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공장에서 희망 찾아요"

그림공장 단원 김성건씨를 만나다

등록 2005.09.01 22:01수정 2005.09.02 14:57
0
원고료로 응원
미술 창작단 '그림공장'의 김성건씨는 여느 단원들과 마찬가지로 요즘 눈코 뜰새 없이 바쁘다. 9월 초에 있을 '가극단 미래'의 공연 무대를 맡았기 때문이다.

아직 여름 무더위가 가시지 않은 오후, 그림공장 사무실 앞에서 무대를 조립하느라 비지땀을 흘리는 김성건씨는 다른 단원보다 두 배의 땀을 흘린다. 세 살 때 당한 사고로 오른팔을 잃어 남들이 두손으로 할 일을 한 손으로 처리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단원들은 생활에서나 창작 활동에서 여느 사람과 똑같은 몫의 일을 하고, 오히려 더 빈틈없이 일을 해내는 김성건씨 때문에 그의 이런 사정을 곧잘 잊어 버리곤 한다.

a

ⓒ 박준영

김성건씨는 자칭 타칭 그림공장에서 가장 많이 변화 발전한 사람'으로 꼽힌다. 그림공장에서 결정한 일에 대해서 가장 꾸준히 오랫동안 지키는 사람이 바로 성건씨이고, 아침 약속을 가장 성실하게 지키는 사람 또한 성건씨이다. 한결같이 성실한 그를 같이 활동하는 단원 전진경씨는 '바른생활맨'이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뿐만 아니다. 사람과의 관계에서 소극성이 농후했던 그는 어느새 사람들의 마음을 깊이 이해하려 하고 세심히 배려하기 위해 애쓴다. 단원들의 눈에는 그의 애씀이 너무나 잘 보인다고 한다. 초반에는 그림공장을 나가겠다는 생각까지 했던 그가 지금은 가장 성실한 단원이 되기까지 그를 변화시킨 힘은 무엇일까.

김성건씨는 7년째 그림공장에서 일하고 있다. 99년 창단 단원으로 시작해서 지금까지 한눈 팔지 않고 그림공장과 울고 웃으면서 7년을 보낸 그는 "지난 7년을 그림공장과 떼어놓고는 상상할 수 없다"고 말한다.

그에게 그림공장은 '미술의 힘'을 가르쳐준 곳이다. 홍익대 미대 4학년 재학 시절, 서울지역미술대학연합을 재결성하기 위해 동분서주했으나 결국 좌절로 끝나면서 그는 개인 창작 활동에 몰두하기로 했다. 대학 시절 배웠던 우리 사회의 현실과 나아갈 바를 작품에 표현하는 것에 만족해야 했다.


그러던 그에게 기회가 왔다. 99년 그림공장을 만들어 보자고 인송자(현 대표)씨가 손을 내민 것이다. 그는 흔쾌히 손을 잡았다.

"주저하지 않았던 것은 아니예요. 서미연 재결성이 좌절되면서 마음이 위축되고 소극적으로 변했답니다. 그런데 제 마음 한켠에는 누군가 나를 건드려 주길 바랬나 봐요. 내가 나서서 할 자신은 없었지만 함께 할 동지가 있다면 기쁘게 나서고 싶었던 거죠."


그러나 그에게 시작은 순탄하지 않았다. 분단된 조국의 현실을 외면할 수 없다는 생각을 실천에 옮기고 싶은 열망에 그림공장과 함께 하기는 했지만 그림을 무기로 조국통일에 복무한다는 것이 의아하기만 했다. 아직까지 그림과 통일운동이 하나로 결부되지 않았던 게다. 그러다 보니 생활도 쉽지 않았다. 아프다며 늦게 출근하기가 일쑤였고 여름만 되면 기진맥진하는 등 자신의 힘든 모습을 여과없이 그대로 노출 시켰다. 심지어는 나가겠다는 말을 꺼내기도 했다.

"미술의 힘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글로 봐 왔던 것을 내 눈으로 직접 확인하게 되면서 신념이 생겼습니다. 나만 즐기는 미술이 아니라 모두가 즐길 수 있는 미술을 목격했습니다."

