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웃는 강남 "세금? 길어봤자 5년이지"

[현장] 31일 부동산 종합대책 앞두고 강남은 지금 '정중동'

등록 2005.08.22 21:53수정 2005.08.23 0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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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 타워팰리스 주변의 고층 아파트.
강남 타워팰리스 주변의 고층 아파트.오마이뉴스 권우성

정부가 이달 말 발표할 부동산 종합대책을 바라보는 강남의 시선은 싸늘했다.

"정부가 보유세와 양도세를 높이겠다고 하는데, 지금까지 세금으로 집값을 한 번도 잡은 적이 없다. 세금 정책이 일시적인 효과는 있겠지만 답은 아니다. 왜냐? 지속적으로 추진되지 않기 때문이다."

강남구 대치동에서 부동산중개소를 10년 동안 운영한 전아무개씨의 설명이다.

전씨는 "강남 지역은 거래가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면서 "매물이 나오지 않아 전세 가격만 오르고 있다"고 설명했다. 강남구 대치동에 위치한 31평 A아파트는 지난해 말부터 올해 6월까지 1억 원 이상이 올라 7억5천만원~8억원 사이로 시세가 형성돼 있다. A아파트는 전세 1억8천만원 하던 것이 최근 물량이 없어 2억3천만원 이상이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세금정책 지속 안 될 것, 강남 사람들은 경험적으로 안다"

전씨는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양도세 강화 정책은 해법이 될 수 없다고 자신있게 주장했다.

"당분간은 물론 집값이 안정되는 것처럼 보일 거다. 약보합세가 유지된다고 할까. 그러나 집값을 잡을 수 있다고 생각지는 않는다. 누구도 정부의 세금 정책이 지속될 거라고 믿지 않기 때문이다. 강남 사람들은 경험적으로 이 사실을 체득하고 있다.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또 바뀐다고 믿고 있다."


전씨는 부동산 가격을 안정시키기 위해서는 "금리 인상을 검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시중에 떠도는 수백조원의 유동자금이 정착할 곳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좀 다른 이야기일지 모르지만, 지금은 주택보다 땅 투기가 더 심하다. 기획부동산이 전국 방방곡곡의 토지 가격을 올려놓고 있다. 강원도 산골 땅이 20~30만원 하는게 현실이다. 정부가 집값을 잡으려면 강력한 토지 공개념을 도입해 근본 원인을 차단하고, 시중 금리를 높여야 한다."


전씨는 정부가 강력한 규제로 부동산 가격을 잡겠다고 하지만, 원칙적인 정책이 아니기 때문에 '구멍'을 찾아 빠져나갈 수 있다고 덧붙였다.

"정부 정책이 8월 31일 발표되면 9월 1일 지역 공인중개사들이 모여 정부 대책을 피해갈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이 있는지 설명회를 개최한다. 어떻게 하면 세금을 피해가 수 있는지, 어떻게 고객들에게 상담을 해줄 것인지 전문가들에게 의견을 듣는 자리다. 빠져나갈 방법들을 치밀하게 준비하고 있다."

"부동산 소득이 더 높으니 세금을 무서워하지 않는다"

강남은 재건축이 한창이다. 사진은 송파구 잠실4단지 재건축 현장의 모습.
강남은 재건축이 한창이다. 사진은 송파구 잠실4단지 재건축 현장의 모습.오마이뉴스 박수원
대치동에서 부동산 중개업을 하고 있는 백아무개씨 역시 "지금 나오는 양도세와 보유세 강화 등의 부동산 대책으로는 집값을 잡기가 어렵다"고 강조했다.

"정책이 발표되고 고객들에게 정부가 지속적으로 세금을 올릴 것이라고 설명을 하면, 오히려 손님들이 '말만 그렇지 실제는 다르다'고 이야기한다. 정부 정책을 신뢰하지 않는 것이다. 오히려 손님들이 '또 바뀐다'고 말한다. 10.29 대책 발표되고 매매하겠다고 온 손님들에게 앞으로 세금이 많아져서 집값이 오르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가 나중에 엄청나게 항의를 들었다.

백씨는 '피부로 실감할 수 있는 세금' 정책이 펼쳐지지 않는 한 집값 잡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강남에 집을 소유한 고객들은 보유세나 양도세가 오른다고 해도 이를 신뢰하지 않는다. 오른다고 언론에서 계속 떠드는데 실제 자기가 내는 세금은 얼마 되지 않기 때문이다. 더구나 부동산으로 얻는 소득이 세금보다 훨씬 높다고 믿기 때문에 세금을 무서워하지 않는다."

그는 무엇보다 정부가 일관성 있는 정책으로 시장에 신뢰를 줘야 정책의 '약발'이 먹힌다고 말했다.

"정부가 세금을 올리겠다고 말만 하고 실제로는 그렇지 않은 것 같다. 부동산을 보유해서 손해를 보지 않는데, 누가 집을 내놓겠는가. 그리고 정책이 일관성 있게 추진돼야 한다. 세금 정책을 믿지 않는 이유에는 너무 자주 바뀌기 때문이이라는 것도 있다."

5년 보는 정권과 20년 보는 강남 아줌마

길어야 5년인 정권과 20년 이상 길게 보고 투자하는 강남 아줌마들과의 경쟁이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의견도 있었다. 강남구에 있는 한 시중은행 여신 담당자의 설명은 이렇다.

"강남에 아파트를 소유하고 있는 계층들은 여유 자금이 있는 사람들이다. 집을 팔아야 할 만큼 절박한 사람들이 아니다. 강남 아줌마들은 정보와 경험을 통해 준전문가 수준의 식견을 가지고 있다. 재건축을 추진했다가 무산된 한 아파트 주민들은 '정권이 바뀌면 보자'고 기다리고 있다. 대통령은 길어야 임기가 5년이지만, 강남은 다음 세대까지 보고 길게 투자한다. 강남에서 지속적으로 특정당 의원이 당선되는 것은 다 이유가 있다."

이 담당자는 "강남은 교통, 자연환경, 교육 등 제반 여건이 워낙 우수하기 때문에 한번 진입하면 웬만해서는 빠져나가지 않는다"면서 "정부가 이달 말 부동산 대책을 발표하면 시장은 잠시 주춤하겠지만, 강남은 언제고 가격이 또 오를 수 있다"고 내다봤다.

결국 부동산 대책 발표를 앞두고 강남은 '정중동(靜中動)'을 준비하고 있는 셈이다.

한편, 지난 18일 국세청 자료를 토대로 한나라당 최경환 의원이 공개한 '2005년 공동주택 기준시가 구간별 세대수 현황2에 따르면, 기준시가 6억원 이상인 아파트 중 75%는 서울 강남·서초·송파구에 집중돼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반면 강북·관악·구로·금천·노원·도봉·동대문·은평·중랑구 등 9개구는 기준시가가 6억원을 넘는 아파트가 한 가구도 없는 것으로 밝혀졌다.

이는 서울시내 아파트의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 심각하다는 사실을 반증하는 수치다. 기준시가가 실거래가의 70-80% 수준임을 감안할 때 아파트 가격 쏠림 현상은 이 보다 심각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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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시민은 기자다'라는 오마이뉴스 정신을 신뢰합니다. 2000년 3월, 오마이뉴스에 입사해 취재부와 편집부에서 일했습니다. 2022년 4월부터 뉴스본부장을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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