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단과 통일의 독일 현대사>소나무
독일의 분단과정에서 독일 민족 간에 치열한 힘의 대결이 없었음에도 서독과 동독의 골은 깊었다. 1970년 서독 수상 빌리브란트가 제안해 서독과 동독의 첫 정상회담이 두 차례 이루어졌을 때 서독 곳곳에서는 좌우익의 시위가 벌어졌다. 우익계는 그들을 민족반역자로 치부했고 좌익계는 서독이 동독을 승인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로부터 20년 후에야 독일 통일이 현실화 된 것을 보면 지금 우리가 처해 있는 남북한의 거리는 멀고도 먼 셈이다.
어디 그뿐인가. 통일 후 독일의 경제가 어려워졌으며 이는 동독이 서독 인구의 1/4, 경제 규모는 1/8에 지나지 않았다는 데 기인한다. 반면 현재 북한은 남한 인구의 절반 정도이면서도 경제규모는 1/28에 지나지 않는다.
독일은 기민당과 사민당이라는 두개의 큰 축이 정권을 교체하는 동안 동독을 상대하는 시야에 대해 그 이견을 좁혀왔다. 하지만 힘의 정책에서 동방정책으로의 변화가 즉시 통일을 가져오지는 않았다. 자유로운 인적교류와 서로간의 이질감을 줄이기 위한 노력이 있었다. 그럼에도 통일 후에는 동독의 과거사 문제 및 경제재건 문제, 그리고 서로간의 이질감 해소는 쉬운 일이 아니고 현재도 진행형에 있다.
빛 - 서독, 교류비용 아끼지 않아
물론 이 책에서는 이런 문제점들을 따로 떼어내 언급하는 것은 아니다. 문제가 있으면 그에 대한 해결 방안이 있고 그것은 미래 통합이라는 명제로 이어진다. '힘의 정책' 시기, 동독과 외교를 맺은 국가는 서독과의 외교관계가 그것으로 단절된다는 원칙하에 동독고립을 염두에 둔 할슈타인 독트린이 통일정책의 기조였다. 이는 동서냉전이라는 틀 안에서 어쩌면 필연적인 선택이었을 지도 모른다. 우리 역시 서로를 끊임없이 적대시하며 상대방의 입지를 약화시키는 데 노력을 기울여 왔다.
이에 덧붙여 당시 독일은 우리와는 다른 숙제가 한편으로 있었다. 2차 세계대전을 일으킨 전범국가라는 이미지를 씻기 위해 노력을 해왔고 이를 위해서는 친 서방적 외교정책에 중점을 둘 수밖에 없었다. 또한 나치독일에 의해 가장 큰 피해를 입었던 소련에 대해서도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는 입장이었다. 이러한 주변상황을 정리하는 노력은 곧 과거사에 대한 철저한 반성으로 이어졌다. 나치와 관계가 있는 인사는 동서독을 막론하고 철저히 배제되었으며 그로 인해 차후 통일 후에 말썽의 소지가 없었다.
서독은 동독과의 방문교류를 추진하면서 그 비용을 아끼지 않았다. 외화 사정이 좋지 않아 외화 소지를 제한 당하면서까지 서독으로 온 동독인들에 대해 막대한 비용의 환영비를 지급했다. 더불어 청소년 교류도 추진했고 이는 통일로의 물꼬를 튼 원동력이 되었다. 이보다 늦지만 우리도 금강산 관광, 개성공단 등으로 교류의 폭을 넓히고 있다.
'민족생존'이라는 단순한 측면에서도 어떤 식으로든 통일은 오게 되어 있고 그 과정에서 충격을 완화시키는 교류과정은 천천히 그 수순을 밟아가고 있다는 반증이다. 독일 역시 그 과정에서 반발과 시련을 겪어왔음을 이 책을 통해 잘 알 수 있다.
독일 정계의 움직임 서술
이 책은 분단된 국가의 통일 지침서나 통일 과정을 분석하며 나아갈 방향을 제시하는 책은 아니다. 제목 그대로 분단과 통일을 겪은 독일 현대사에 대해 서술한 책이다. 하나의 국가를 두고 그 현대사를 한권의 분량으로 읽기 좋게 엮은 책은 보기 드문 일임에 틀림없다. 이 책은 1994년 저자가 펴낸 <새롭게 쓴 독일현대사>를 보완한 책이다. '분단과 통일'이라는 작은 제목을 덧붙임으로서 독자의 호기심을 좀 더 자극했다고 볼 수 있는데 책의 내용이 이에 못 미치거나 하는 점은 없으며 그에 더해서 독일 현대사를 서술하는 구성의 꼼꼼함을 엿볼 수 있다.
한 마디, '분단과 통일'이라는 제목에도 불구하고 이 책을 읽을 때 굳이 우리나라의 상황을 염두에 넣어 부담을 가질 필요는 없다. 독일 현대사에 대해 잔잔한 필체로 엮은 이 책은 무미건조할 것이라는 선입견과는 달리 독일 정계의 움직임과 변화에 중점을 두고 역동적으로 서술되어 있다.
분단과 통일의 독일 현대사
손선홍 지음,
소나무, 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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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소설 '고주몽', '홍경래의 난' '처용'을 내 놓은 작가로서 현재도 꾸준한 집필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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