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부동산 투기는 서울이나 경기도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어디에서든 볼 수 있는 친숙한 현상이 되어 버렸다.오마이뉴스 남소연
부동산 매매는 중개업자의 도움을 받기도 하지만 결국 선택은 자기 자신이 하는 것이다. 지인 중에 잘 아는 중개업자를 통해 투자 가치가 있는 곳이라며 상가를 분양 받은 분이 있다. 취득세, 등록세를 다 내고 등기 이전을 마친 지 벌써 2년이 넘었지만 아직까지 임대도 되지 않고 매매도 되지 않고 있다. 고의는 아니었지만 그 중개업자는 벌써 다른 지역으로 사무실을 이전한 상태다. 아는 사람이라고 믿고 투자했다가 실패한 경우다.
요즘 부동산을 하는 나도 "사모님, 제주도에 있는 부동산인데요. 지금 투자하시면 큰 돈을 벌 수 있는 좋은 땅이 있습니다"는 전화를 자주 받는데 이른바 '기획부동산'이다(그럴 때는 "저희도 부동산 사무실입니다"라고 하면 조용히 퇴치할 수 있다).
내 주위에도 그런 전화에 혹해서 온천 개발 예정지를 평당 10만원에 산 사람이 있는데 몇 년이 지난 지금까지 온천 개발은 이루어지지 않고 3만원에 내놓아도 매수인이 나타나지 않는다고 한다. 이렇게 부동산은 결국 거래 당사자에게 모든 문제가 넘어오게 되어 있다.
2000년 2월 말, 우리 가족은 급하게 이사해야 했다. 하지만 일주일 정도 집을 보고 다녔지만 마땅한 곳이 나타나지 않았다. 우리 가족이 한데 모여 오붓하게 살아갈 집이 없다는 생각에 생각이 눈앞이 캄캄해졌다. 그때 어렵게 '즉시 입주 가능'한 아파트를 발견했지만 그 아파트는 임대가 아니라 매매로 내놓은 집이었다.
우리는 집주인에게 전세로 해달라고 졸랐지만 주인도 형편이 여의치 않으니 꼭 팔아야 한다는 게 아닌가. 그때 중개사무소 소장님이 이색적인 제안을 했다. 매매를 하되 잔금을 준비하는 3개월은 전세로 하고 그 후에도 돈이 안 되면 아파트를 담보로 대출을 받는 게 어떻겠냐고.
결국 우리는 3개월 동안의 전세 계약서와 3개월 후에 잔금을 치른다는 아파트 매매계약서 이렇게 두 장의 계약서를 썼다. 그렇게 해서 우리는 32평 아파트에서 살게 됐고 비록 대출을 받기는 했지만 우리 집을 가질 수 있었다. 그렇게 3년을 지내고 지금 집으로 이사하기 위해 집을 팔았을 때는 살 때보다 2500만원이나 올라 있었다. 나는 좋은 부동산 중개업자를 만난 운 좋은 경우였다.
집을 살 것인가, 전세로 지낼 것인가
만약 그때 소장님이 그런 제안을 하지 않았다면 우리는 아직까지 우리 집을 가지지 못하고 전세를 전전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중개업자를 하는 지금도 나는 고객들에게 자금이 조금 부족하더라도 은행 대출을 활용해 전세를 얻기 보다는 자기 집을 마련하기를 권한다.
대한민국에서 평범한 서민이 목돈을 마련해 집을 사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월급을 모아 그야말로 정직하게 내 집을 마련하려면 몇 십 년이 걸릴지 모르는 일이다. 때문에 하염없이 기다리기 보다는 대출을 활용해 집을 마련하는 것이 더 현실적이라고 생각한다.
다달이 들어가는 이자가 큰 부담이 되지 않는다면 그것이 한국 사회에서 집을 마련할 수 있는 현실적인 방법은 될 수 있을 것이다. 획기적인 부동산 대책이 나오지 않는 한 말이다. 부동산을 '투자'의 수단으로 생각하는 것에서 '투기'가 시작된다지만 어쨌든 집 없이 한국에서 산다는 게 만만치 않은 것 또한 현실 아닌가.
정부가 8·31 부동산대책을 발표했다. 그 실효성을 놓고 말이 많기는 해도 값비싼 집을 투기 목적으로 여러 채 가지고 있는 사람은 그래도 팔려고 매물로 내놓지 않을까 생각한다. 주택거래신고지역으로 지정된 탓도 있지만 창원의 40평 이상 대형 아파트들도 서서히 가격이 내려가고 있는 추세다. 물론 실수요자들이 많은 20, 30평대 가격이 크게 떨어지진 않겠지만 말이다.
현재 창원의 부동산 중개사무소는 개점휴업이나 다름없는 상태다. 그래도 나는 다시 부동산 가격이 폭등하기를 바라지 않는다. 원하는 사람이라면 평생을 바치지 않고도, 시세차익 따지며 머리 굴리지 않아도 자기 집을 마련할 수 있기를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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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땅 있다고요? 여기도 부동산 사무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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