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침반, 방향만 가리키지 않는다

<나침반의 역사>를 읽고

등록 2005.09.03 20:46수정 2005.09.04 08: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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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침반> 책 표지
<나침반> 책 표지길벗어린이
우리는 종종 어떤 사람에게 ‘나침반 역할을 했다’, ‘나침반이 되었다’는 말을 한다. 이는 한 분야에서 중요한 성과를 이루어서 다른 사람들에게 기준이나 모범이 되었다는 뜻이다. 방향을 가리키는 성질을 가진 나침반의 특성이 잘 드러난 표현이다.

기원전 560년에서 546년까지 리디아 왕국에서 12면체 모양 수정과 결합된 검정색 광물이 처음으로 발견된다. 이 신기한 돌이 신발에 박힌 징과 쇠막대기 끝을 끌어당기는 것을 알게 되었다.

중국인들에 의해 기원전 3세기경 나침반이 발명된 것으로 전해진다. 그들은 쇠붙이나 바늘, 숟가락을 자석돌에 댔다가 평행으로 놓을 경우, 언제나 같은 방향을 가리킨다는 사실을 발견한다. 중국인들은 수백 년 동안 자석의 이런 힘을 주로 점을 보는데 사용했다. 11세기에 이르러서야 항해에 방향을 잡는데 자석을 이용했다.


12세기 초 아랍을 비롯한 북유럽과 남유럽의 뱃사람들은 자기를 띤 바늘을 제대로 사용하게 된다. 지푸라기를 띄우고 그 위에 자기를 띤 바늘을 올려놓는 단순한 형태의 나침반을 ‘갈라미트’라 불렀다. 갈라미트는 바늘과 바늘을 받치고 있는 지푸라기가 그릇 안쪽에 쉽게 부딪쳐 사용하기 불편했다. 그래서 만든 것이 360도 자유자재로 돌아가는 건조 나침반이다.

15세기에 이르러 나침반은 정식 항해도구가 되었고, 오늘날과 같은 의미의 나침반이란 이름을 얻게 된다. 르네상스 시대가 되자 항해 나침반은 새로운 지리적 발견을 위해 대서양을 횡단하는 초기 항해자들에게 없어서는 안 될 도구가 되었다. 콜럼버스가 처음 대서양 횡단을 할 때도 여러 개의 나침반을 가지고 갔다.

항해 나침반은 실제 정확히 북쪽을 가리키지 않는다. 이 사실을 알게 된 사람들은 나침반이 가리키는 북쪽과 북극성이나 태양이 자오선(경선)을 통과하는 방향을 비교해야 했다.

1600년, 영국의 과학자 길버트는 <자석에 대하여>라는 책을 펴낸다. 이 책에서 그는 지구 자체가 마치 거대한 자석과 같이 움직인다는 사실을 증명했다. 18세기 중반 이후 나침반과 속력측정기를 이용해 배의 위치를 계산할 수 있게 된다. 17세기에서 18세기 아직 손목시계가 나오기 전 많은 사람들은 나침반이 달린 해시계를 가지고 다녔다.

19세기에 들어 배에 쇠붙이가 점점 많이 쓰이게 되면서 선박 기술자들과 과학자들은 쇠붙이가 나침반에 미치는 영향을 줄이는 방법을 찾아야했다. 영국의 물리학자 캘빈이 나침반 양쪽에 커다란 평형구를 하나씩 달아 문제를 해결했다.


1820년 덴마크의 물리학자 외르스테드는 전자기학의 탄생을 알리는 유명한 실험을 하게 된다. 전기가 흐르는 선 가까이 가면 자기장 때문에 나침반 바늘이 흔들린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프랑스 물리학자 앙페르와 아라고는 처음으로 전자석을 발명한다. 전자석은 철 막대에 전기가 통하는 선을 감아서 만든 것으로 전류를 흐르게 하면 자석의 성질을 띠고, 전류를 끊으면 자석의 힘을 잃어버리는 성질을 갖고 있다. 자기장의 조절이 가능해 진 것이다. 이런 실험들의 성공으로 전자기학의 놀라운 역사가 시작된다. 훗날 전신기, 전화, 자기 부상열차와 같은 수많은 발명으로 이어진다.


19세기에 이르러 자석 바늘이 축에 고정되지 않아 마찰을 일으킬 염려가 없는 액체 나침반이 등장한다. 초기 액체 나침반이 사라진 지 600년만에 다시 액체 나침반을 쓰게 된 것이다. 자석에 대한 연구는 자기장으로 이어지고 ‘지구자기학’이라는 학문으로 자리 잡는다. 또 이를 이용해 관측소를 만들어 기상연구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오늘날은 위성 위치 추적 장치가 인공위성에서 보내는 정보를 이용해 지상에서의 위치를 알게 해준다.

이 책에 담겨 있는 나침반의 역사를 정리해 보았다. 나침반은 연구 발전하면서 자석, 자기장에 대한 연구가 활발히 이루어졌다. 이런 연구 결과는 나침반이라는 방향을 알려주는 도구로만 한정되지 않았다. 전신기, 전화, 자기 부상열차로 이어지고 기상측정을 가능하게 했다. 또 자기장에 대한 연구로 ‘지구자기학’이라는 학문을 이룩하기에 이르렀다.

어떤 한 분야를 분리해서 역사를 읽어 나가는 것은 매우 흥미롭다. 식물역사, 비행의 역사, 과학의 역사, 지도의 역사, 문자의 역사, 통신의 역사, 지구의 역사, 우주의 역사, 나침반의 역사. 이런 다양한 분야의 역사 읽기를 하다보면 오래된 과거가 아주 가깝고 친근하게 느껴진다. 또 오늘의 나을 인식하게 되고 미래의 모습을 예측하게 된다.

이제 내게 나침반은 단순히 방향지시 기능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나침반이 갖고 있는 역사를 함께 한다.

덧붙이는 글 | 도서제목 : 나침반
저    자 : 올리비에 소즈로
출 판 사 : 길벗어린이

리더스 가이드와 알라딘에 실었습니다.

덧붙이는 글 도서제목 : 나침반
저    자 : 올리비에 소즈로
출 판 사 : 길벗어린이

리더스 가이드와 알라딘에 실었습니다.

나침반 - 북쪽을 가리키는 길잡이 자석

올리비에 소즈로 지음, 세르쥬 세카렐리 그림, 길미향 옮김,
길벗어린이, 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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