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혜
어느 정도 청소가 된 장에 남편이 하얀색 시트지를 붙여 주었다. 금방 새로 사 온 것처럼 깨끗해졌다. 난 그걸 5년 가까이 화장대로 사용했었다. 지금도 그건 친정집 거실에 놓여져 있다. 어머니는 화분을 올려놓기에 아버지는 보다만 신문과 안경을 올려놓기에 안성마춤이라 하신다.
남편은 내게 말 한다. 아무리 더러운 것이라도 내 손길이 가면 반짝반짝 빛이 나니 덥석 가져오게 된다고. 하지만 나는 남편의 진짜 속내가 뭔지 아직 잘 모르겠다. 이 마누라가 닦고 광내는 것에 진짜 일가견이 있다고 생각을 하는 건지, 아니면 못내 아까워서 덥석 가져온 게 미안해서 입술에 침도 안 바르고 그런 아부성(?) 발언을 하는 건지.
그러나 지금에 와선 남편의 속내가 그 어떤 것이든 상관없다. 남편이 가져온 그 낡고 지저분한 것들을 내 성격에 못 이겨 팔이 떨어져 나가도록 닦아댄다. 한참 후. 그것들이 반짝반짝 빛을 발하면 바야흐로 우리집 살림살이 하나가 더 늘게 되는 아주 큰 소득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오늘도 똑같았다. 자리를 잡아 놓은 긴 테이블과 긴 의자를 박박 문질러 닦고 또 닦았다. 오락가락하던 소나기가 잠시 멈추고 맑게 갠 하늘에서 밝은 햇살 한 자락이 테이블과 의자를 환하게 비출 때 나는 의미심장한 미소를 흘리고 있었다.
'이렇게 또 살림살이 하나가 느는 구나'하는 아줌마의 지극히 세속적인 만족이 내 가슴을 붕 뜨게 만들고 있었다. 바람이 서늘한 오후, 남편과 그곳에 앉아 커피를 마셨다. 커피향 속으로 이른 가을이 묻어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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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기자회원이 되고 싶은가?
..내 나이 마흔하고도 둘.
이젠 세상밖으로 나가고 싶어진다.
하루종일 뱅뱅거리는 나의 집밖의 세상엔 어떤 일들이 벌어지고 있는지.
곱게 접어 감추어 두었던 나의 날개를 꺼집어 내어
나의 겨드랑이에 다시금 달아야겠다.
그리고 세상을 향해 훨훨 날아보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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