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전 60돌에 부쳐

광복과 종전 60돌을 맞아 다시 이라크 철군을 촉구한다

등록 2005.08.14 10:22수정 2005.08.14 1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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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8월 15일 우리는 광복과 종전 60돌을 맞이합니다. 이 날은 우리 민족이 일본 제국주의의 식민 지배로부터 독립한 날이자 반인륜적 침략 전쟁을 일으킨 일본이 항복을 선언함으로써 2차 세계대전이 완전히 종식된 날입니다.

이 날은 일본 제국주의의 오랜 압제로부터 해방을 이룬 우리 민족에게는 감격스런 날이며, 중대한 반인륜적 범죄 행위인 침략 전쟁은 반드시 응징을 받고 패배하고야 만다는 교훈을 온 인류에게 가르쳐 준 성스런 날이기도 합니다. 이런 뜻 깊은 날을 맞으면서 우리는 반전과 온 인류의 평화 및 공존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 보지 않을 수 없습니다.

일찍이 서로 제 영토를 더 넓히고 더 큰 권력을 차지하기 위해서 전쟁 놀음에 여념이 없던 위정자들 탓에 아무런 잘못도 없이 다치고 죽어가야만 했던 수많은 민중의 아픔과 슬픔을 대변하여 전쟁을 비판하고 평화를 주장했던 사람으로 노자(老子)만한 사람도 드물 듯합니다.

노자는 군대와 무기는 결단코 상서롭지 못한 것이므로 힘을 다해 멀리 해야만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므로 노자가 보기에 전쟁이란 오직 남의 침략을 받아 나를 지키기 위해서 어쩔 수 없을 때에만 해야 하는 것이지, 어떤 이유에서건 내가 먼저 시작해서는 안 되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노자는 만에 하나 나라가 위난에 처해 어쩔 수 없이 군대를 부리고 무기를 쓸 수밖에 없다 하더라도, 그 때에는 그 위난을 구하는 것에 그칠 뿐 그걸 기화로 거꾸로 상대방을 정복하고 지배하려고 해서는 안 된다고도 주장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러 가지 핑계를 대 가며 전쟁을 벌이는 자들을 노자는 ‘살인을 즐기는 자들’이라고 규정하면서 그들은 결코 천하의 동의를 얻지 못할 것임을 분명히 밝혔습니다.

전쟁은 수없이 많은 죄 없는 백성들이 죽고 다치는 흉한 일입니다. 이처럼 전쟁에서는 수없이 많은 사람들이 죽으므로 노자는 전쟁을 마땅히 상례로서 대해야 한다고까지 말합니다.


일찍이 인류가 이런 철저한 반전평화 사상에 귀 기울여 왔다면 그 동안 수없이 벌어진 전쟁의 참화로 인한 고통을 겪지는 않았을 것입니다. 그러나 불행히도 우리 인류는 그렇게 하질 못했습니다. 지구상에는 지금 현재도 전쟁이 벌어져 죄 없는 수많은 사람들이 죽거나 다치고 있습니다.

9·11 테러 사건을 기화로 대량살상무기의 위협을 조작해 가면서 이라크를 상대로 미국이 벌이고 있는 전쟁이 바로 그러합니다. 누구나 잘 알고 있듯이 이 전쟁은 이라크가 미국을 침략했기 때문에 미국이 자신을 지키기 위해서 어쩔 수 없이 하고 있는 전쟁이 결코 아닙니다.


물론 미국은 이라크가 테러를 지원하고 있으며 대량살상무기를 갖고 자신의 안보를 심각하게 위협하고 있다는 핑계로 이라크를 공격했습니다. 그러나 그것은 미국의 세계 지배전략을 위한 전쟁을 그럴 듯하게 포장한 것에 지나지 않습니다.

그것이 석유 에너지의 통제를 비롯한 미국의 여러 가지 이해관계를 자기 뜻대로 관철시키기 위해 벌인 전쟁임은 이미 주지의 사실입니다. 이라크를 침공한 미국 자신도 인정하고 있듯이 이라크가 대량살상무기를 갖고 있다는 주장은 명백한 거짓이었습니다.

