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동물보호협회(RSPCA)와 함께 동물학대에 관한 유관사업을 펼치고 있는 세계동물보호기구(WSPA)의 홈페이지.
지난 5일, ABC 라디오 시사프로그램 <피엠(PM)>은 남부 호주 여성 정보단체에 전화 상담을 해 온 가정폭력 피해여성들의 사례를 바탕으로 가정 폭력과 동물 학대가 직접적인 연관이 있다고 보도했다.
남편의 매를 견디지 못한 아내들이 가출을 감행할 경우 이에 대한 보복으로 남편들은 집에서 기르던 개를 때리고 수주일 동안 굶기거나 심지어 죽이기까지 한다는 것. 전화 상담 피해여성 중 일부는 "남편 곁을 영원히 떠나고 싶어도 집에 있는 동물을 보호하기 위해 그대로 참고 지내고 있다"고 전했다.
실제 남편으로부터 상습 구타를 당하는 아내들 5명 중 4명은 남편이 폭력을 휘두를 때마다 집에서 기르는 애완동물도 함께 얻어맞는다고 진술했다.
동 센터 내 가정문제 상담가들은 "사람에 대한 학대와 동물 학대는 깊은 관련성이 있다"며 "배우자를 폭행한 후에는 집에서 기르는 애완동물이 다음 표적이 되며, 마지막으로 자녀들을 폭행하는 단계를 거치게 된다"고 주장한다. 심한 부부 싸움 끝에 집에서 기르던 개나 고양이를 죽여 버리는 잔인성을 드러내고 난 후 잔여 분노를 자녀들에게 향하는 가장들이 예상외로 많다는 것이다.
이들은 또 폭력가정의 절반 이상이 집에서 기르는 동물 역시 폭력의 희생으로 삼는 반면, 비폭력 가정의 애완동물 학대 수준은 거의 제로에 가깝다는 사실을 강조하고 있다.
상담사례에 의하면 흔히들 배우자나 자녀들에게 분노가 치밀 경우 집에서 기르는 개를 걷어찬다거나 때리는 것으로 화풀이를 하고 말 것이라 생각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폭력대상을 사람으로 확대해 나가는 것이 보다 일반적이라는 것이다.
시드니 가정폭력 연구소의 자료는 10대 청소년들의 폭력성향과 성인기의 폭력 잠재성은 동물에 대한 태도에서 관찰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즉 10대의 나이에 동물을 학대하는 행동은 인간 학대의 조짐으로 해석해도 무방하다는 내용이다.
한편 동물학대와 폭력에 관한 연관성을 널리 알리고 이에 대한 예방책 마련을 준비하고 있는 연방 민주당 소속 앤드류 바레트 상원의원은 지난 3일, 의회 연설을 통해 최근 호주를 방문한 미국의 심리학자 프랭크 아시온 교수의 말을 인용하여 두 행동패턴의 상관관계를 설득력 있게 개진했다.
"배우자나 자녀들을 가정폭력에서 보호하기 위해서는 폭력을 미연에 방지하거나, 초기단계의 진압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동물에 대한 학대를 엄중히 다루는 것이 바로 가정폭력 예방의 길이며, 폭력을 초기에 막는 방편이다. 즉 동물학대 행위는 가정폭력의 전초전이자 연계선상으로 이해해야 한다."
동물학대, 일반 범죄와도 깊은 연관
▲호주동물보호협회(RSPCA) 홈페이지
한편, ABC 방송의 <스테이트라인(Stateline)>은 지난 7월 29일, 심리학자들의 입을 빌어 동물학대 행위가 가정폭력과의 연결고리를 고착화할 뿐만 아니라 일반 범죄 행위와도 범죄 심리적으로 깊게 연관되어 있다고 보도했다.
모나쉬 대학의 심리학자 엘레노라 글론은 "동물학대 행위는 잔인한 범행의 예행 단계 혹은, 범죄 행위를 촉발하거나 내재적으로 강화 조장하는 예측단계로 풀이할 수 있으며, 동물에 대한 잔학 행위와 사람에 대한 범죄 행위의 연결고리를 이해하면 범죄 예방에도 기여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방송은 수년 전 자신의 학교 학생들을 인질로 잡고 집단 살해극을 연출한 어느 10대 청소년의 경우를 예로 들었다. 이 학생은 범행 수주 전에 집에서 기르던 자신의 개를 찔러 죽이고 불에 태워 없앤 뒤, 일기장을 통해 "난생 처음 저지른 그 날의 살해 행위로 스릴과 짜릿한 흥분을 느꼈다"고 적어놓았다.