그림공장은 창단 이후 끊임없이 사회의 문제를 그림으로 표출했다. 2000년 매향리전, 2001년 미군에 의한 학살만행 고발展 점령군, 2003년 淸算(청산)전에서부터 각종 대중집회 걸개그림까지…. 그림공장은 백마디의 말이 아니라 하나의 그림으로 대중에게 사회의 현실을 보여주고 사랑과 분노로 주먹을 쥐게 만들었다.

성건씨는 의아하기만 했던 '미술의 힘'을 자신의 작품에서, 그림공장의 작품들에서 직접 확인했던 것이다. 이렇듯 그림공장의 방향이 옳다는 것, 그 길이 승리의 길이라는 것을 깨달은 그는 조금씩 변하기 시작했다.

옳다는 것, 그리고 승리를 확신하는 사람은 행복할 것이다. 하기에 김성건씨도 행복하다. 자신에게 행복을 주니 아침에 일찍 나오고 싶고, 결정한 일은 꼭 지키고 싶고, 고민이 있어도 툭 터놓고 이야기하고 싶으리라.

"어려움이 없는 것은 아닙니다. 그렇지만 우리의 노력 여하에 따라 (그림)공장이 발전하고, 세상은 점점 좋아지고 있습니다. 그거 생각하면 당장의 어려움은 보이지 않죠. 어려움이 있으면 조직에 의지하면 됩니다. 조직에서 희망을 찾고 있습니다."

정의와 승리를 확신하는 사람은 행복하고 행복한 사람은 낙관에 넘치기 마련인가 보다.

"민족과 사회를 이롭게 하는 활동은 삶을 윤택하게 한다"는 김성건씨. 그는 정이 오가는 생활이 좋단다. 경쟁하는 것이 끔찍이도 싫은 그는 '저 사람을 이겨야 하는데'라는 생각을 하면서 사는 게 얼마나 머리가 아플까 라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통일운동도 결국 누가 잘 났냐고 내기하는 게 아니라 서로 힘 합쳐 같이 잘 사는 나라를 만들자는 것"이라고 생각하기에 그런 사회를 빨리 만들고 싶은 욕심에 나선 길이니 윤택하고 행복할 수밖에 없다는 거다.

그는 자신이 희망하는 사회는 우리 나라 모든 사람이 희망하는 사회라고 덧붙이기도 했다. 누구나 사회가 밝고 건강해지기를 바라고 있으며 그런 미래를 좀 더 빨리 실현하는 데 모두가 나설 수 있도록 그림으로 사람들을 일으키는 그림공장의 단원으로 생활하는 것이 그에게는 그지없는 기쁨이다. 자신이 느끼고 있는 삶의 윤택함을 하루빨리 다른 사람들도 느끼기를 그는 지금도 희망하며 힘차게 '자주통일의 붓'을 휘날리고 있다.

덧붙이는 글 | 이 글은 자주민보에도 게재되었습니다.

덧붙이는 글 이 글은 자주민보에도 게재되었습니다.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주권자전국회의에서 파트로 힘을 보태고 있는 세 아이 엄마입니다. 북한산을 옆에, 도봉산을 뒤에 두고 사니 좋습니다.


AD

AD

AD

인기기사

  1. 1 집 정리 중 저금통 발견, 액수에 놀랐습니다 집 정리 중 저금통 발견, 액수에 놀랐습니다
  2. 2 한전 '몰래 전봇대 150개', 드디어 뽑혔다 한전 '몰래 전봇대 150개', 드디어 뽑혔다
  3. 3 저는 경상도 사람들이 참 부럽습니다, 왜냐면 저는 경상도 사람들이 참 부럽습니다, 왜냐면
  4. 4 국무총리도 감히 이름을 못 부르는 윤 정권의 2인자 국무총리도 감히 이름을 못 부르는 윤 정권의 2인자
  5. 5 "한달이면 하야" 언급한 명태균에 민주당 "탄핵 폭탄 터졌다" "한달이면 하야" 언급한 명태균에 민주당 "탄핵 폭탄 터졌다"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