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집의 수동식 잔디깎이.정철용
수동식 잔디깎이로 잔디를 깎으면 작업 시간이 두 배 이상 걸리긴 하지만, 우리집 잔디밭이 모터의 동력을 빌려야 할 정도로 넓지 않으니 그렇다. 또한 수동식 잔디깎이로 잔디를 깎는 일은 기계식 잔디깎이로는 쉽게 맛볼 수 없는 잔디 깎는 즐거움을 안겨 주기 때문에 그렇다.
하지만 처음에는 웽웽거리며 모터가 돌아가면서 신속하게 작업을 해내는 이웃들의 기계식 잔디깎이가 많이 의식되어 우리집 수동식 잔디깎이가 몹시도 궁색하고 초라하게 여겨지기도 했다. 아내도 좀 창피한 마음이 들었는지 아니면 잔디를 깎는 일은 남자의 할 일이려니 하고 생각했는지, 한동안은 내가 잔디를 깎아도 거들떠 보지도 않았다. 그 사이에 나는 잔디 깎는 재미를 혼자서 만끽할 수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뒷짐만 지고 있던 아내가 어쩐 일인지 잔디를 깎아 보겠다고 나섰다. 아내는 잔디깎이를 손으로 밀며 두어 번 잔디밭을 오가더니 눈을 반짝이며 말했다. 이거, 생각했던 것보다 쉽고 재미있네. 그 이후로 아내는 본격적으로 잔디 깎기에 나섰고 요즘도 잔디깎이를 미는 쪽은 나보다는 아내인 경우가 더 많다. 그만큼 나의 즐거움은 줄었지만 아내의 즐거움이 곧 나의 기쁨이 아니겠는가!
3.
잔디 깎기의 즐거움은 먼저 그 소리에서 느껴진다. 내 손이 잔디깎이를 밀고 나갈 때 회전 칼날이 돌아가면서 사각사각거리며 풀을 잘라내는 소리를 듣고 있노라면, 내 마음밭에 가득 자라난 온갖 근심과 분노와 초조와 불안의 잡풀들까지도 뎅강뎅강 잘려나가는 듯해 마음이 편하고 개운해진다. 금방이라도 폭발할 듯이 웽웽거리며 돌아가는 모터를 돌리는 기계식 잔디깎이로는 도저히 이런 마음의 평화를 얻지 못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