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 8월 사랑초가 잎을 펼때정명희
사랑초의 주인장에게 자신 있게 분갈이를 하겠다고 장담을 했으나 막상 뽑으려하니 생각처럼 쉽지 않았다. 그래서, 에라, 모르겠다. 되는 대로 사랑초 뿌리를 마구 뜯어내게 되었다. 그렇게 하면서도 사랑초 전체를 죽게 만드는 것은 아닌가 걱정이 되었다.
"혹시 뿌리가 떨어지고 부러져서 죽어버리면 어떡하지? 내 책임인가, 변상해야 돼?"
"그런 걱정 마슈. 사랑초의 최대 장점은 번성하는 것에 있어. 뿌리가 낱낱이 떨어진 김에 당신도 서 너 뿌리 가져 가. 놀라운 번식력을 목격할 테니."
"놀라운 번식력? 이렇게 여린 줄기에다 잎도 보통의 잎 같지 않게 고혹적인 것이 번식력이 대단하다고?"
"응, 몇 뿌리만 가져가도 금세 화분 가득 잎이 나올 거야."
설마, 반신반의 했으나 몇 뿌리 가져온 사랑초는 봄 내내 무럭무럭 자랐다. 자고나면 새순이 올라오고, 올라오고 하였다. 무엇보다 사랑초의 최대 매력은 해가 지면 잎을 접고 해가 뜨면 잎을 편다는 것이다.
나비가 그 우아한 날개를 접듯 사랑초는 해질 무렵이면 엉거주춤 접혀져 있다가 이내 완전히 잠든 자세를 취하곤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