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노련과 한국장애인문화협회는 4일 오전 기자회견을 열어 부천시가 장애인을 동원해 마구잡이 폭력 단속을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석희열
노점 단속에 항의하는 장애인노점상의 분신이 잇따르고 있다. 일부 지자체가 장애인을 용역으로 고용하여 노점 단속에 나서고 있는 것에 대해 노점상들이 극단적으로 저항하고 있는 것.
지난달 10일 새벽 3시께 일부 장애인단체 회원 등 200여명은 부천역 광장 일대 노점에 대한 대대적인 단속을 벌였다. 이 과정에서 20여명의 노점상들이 병원으로 실려 갔고, 수십 대의 마차가 단속 용역이 휘두른 쇠파이프에 박살이 났다. 이날 밤 한 장애인 노점상 부부는 단속에 항의하여 승용차에 불을 지르고 동반 자살을 시도했다.
또 지난 1일에는 부천 송내역 앞에서 노점을 하는 장애인 황효선(55·한국장애인문화협회 부천소장)씨가 탄원서를 제출하러 갔다가 이날 오후 3시 30분께 국회 의원회관에서 마구잡이 노점 단속에 항의하며 온 몸에 시너를 뿌리고 분신을 시도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황씨는 심한 화상을 입어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생명이 위독한 상태다.
부천지역 노점상들에 따르면 부천시는 그동안 불법영업을 단속하고 장애인들에게 일자리를 제공한다는 명분으로 수억 원을 들여 장애인단체가 포함된 4개 단체에 용역을 주고 노점 단속을 해왔다.
이에 한국장애인문화협회와 전국노점상총연합(전노련)은 4일 오전 10시 30분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장애인을 앞세운 노점 단속을 강력히 규탄하고 단속 용역의 즉각 해체를 촉구했다. 또 장애인노점상의 분신 문제 해결에 정부가 나서줄 것을 요구했다.
이들은 기자회견에서 "2003년 경기도가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노점 단속 용역 발주를 한 9개 시군 가운데 부천시의 용역이 가장 많고, 단속 비용도 5억원으로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한국장애인문화협회 방향옥 인천광역시협회장은 "2004년 말 부천시와 원미구청이 기업형 불법 노점상과의 '전쟁'을 선포한 뒤 생계형 노점에게까지 마구잡이 과잉단속을 일삼고 있다"며 "더욱이 노점상 대부분이 장애인인 것을 알면서 장애인들에게 단속 용역을 주어 장애인들끼리 싸움을 부추기고 있다"고 맹비난했다.
김흥현 전노련 공동의장은 "노점상들이 거리로 나설 수밖에 없는 것은 국가의 야만적인 폭력성과 사회의 구조적 모순 때문"이라며 "노점 단속에 장애인 등을 투입하는 것은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려운 반인륜적인 폭력행위"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정영수 전노련 부천서부지역장은 "인간으로서는 도저히 생각할 수 없는 반인륜적 행정폭력을 자행하고 있는 부천시장과 원미구청장의 사과를 요구한다"면서 "사과와 함께 용역 철회, 생존권 보장이 이루어질 때까지 이들의 소속정당인 한나라당을 타격하겠다"고 말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전국민중연대 정광훈 상임대표와 박석운 집행위원장, 박경석 빈곤사회연대 공동대표, 정병길 빈철연 집행위원장, 이영희 민주노동당 최고위원, 김지예 민주노총 부위원장, 권오헌 민가협 양심수후원회장 등이 함께 했다.
이들은 공동대책위원회를 꾸려 부천시에 맞서 여러 시민단체들과 연대하여 강력히 싸워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부천시는 지난 5월 용역계약을 한 장애인단체 등과 다시 용역계약을 할 예정이어서 마찰이 예상된다. 정수식 부천시 원미구청 도시정비과장은 "불법적인 노점 단속을 하지 말라는 것은 행정권을 포기하라는 것"이라며 노점 단속을 계속할 것임을 분명히 했다. 정 과장은 이어 "장애인단체와는 곧 다시 계약을 할 예정이다"라고 밝히고 다른 단체와는 "1차 계약 기간이 끝났지만 아직 재계약은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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