아니 애당초 이라크 같은 나라가 미국의 안보에 심각한 위협을 주고 있다는 주장 자체가 우스운 것이었습니다. 이는 마치 기관단총을 들고 있는 거인이 가는 막대기 하나 들고 있는 어린아이가 자신을 위협해서 불안하다며 그에게 기관단총을 난사하려는 것과 비슷한 꼴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볼 때 미국의 대이라크 전쟁은 침략 전쟁임이 분명합니다. 물론 후세인의 독재 정치로 인해 수많은 이라크 민중이 고통을 당했다는 것은 분명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미국이 주권을 가진 다른 나라를 침공할 권리는 결코 없습니다. 이런 까닭에 전 세계 대다수 국가와 민중들은 미국이 벌이고 있는 이라크 전쟁에 대해 반대하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가 이런 명분 없고 부도덕한 이라크 전쟁에 참여했다는 사실은 부끄럽고 참담하기 그지없는 일입니다. 우리는 이전에도 미국의 국익을 위한 비도덕적인 베트남전에 참전하여 베트남 국민들에게 많은 고통을 주는 잘못을 저질렀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거기에서 뼈저린 역사적 교훈을 얻지 못하고 또 다시 명분 없는 전쟁에 가담하게 되었다는 것은 참으로 부끄러운 일입니다.

참전을 지지하는 사람들은 예전에도 그랬듯이 지금도 역시 흔히 미국과의 동맹관계와 참전으로 인해 챙길 수 있는 우리나라의 국익, 또는 참전하지 않을 때 미국으로부터 받을 수 있는 손해를 운운합니다.

그러나 수없이 많은 무고한 사람들을 죽이는 일에서 유지되는 동맹이라면 범죄 집단의 동맹과 다를 것이 무엇입니까? 또한 그런 동맹의 대가로 얻어지는 이익이라면 죄 없는 사람을 죽이고 빼앗은 재물을 나눠 갖는 강도의 이익과 다른 점이 무엇입니까?

원군이 별로 없는 상태에서 우리가 미국 편에 적극 가담하지 않는다면 필시 미국이 우리에게 여러 가지 보복을 가함으로써 우리나라가 피해를 입게 될 거라는 것은 사실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런 것이 가능한 이유는 바로 우리가 아직도 여전히 미국에 대한 종속상태로부터 완전히 벗어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전 세계 대다수 국가와 민중들이 반대하는 이런 기회에조차도 그에 동참하면서 미국과는 다른 우리의 자주적인 목소리를 내지 못한다면, 우리는 영원히 그런 종속상태로부터 벗어나지 못할 것입니다. 우리의 자주성은 설령 일시적인 약간의 손해를 입을 수 있다 해도 우리의 힘으로 되찾아 지켜야 하는 것이며, 장기적으로는 그것이야말로 진정으로 우리의 국익을 지키는 일이기도 하다는 사실을 알아야 합니다.

이미 오래 전에 이라크 전에 참전한 미군들이 이라크 포로들을 온갖 방법으로 고문하고 학대하고 있다는 사실이 전 세계에 폭로된 바 있습니다. 여기에서도 적나라하게 드러나듯이 약소국을 침략한 강대국의 참전자들은 흔히 자국우월주의 입장에 서서 자기들이 마음대로 유린할 수 있는 약소국의 국민들을 죽이고 괴롭히는 데에서 쾌감을 느끼는 도착상태에 빠지게 되기도 합니다.

우리는 보도를 통해서 미국의 평범했던 나이 어린 한 여성조차도 앞장서서 힘없는 포로를 학대하며 즐기는 광경을 목격했습니다. 거기에는 인간성을 그토록 잔인하게 변화시키는 전쟁 그 자체의 논리가 작용했음은 말할 필요도 없을 것입니다. 그러나 거기에는 침략자가 약소국 국민들에 대해 갖는 턱없는 우월주의 역시 크게 작용하고 있음도 분명합니다.

그러나 미국은 아직도 이라크 전쟁에서 승리를 거두지 못했습니다. 전쟁은 지속되고 있고 이라크 국민의 저항은 여전히 계속되고 있습니다. 언제 끝날지 모르는 전쟁의 수렁 속으로 계속 빨려 들어가는 것 같은 사태에 직면한 미국에서는 이제 주둔군 감축과 철군 이야기도 나오고 있는 형편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벌써 이라크 파병 이후 1년을 넘긴 우리 정부에서는 올해 말로 만료되는 우리 자이툰부대의 파병 연장 동의안을 국회에 제출해 통과시키겠다는 방침을 밝히고 있습니다.

우리 정부는 파병 당시부터 지금까지 계속해서 우리가 군대를 파병한 것은 이라크의 재건과 치안 유지를 위한 것이라고 한사코 주장하고 있습니다. 또한 현지에 파견된 우리 자이툰 부대가 폐허가 된 아르빌 지역의 상하수도 정비, 도로포장 등의 재건활동을 통해 많은 민심을 얻었다고도 주장하고 있습니다.

