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협회장 화났다... "사법개혁 빙자한 개악" 일갈

29일 변호사대회에서 정치권·사개추위·법대교수 등에 직격탄

등록 2005.08.29 18:20수정 2005.08.29 2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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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29일 열린 법의 지배를 위한 변호사대회 모습

29일 열린 법의 지배를 위한 변호사대회 모습 ⓒ 신종철

천기흥 대한변호사협회장은 29일 '법의 지배를 위한 변호사대회'에서 정치권은 물론 사법제도개혁추진위원회 등에 대해 "개혁이라는 이름으로 포장된 개악을 추진하고 있다"며 칼날을 세웠다.

천기흥 변협회장은 '사법개혁에 대한 재성찰'이라는 기조연설에서 "정치권은 예나 지금이나 철저한 ▲지역주의 ▲파벌주의 ▲정경유착주의 ▲인기영합주의에 함몰돼 끝도 모르게 헤매고 있는 것이 현실이며, 가까운 장래에 개선될 희망조차 보이지 않는다"고 비난했다.

천 협회장은 이어 "개혁은 민주주의와 법치주의의 틀 내에서 추구돼야 하는데 최근 논쟁의 대상이 되는 소급입법에 의한 형사처벌은 목적이 어디에 있는지 명백한 위헌이며, 반법치주의적 사고"라며 '헌법을 수호해야 할 정치권에서 개혁을 빙자해 민주와 법치주의를 훼손한다면 그것은 개혁이 아닌 개악의 길로 가는 것으로 국민이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아울러 재계에 대해서도 "재벌기업들이 경제산업화에 기여한 공로는 인정한다 해도 아직까지 정경유착의 썩은 늪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고 구시대적 족벌경영체제에 안주하고 있는 모습이 안타까울 따름'이라고 지적했다.

"법원·검찰·변호사 모두 독자적 아성만 구축 국민 신뢰 잃어"

천 협회장은 그러면서 "법조 삼륜인 법원, 검찰, 변호사 모두 국민들로부터 멀어져 독자적 아성만을 구축함으로써 국민적 지지기반을 상실하고 개혁대상으로 지목 당하는 지경에 이른 것은 숨길 수 없는 사실"이라며 "사법개혁이라는 현실적 소용돌이 속에서 잠시 숨을 고르고 우리 자신을 고해성사하는 심정으로 돌아보는 기회를 갖는 것도 의미 있는 일"이라고 변호사대회에 의미를 부여했다.

그는 또 "과거 법원은 관료화로 인해 조직이 경직돼 있고, 검찰은 권력의 시녀가 돼 정치적 표적수사를 한다는 비판을 받아 왔고, 변호사들은 정의 실현의 사명감을 잃고 직역이기주의에 빠져 있다는 여론의 비난을 받아와 사법개혁은 시대의 필수 과제"라며 "그러나 개혁의 구체적 내용과 절차가 정도(正道)로 가는 것이 아니라 개혁을 빙자해 개악의 길로 가는 것이 아닌가 의문"이라고 주장했다.


일례로 천 협회장은 "로스쿨 도입은 법학교육을 정상화해 '고시낭인'이라는 사회적 폐해를 줄이고 국민에게 저렴한 양질의 법률서비스를 제공하며, 국제적으로 경쟁력을 갖춘 전문 법조인을 양성하자는 것"이라며 "그런데 어찌된 연유인지 사개추위는 로스쿨 설립·운영에 관한 법률안을 작성하면서 정원규정을 고의누락해 제도의 명확한 목적을 불투명하게 했고, 이것은 정원에 관한 불필요한 끝없는 논쟁으로 비화해 혼란을 자초하고 있다"고 사개추위에 강한 불만을 표시했다.

법대교수들에 대해서도 그는 "법학교육부실화를 자초한 책임을 통감해야 할 법대교수들은 법학교육 정상화를 위한 장단기 계획을 제시해야 할 원천적인 의무는 망각한 채 엉뚱하게도 로스쿨 입학정원을 대폭 늘려야 한다는 주장에만 열을 올리고 있다"고 맹비난했다.


아울러 언론에 대해서도 "언론도 사법의 장래를 좌우할 가장 중요한 개혁과제를 교수들과 변호사들의 밥그릇 싸움 정도로 폄하하고 있는 안타까운 실정"이라고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천 협회장은 그러면서 "로스쿨 정원 문제는 법조인의 수급 상황과 밀접한 관련을 갖고 있으며 그 균형이 깨지면 사법시험제도의 폐단보다 더 큰 부담이 국민에게 돌아간다는 명백한 사실을 인식해야 한다"며 "로스쿨은 국제경쟁력 있는 전문 법조인 양성이라는 개혁 본래의 목적에서 일탈해 단순히 사법시험 합격자 대량증원이라는 다른 숨겨진 목적에 악용돼서는 절대 안 된다"고 강조했다.

"사개추위 법률 근거없는 기구"

특히 사개추위에 대해서는 강도 높게 비판했다.

천 협회장은 “현재 사법개혁의 주체로 개혁작업을 주도하고 있는 사개추위에 대해 법률상 근거 없는 기구라는 비판에 유의해야 한다”며 “특히 사법의 백년대계를 구상하고 기틀을 바꾸는 국가적 대사업을 추진하는 기구라면 법률상은 물론 외견상으로도 완벽한 형태를 갖췄어야 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사법개혁은 사법의 내실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법조삼륜이 주축이 돼야 하고, 사법을 인민재판식 개혁 대상으로 취급해서는 결코 성공할 수 없다”며 “현재 사법개혁작업을 주도하고 있는 사개추위의 구성 내용은 법조삼륜의 위상이 크게 위축돼 있어 진정한 사법개혁기구와는 거리가 먼 기형의 모습을 하고 있는 것도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작금의 개혁과정이 소수의 추진세력에 의해 개혁구도가 확정되고, 형식적 공청회 절차를 거쳐 원안 그대로 강행되는 듯한 인상을 불식할 수 없는 점이 매우 유감”이라고 사개추위에 직격탄을 날렸다.

또한 천 협회장은 “변호사는 인권옹호와 사회정의 실현을 사명으로 하는 전문직업인으로 공익을 떠나서는 존립기반을 상실하게 되고 한낱 법률 장사꾼으로 전락하게 된다”며 “그런데도 공익성 회복이라는 사회의식 변화에 눈뜨지 못하고 아직도 전문 법률지식을 내세워 국민 위에 군림하려 하거나 공익에는 관심도 없이 사건 브로커나 고용해 사리를 취하는 지탄받는 변호사들이 우리 주위에 얼마나 있는지 눈여겨봐야 한다”고 법조윤리를 강조했다.

천 협회장은 특히 “정의의 기수이며 법치주의의 전도사들이라고 자부하는 변호사들은 항상 정의의 편에 서서 법치주의를 수호하는 투사가 돼야 한다”며 “그런 의미에서 비민주적 구질서를 타파하고, 반법치적 제도를 개혁하는데 누구보다 앞장서야 하며, 동시에 정치권력에 의해 또는 일부 언론이나 시민단체들의 오도된 여론에 의해 개혁이라는 이름으로 포장된 개악에 대해 눈을 크게 떠 감시하고 이를 단호히 제지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법률전문 인터넷신문 [로이슈](www.lawissue.co.kr)에도 실렸습니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법률전문 인터넷신문 [로이슈](www.lawissue.co.kr)에도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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