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초'란 이름은 누가 지었을까?

해가 지면 잎을 접고 해가 뜨면 잎을 펴는 사랑초의 매력

등록 2005.08.30 06:25수정 2005.08.30 1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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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봄 이웃집에 놀러갔다가 '사랑초(서양이름:옥살리스)' 분갈이 하는 것을 목격하게 되었다. 원래는 행운목이 워낙 키가 큰 것이라서 그 밑동이 단조로울까봐 장식용으로 꽃집에서 한 뿌리 심어 준 것이었는데 이것이 너무 번창하는 바람에 옮겨 심는 것이라 했다.


사랑초의 뿌리는 행운목 뿌리 사이를 비집고 들어가서 그냥 한꺼번에 가볍게 들어내고자 했던 주인장의 이마에 땀방울을 맺히게 했다. 마침 그 광경을 목격하게 된 나는 먹이를 본 무엇처럼 자청하고 나섰다. 이런 일 있으면 진즉에 나를 불러야지 하면서.

그제 것 사랑초를 남의 집이나 꽃집에서 보기만 했지 실지로 기르지는 않았기에 사랑초 분갈이를 하는 일은 나에게 특별한 즐거움을 주었다. 사랑초 뿌리는 새끼손가락 두 치 정도의 크기로 중간이 조금 두툼하고 양끝이 얇았다.

2005년 8월 사랑초가 잎을 펼때
2005년 8월 사랑초가 잎을 펼때정명희
사랑초의 주인장에게 자신 있게 분갈이를 하겠다고 장담을 했으나 막상 뽑으려하니 생각처럼 쉽지 않았다. 그래서, 에라, 모르겠다. 되는 대로 사랑초 뿌리를 마구 뜯어내게 되었다. 그렇게 하면서도 사랑초 전체를 죽게 만드는 것은 아닌가 걱정이 되었다.

"혹시 뿌리가 떨어지고 부러져서 죽어버리면 어떡하지? 내 책임인가, 변상해야 돼?"
"그런 걱정 마슈. 사랑초의 최대 장점은 번성하는 것에 있어. 뿌리가 낱낱이 떨어진 김에 당신도 서 너 뿌리 가져 가. 놀라운 번식력을 목격할 테니."

"놀라운 번식력? 이렇게 여린 줄기에다 잎도 보통의 잎 같지 않게 고혹적인 것이 번식력이 대단하다고?"
"응, 몇 뿌리만 가져가도 금세 화분 가득 잎이 나올 거야."


설마, 반신반의 했으나 몇 뿌리 가져온 사랑초는 봄 내내 무럭무럭 자랐다. 자고나면 새순이 올라오고, 올라오고 하였다. 무엇보다 사랑초의 최대 매력은 해가 지면 잎을 접고 해가 뜨면 잎을 편다는 것이다.

나비가 그 우아한 날개를 접듯 사랑초는 해질 무렵이면 엉거주춤 접혀져 있다가 이내 완전히 잠든 자세를 취하곤 했다.


2005년 8월 사랑초가 꿈나라로
2005년 8월 사랑초가 꿈나라로정명희
물론 아침이면 저 먼저 일어나 잎을 활짝 펴고 아니 태양을 향해 두 손을 최대한 벌린 듯한 자세를 취했다. 그 모양은 마치 '아, 개운하게 잘 잤다'며 태양을 향해 속삭이는 듯하다.

사랑초는 여느 화초와는 달리 매일 매일 잎을 폈다 접었다 하루 두 번 '공연'을 해 주기 때문에 어른뿐만 아니라 아이들에게도 즐거움을 준다.

"얘들아, 봐라. 사랑초 잠들었다. 너네도 어서어서 밥 먹고 잘 준비하자. 그리고, 사랑초가 언제 일어나는지 궁금하지 않니?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서 사랑초가 몇 시에 일어나는지 엄마인데 알려 주면 맛있는 것 사주~~지."

어디 잎뿐인가. 사랑초는 여린 분홍빛 꽃도 피우는데 가지가 너무 가늘어서 꽃을 피우다 고개를 떨어뜨리기도 한다. 그 모습을 보면 애처롭기 이를 데 없다. 그나저나, 누가 이 아름다운 화초를 '사랑초'라 이름 하였는지 몹시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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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간이라는 말이 좋습니다. 이 순간 그 순간 어느 순간 혹은 매 순간 순간들.... 문득 떠올릴 때마다 그리움이 묻어나는, 그런 순간을 살고 싶습니다. # 저서 <당신이라는 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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