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어린이들이 나무와 친구 되기를 바라며..

[학교 가는 길에 만난 나무이야기] 집필 후기

등록 2005.08.09 08:58수정 2005.08.09 1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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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여 년 전 나는 강원도 영월을 가르며 흐르는 동강에 간 적이 있습니다.

그 당시 아내의 뱃속에서는 사랑스런 아기가 세상의 문을 두드리고 있었지요. 나는 여행하는 동안에도 태어날 아기에 대한 호기심과 설렘으로 가슴이 부풀어 있었습니다.


학교 가는 길에 만난 나무 이야기
학교 가는 길에 만난 나무 이야기최한수
지도에 나와 있지도 않은 길을 물어물어 찾아간 동강의 모습은 한 마디로 환상 그 자체였습니다. 10년 넘게 전국을 돌아다닌 나였지만 동강은 하나의 충격으로 다가왔습니다. 동강은 지금까지 내가 맛볼 수 없었던 감동을 선물해 주었고, 그 때의 기억은 아직도 고스란히 내 마음에 살아 있습니다.

동강 앞에서 얼어붙은 듯 서 있을 때 문뜩 이런 생각이 떠올랐습니다.

아름답고 신비스런 동강의 모습을 몇 달 후 태어날 나의 아기가 볼 수 있을까? 나의 아기가 커서 자연의 멋을 알 만한 나이가 될 때까지 동강이 그대로 남아 있을까?

나는 머리를 흔들었습니다. 불행하게도 나의 예측은 맞아떨어지고 말았습니다.

몇 년이 지난 후 동강에는 동강댐 건설이라는 개발 광풍이 불기 시작했고, 동강이 널리 알려지면서는 사람들이 많이 찾는 관광지가 되었습니다.


개발과 관광은 자연의 희생을 강요합니다. 동강도 그 희생의 운명을 벗어나지 못하고 파괴되기 시작했습니다.

지금 동강은 옛 모습을 잃어가고 있고, 사람들의 무관심 속에 파괴는 계속되고 있습니다. 동강은 날마다 아픈 주사를 맞아야 하는 중환자와도 같습니다.


식물인 나무는 동물과 달리 땅에 뿌리를 내리고 정착합니다. 각 나라 각 지역마다 고유한 환경 조건에 따라 독특한 토착식물이 살아가고 있습니다. 따라서 외국에서는 볼 수 없는 식물이라도 우리나라의 산과 들에서는 즐겨 볼 수가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나무들은 우리 민족의 기질과 성품을 닮았습니다. 그래서인지 한국의 나무는 정겹고, 촌스럽고, 된장 맛이 나는 이름들을 가지고 있습니다. 나무 이름 하나 하나에는 선조들의 지혜가 스며 있기도 합니다. 이름만 들어도 그 쓰임새를 눈치 챌 수 있을 정도니까요.

그러나 우리나라의 많은 나무들이 환경오염에 밀려, 콘크리트에 밀려 점점 우리 곁을 떠나가고 있습니다. 동강이 관광지가 되어 자연스런 아름다움을 잃어가는 것처럼, 우리네 나무들도 제 모습을 잃어가고 있습니다. 벌써 우리 곁을 떠난 나무들도 많습니다.

우리의 나무를 살리는 길은 무엇일까요? 나무들과 더불어 살아가는 방법은 없는 것일까요? 세계의 유명한 학자들은 미래를 이끌어갈 어린이들에 대한 교육에서 그 방법과 대안을 찾고 있습니다. 자연에 대한 순수한 애정과 미래지향적인 관심만이 미래의 환경을 보장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이 책은 단순히 어린이 자연교육을 위한 책이 아닙니다. 이 책을 읽는 동안 어린이들은 자신들도 모르게 나무와 친구가 되어 있을 것입니다. 나무와 친구되기를 통해 어린이들은 세상 모든 것들과 친구로 살아가는 법을 배우게 될 것으로 믿습니다.

나무와 대화를 하는 과정에서 자연을 배우게 되고, 자연 속에서 사람과 인생을 배우게 되는 것입니다.

옛 노래를 듣고 있자면 누구나 옛 기억을 떠올리게 될 것입니다. 왜 노래를 듣게 되면 옛 생각이 나는 것일까요? 우리는 크게 다섯 가지 감각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 감각은 그냥 보고, 듣고, 맛보고, 냄새 맡고, 만져 보는 것으로 끝나는 것이 아닙니다.

인간이 느끼는 감각에 대한 정보는 복합적인 상황을 우리의 뇌 한구석에 저장해 놓고 있다가 어떤 계기가 생기면 많은 정보들이 뇌 밖으로 한꺼번에 쏟아져 나옵니다. 영어단어를 외울 때 일부러 외우려 는 단어는 잘 안 외어져도 자기도 몰래 외우게 되는 단어는 쉽게 잊혀지지 않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바로 이것이 학습의 첫걸음인 체험입니다. 체험을 통하여 얻은 정보는 우리가 죽는 순간까지 우리의 몸과 마음을 지배하게 됩니다. 이 때문에 어린이들에게는 무엇보다 체험학습이 중요합니다.

특히, 가족이 함께하는 즐거운 체험은 평생 동안 좋은 추억이 될 것입니다.

<학교 가는 길에 만난 나무이야기>는 나무에 대한 체험으로, 기억으로, 사랑으로 어린이들의 가슴속에 자리 잡을 것이라 믿습니다.

나무 이야기 - 학교 가는 길에 만난

최한수.권희영 지음,
미네르바, 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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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의 아름다움을 전하고 싶습니다. 우리가 함께 사는 세상은 인간만을 위한 것이 아닙니다. 작은 풀, 벌레 하나라도 소중히 여기는 그날을 위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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