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복60주년 만세. 왼쪽부터 김창수 총영사, 백낙윤 한인회장, 김창렵 참사윤여문
남북화해의 장에 동참한 호주동포사회
8월 15일 오전 11시, 시드니 서남부지역에 위치한 시드니한인회관에서 광복60주년 행사가 성대하게 열렸다. 청중은 준비한 의자가 부족할 정도로 많았다. 한인회가 주최한 역대 행사 중 가장 많은 400여명이 모인 것.
한국과는 달리 공휴일이 아니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례적인 결과였다. 무엇이 그들을 한인회관으로 모이게 만들었을까. 이스트우드에 거주하는 이옥정(53)씨는 "해외에서 열린 광복60주년 행사 중 유일하게 시드니에서만 남북이 함께 한다는 뉴스를 접하고 회사까지 빠지고 참석했다"면서 "이런 역사적인 현장을 지켜보는 기회를 갖는 게 어디 쉬운 일인가"라며 참가소감을 밝혔다.
그러나 행사 1시간 전 만난 한인회 관계자들은 혹시 일어날지도 모를 파행을 염려했다. 무대엔 태극기 대신 한반도 통일기가 걸리고, 애국가 대신 아리랑을 부를 것이라는 뉴스가 나가자 일각에서 "가만있지 않겠다"는 반응을 보였기 때문이다.
행사시작 20분 전 김창수 시드니 주재 대한민국 총영사와 김창렵 캔베라 주재 조선민주주의 인민공화국 참사가 연이어 도착하자 행사장 분위기가 고조되기 시작했다. 백낙윤 시드니한인회 회장, 버지니아 저지 NSW(뉴사우스웨일스 주) 하원의원 등과 함께 단상에 앉은 두 외교관은 시종 화기애애한 모습을 보였다.
이날 사회를 맡은 고직만 한인회 사무총장은 시드니 공동행사의 성격과 양측 합의사항을 일일이 설명하고, 원만한 진행을 위해 동포들이 협조해달라는 당부를 여러 차례 되풀이하는 등 여느 때 같으면 챙기지 않을 발언을 꼼꼼하게 이어갔다.
그러나 국민의례 순서가 되자 팽팽한 긴장감이 돌았다. 한반도기와 호주국기에 대한 경례, 호주국가 제창에 이어 애국가 대신 아리랑을 부르면서 행사장이 술렁댔고, 마침내 한쪽에서 애국가를 부르기 시작했다.
단상에 앉아있던 김창렵 북한대사관 참사와 박관옥씨 등은 아연 긴장하는 모습이 역력했지만 애국가가 끝날 때까지 무대 앞쪽만 응시했다. 다행히 파행은 오래가지 않았다. 20여 명이 부르는 애국가가 끝나기를 기다렸다 아리랑을 합창하고, 다음 순서인 광복절노래 제창이 울려 퍼지면서 행사는 정상으로 돌아왔다.
완전한 광복이 이루어질 때까지
"해외에서 유일하게 남북이 함께 하는 광복절 행사를 하게 되어 긍지를 느낀다"는 백낙윤 한인회장 개회사에 이어 등단한 김창수 총영사는 "광복60주년을 자축하면서 남북이 하나 되는 완전한 광복이 이뤄질 때까지 서로 참고 노력하자"고 말했다.
김창렵 참사는 "조국광복 60주년 행사에 초청해준 시드니한인회에 감사한다"면서 "평양에서 열린 6.15선언 기념행사와 서울에서 열리고 있는 광복절 행사 등으로 우리 민족은 화해와 단합을 이루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연설 도중 '북남'이 아닌 '남북'이라는 용어를 여러차례 써서 눈길을 끌었다. 일부 기독교 신자들은 그가 화합을 강조하는 대목에서 '아멘'으로 화답하기도 했다.
한편 한복을 곱게 차려입고 등장한 버지니아 저지 의원은 축사를 통해 "2000년 시드니올림픽 때 남북이 함께 한반도기를 들고 입장하는 모습을 보고 눈시울이 뜨거워졌다"면서 "오늘은 호주의 '태평양 승리의 날(VP Day)'이기도 한데 남북 외교관들이 다정하게 앉아 있는 모습을 보니 올림픽 때와 같은 진한 감동을 느낀다"라고 말했다.
2부 순서로 진행된 경축행사에서는 광복과 통일을 염원하는 시낭송과 축하음악회 등이 이어졌다. 박사슴씨가 통일염원의 시로 신동엽 시인의 '껍데기는 가라'와 문병란 시인의 '직녀에게'를 낭송했고, 테너 이나리씨가 축가로 '그리운 금강산'을 열창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