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거리에 선 해직자들 "복직을 허하라!"

사용자들, 기관 복직권고에도 4년째 '모르쇠'... 행정부조차 불이행

등록 2005.08.08 12:35수정 2005.08.08 1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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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동일방직 해고노동자들이 9일 오전 세종로 정부중앙청사 후문에서 민주화운동 관련 해직인정자 복직권고 이행 및 불이익행위 근절을 촉구하며 집회를 시작하기에 앞서 78년 당시 일명 똥물사건 사진을 집회장 주변에 걸고 있다.

동일방직 해고노동자들이 9일 오전 세종로 정부중앙청사 후문에서 민주화운동 관련 해직인정자 복직권고 이행 및 불이익행위 근절을 촉구하며 집회를 시작하기에 앞서 78년 당시 일명 똥물사건 사진을 집회장 주변에 걸고 있다. ⓒ 오마이뉴스 남소연

민주화운동 과정에서 해직된 노동자, 기자, 교사, 공무원, 은행원들이 다시 거리로 나섰다.

민주화운동 보상심의위원회가 이들에 대한 복직 및 경력인정을 권고했지만 사용자의 거부로 복직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민주화운동정신 계승국민연대 산하 민주화운동 해직자복직 대책협의회는 8일 오전 서울 세종로 정부종합청사 후문 앞에서 민주화운동 해직자들의 조속한 원상회복을 촉구하는 결의대회를 열었다.

지난 2001년 민주화운동 보상심의위원회는 전해 제정된 관련 법에 따라 민주화과정에서 해직된 2000여명을 민주화운동 관련자로 인정하고 이들에 대한 복직권고를 내렸다.

그러나 사용자들이 이같은 권고를 받아들이지 않아 4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복직이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다. 당장 정부부터도 해직 공무원을 복직시키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정부부터 안 따르는데 사기업이 권고 듣겠냐"

이날 대회 참가자들은 "복직이나 해직기간의 불이익 해소 등 실질적 명예회복 조치가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이병주(46) 대책협의회 집행위원장은 "해직 공무원들의 복직을 집행해야 할 정부부터 아무런 행동을 취하지 않고 있는데 사기업들이 권고사항을 따를 리 있겠냐"며 정부의 안일한 태도에 불만을 터뜨리기도 했다.

이 위원장은 "그동안 청와대, 국무총리실에 항의서한을 전달하고 관계자들과 면담을 하는 등 노력을 기울였지만 더 이상 정상적인 방법을 통해서는 우리 요구가 받아들여질 것 같지 않아 이 자리에 섰다"며 "정부가 구체적 해결책을 제시할 때까지 집회를 계속 하겠다"고 밝혔다.


또 이들은 "이제라도 정부가 주도적으로 민주화운동 관련 해직자에 대한 원상복직, 불이익 해소, 징계기록 말소 등의 방침을 즉각 제시하고, 정부 내 민주화운동관련자 명예회복대책위를 구성할 것"을 요구했다.

민주화운동해직자복직대책협의회는 이날 결의대회가 끝나고 난 뒤 동아자유언론수호투쟁위원회(동아투위) 해직 기자들의 복직을 요구하기 위해 동아일보사 항의방문에 들어갔다.

이날 집회에는 70민주노동자회, 80년해직언론인협의회, 동아자유언론수호투쟁위원회, 전국교직원노동조합, 대우어패럴 복직투쟁위원회, 동일방직해고노동자 복직투쟁위원회, 원풍모방해고노동자 복직투쟁대책위원회, 우리은행 원상복직대책위원회, 한일도루코 복직대책위원회 등이 참가했다.

동아투위 "복직권고 받고도 왜 조치하지 않느냐"
<동아> 사장실 항의서한 접수조차 거부

▲ 민주화운동해직자복직대책협의회와 동아투위가 8일 오후 서울 세종로 동아일보사 앞에서 해직언론인들의 원직복직을 요구하는 집회를 열고 있다.
ⓒ오마이뉴스 허지웅

“김학준 사장은 지금 당장 여기 나와서 동아투위 항의서한을 직접 접수해가라!”

75년 자유언론실천운동 당시 해직된 동아일보 전직 기자들의 목소리가 광화문 거리를 흔들었다.

민주화운동해직자복직대책협의회는 8일 오후 2시 서울 세종로 동아일보사 앞에서 동아자유언론수호투쟁위원회(동아투위)와 함께 해직 기자들의 복직을 요구하며 동아일보에 항의서한을 전달했다.

이들은 “자유언론을 말살하고 독재권력의 하수인으로 전락했던 동아일보는 75년 해직사태에 대해 국민과 해직언론인에게 엎드려 사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동아투위는 75년 자유언론실천운동 과정에서 강제로 쫓겨난 동아일보·동아방송 기자, PD, 아나운서들이 결성했다.

'민주화운동명예회복 및 보상심의위원회'는 2001년 동아투위 회원들을 민주화운동 관련자로 인정하는 한편, 2004년 동아일보에 해직언론인에 대한 복직권고와 불이익해소 조치를 통보했으나 7달이 돼 가도록 전혀 미동도 않고 있다.

75년 3월 17일까지 동아일보 기자로 근무했던 장윤환(70·전 한겨레 논설위원)씨는 “75년 해직된 기자들의 전원복직을 요구한다”며 “동아일보는 우리에게 반드시 사죄해야 한다”고 말했다.

문영희(71) 동아자유언론수호투쟁위원장은 “김병관 동아일보 전 명예회장은 우리를 기억하느냐”고 물은 뒤 “김학준 사장은 당장 여기로 나와서 직접 항의서한을 접수해가라”고 외쳤다.

동아투위는 성명을 통해 “(동아일보는) 지면으로는 민주주의를 말하고 있는데, 그 민주주의는 자신들의 기득권을 지켜내려는 가짜 민주주의"라며 "더구나 국내기업 가운데 가장 많은 113명의 해직언론인을 두고도 30년째 외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한편 이날 항의서한은 동아일보 사장실 거부로 결국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이병주 민주화운동해직자복직대책협의회 집행위원장은 “사장실에서는 (서한을) 받을 수 없으니 민원형식으로 제출하라고 하더라”며 “안내 데스크에 건내주고 오는 수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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