심리학자들은 동물 학대와 인간 학대 사이에는 두 가지 이론이 성립가능하다고 말한다. 첫 번째 이론은 동물을 괴롭히는 행위를 반복하다보면 자연히 인간을 향해 같은 행위를 하게 된다는 것이고, 두 번째는 동물을 학대하는 사람에게는 각종 범죄를 저지를 성향이 이미 내재하고 있다는 이론이다.
학자들 사이에서는 두 번째 가설이 보다 설득력을 가지는 것으로 보도되고 있다. 이와 관련된 연구가 진행될수록 '동물학대는 범죄행위의 바로미터'라는 공식이 보다 확실하게 윤곽을 드러내고 있다는 것이다.
범죄 심리전문가들의 이 같은 연구에 힘입어 RSPCA와 WSPA(세계동물보호기구)등 동물보호단체들은 동물에 대한 가혹 행위의 단순 처벌을 넘어 범죄 예방 차원에서 동물 학대 행위를 보다 엄중하게 다루어 줄 것과, 동물보호협회와 경찰 수사력과의 원활한 연계와 공조체계가 보다 확고해져야 할 것을 요청하고 있다.
| | 호주 동물보호협회란? | | | 동물보호 및 권익 논문 우수작에 장학금 지급도 | | | | 호주 동물보호협회(Royal Societies for the Prevention of Curelty to Animals, RSPCA)는 야생동물에서 일반 가축, 애완동물에 이르기까지 동물 학대 방지 및 보호와 관리를 담당하고 있는 민간단체이다.
호주 RSPCA의 역사는 1871년부터 시작되어 지난 1954년에 정식 출범한 후 현재는 전국 8개 주에서 독립적으로 운영되고 있다. 동물을 사랑하는 사람들로부터 모금 및 재정지원을 받고 있으며 자원봉사도 활발하다. 동물보호협회에서는 동물 학대 신고접수와 처리, 동물 건강 증진 홍보, 길들이기 및 훈련 프로그램 제공, 길 잃은 애완동물 주인 찾아주기, 입양 알선 등 광범위한 활동이 진행되고 있다.
그 가운데 두 가지 독특한 사업은 동물복지 향상을 위한 장학사업과 동물 상해 및 건강 보험(Pet Insurance) 가입 권장 사업을 들 수 있다.
RSPCA의 전 회장의 이름을 딴 알렌 화이트 장학금(the RSPCA Australia Alan White Scholarship)은 매해 동물 보호와 권익에 관한 주제로 연구논문을 응모한 사람 중 우수작을 쓴 1명에게 주어진다.
7천 호주 달러 (한화 약 560만원) 의 장학금을 받은 역대 수여자들의 논문은 <개와 고양이의 조기 불임시술의 효과> <물개의 뒤엉킴 사고 방지대책 연구> <원주민 어린이들을 중심으로 한 초등학교의 동물보호교육> 등 다양한 환경에 처해있는 동물들에 대한 실제적이고도 광범위한 주제를 다루고 있다.
RSPCA는 또 애완동물에 대한 실질적 복지 대책의 확충 일환으로 보험가입을 권유하는 홍보를 펼치고 있다. 집에서 기르는 개나 고양이 등을 위해 매월 2만 원에서 5만 원가량의 보험료를 불입하면 암, 당뇨와 같은 성인병에 대한 진료비는 물론 교통사고 등 상해를 입珦?때 연 최고 8천 호주달러 (한화 약 640만원)까지 지급받을 수 있다.
RSPCA는 애완동물이 병에 걸리거나 뜻하지 않은 사고를 당했을 때 수백 내지 수천 달러에 달하는 비용을 감당할 여력이 없는 주인들이 결국에는 기르던 동물을 포기하는 사례를 막고 정기적인 건강 진단을 독려하기 위해 보험가입을 적극 권장하고 있다. | |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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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화여대 철학과를 졸업한 후 1992년 호주 이민, 호주동아일보기자, 호주한국일보 편집국 부국장을 지냈다. 시드니에서 프랑스 레스토랑 비스트로 메메를 꾸리며 자유칼럼그룹 www.freecolumn.co.kr, 부산일보 등에 글을 쓰고 있다. 이민 칼럼집 <심심한 천국 재밌는 지옥>과 <아버지는 판사 아들은 주방보조>, 공저 <자식으로 산다는 것>을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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