물론 그것은 전혀 사실무근의 얘기는 아닐 것입니다. 우리 정부의 주관적인 심정으로는 우리는 점령군의 입장이 아니라 ‘평화재건군’으로서 이라크에 파병을 한 것이라고 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또한 우리 군대의 헌신적인 대민 봉사활동으로 어느 정도 그 지역의 민심을 얻은 것도 사실일 수 있습니다.

그렇지만 그렇다고 해서 우리 군대를 점령군의 일원으로 보는 이라크 국민들의 시선을 바꾸어 놓을 수는 없을 것입니다. 왜냐하면 우리 군은 대다수 이라크 국민이 자신들을 침공한 점령군이라 간주하는 미국의 동맹군으로 참전한 것이 분명하기 때문입니다. 또한 그것이 미국의 압력에 의해서건 우리의 자발적인 의사에 의해서건, 그것은 분명 우리의 이익을 위한 것이었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우리나라를 침략하여 36년 동안 무력을 통해 우리를 식민지로 지배한 일본도 그것은 다 우리의 안녕과 발전을 위해서였노라고 강변했었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합니다. 또한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그것은 다 거짓이며, 그것은 오직 그들의 이익만을 위한 것임을 잘 알고 있었다는 것도 상기해야 합니다.

우리는 곧 우리가 일본 제국주의의 지배로부터 해방되고, 자신의 이익을 위해 다른 나라를 침략하여 식민지로 삼고 나아가 세계대전까지 벌였던 일본이 패전한 60돌을 맞이할 것입니다. 그러나 이 시점에서 우리는 또한 그 일본을 비롯한 극소수의 나라들과 함께 미국이라는 초강대국이 자신의 이익을 위해 벌이고 있는 전쟁에 동참하고 있는 비도덕적인 행위를 연장하려 하고 있습니다.

광복 60돌을 맞는 이 시점까지도 우리에게는 아직도 곳곳에 식민지 지배의 상처가 수 없이 남아 있습니다. 예를 들면 징병 징용자, 정신대, 원폭 피해자에 대한 배상 문제 등이 그러합니다. 우리는 가해자인 일본이 아직까지도 우리 민족에게 저지른 자신들의 반인륜적 범죄 행위에 대해 진정으로 사과하고 이런 식민지 지배의 상처를 치유하기 위한 진지한 노력을 기울이지 않는다는 사실에 분노합니다.

오늘 우리에게는 패전 60년이 지난 지금까지 진정한 반성은커녕 다시 보수우익 파시즘의 망령을 되살리고 있는 일본에 대한 냉정한 분석과 대응책 마련, 그리고 보다 자주적인 관점에서 한일관계를 새롭게 정립하는 일 등이 필요합니다. 또한 그와 아울러 아직도 남아있는 일본 제국주의 식민지 지배의 상처와 잔재를 우리 스스로의 힘으로 치유하고 없애려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그렇지만 그에 못지않게 중요한 일은 지금 우리 자신이 가담하고 있는 비도덕적인 전쟁으로부터 하루 빨리 물러나는 일입니다. 우리가 제국주의 침략의 피해자로서 아직도 남아 있는 그 상처에 아파하고, 그 가해자들을 비판하면서, 한편으로는 우리 자신이 명분 없이 남의 나라를 침략하여 점령하고 있는 전쟁에 그 일원으로 참전하고 있다는 것은 어불성설입니다.

죄 없는 민중들이 수없이 죽고 다치는 이라크 전쟁에 대해 우리는 노자가 말한 것처럼 상례로 대해야 할 일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의 국익 운운하며 계속해서 이라크 파병을 정당화하며 그 기간을 연장하려 한다면, 그것은 초상 난 남의 집에서 제 잇속을 챙기려하는 짓이나 다름이 없을 것입니다. 그러므로 정부는 명분 없는 이라크 파병 연장 계획을 철회하고 하루 빨리 우리 군대를 철수해야 할 것입니다.

광복 60돌과 종전 60돌을 맞이하여 온 인류의 평화와 공존을 위하여 모든 침략 전쟁에 반대하면서, 부끄러운 이라크 전 참전을 반성하고 한시 바삐 우리 군대를 철수할 것을 우리 정부에 다시 한 번 강력히 촉구하는 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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