 그러할진대 그와는 비교도 안 되는 녹차밭에서 새벽을 맞고 아침을 맞는다면? 생각만 해도 가슴이 시리고 여한이 없다.
아니, 육체노동엔 웬 만큼 자신이 있는 나이니 만큼 봄 한철 차 잎을 따는 시기엔 아예 녹차 따는 여인네로 취직을 해 볼까나. 지금이야 불가능하지만 한 십 년 후쯤에는 충분히 가능할 것 같다.
'아, 나는 반드시 녹차 따는 여인네가 될거야, 되고 말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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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간이라는 말이 좋습니다.
이 순간 그 순간 어느 순간 혹은 매 순간 순간들....
문득 떠올릴 때마다 그리움이 묻어나는, 그런 순간을 살고 싶습니다.
# 저서 <당신이라는 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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