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옆집 김경희 할머니가 인터넷 게임에 빠져 있습니다.오창경
"거기, 거기 막대기 두 개짜리. 그게 부서지고 나면 그 옆에 눈사람도 떨어지잖여."
"여기요? 거리가 좀 있는데 떨어질까요?"
"된다니께. 어째 젊은 사람이 눈 밝아서 잘 할 줄 알았는데 아직 멀었구먼. 나는 오늘 빵빠레를 두 번 씩이나 울렸다니께."
이것은 우리 옆집 할머니가 제가 하고 있는 컴퓨터 게임에 훈수를 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아직 30대이며 인터넷 세대인 제가 우리 옆집 74세 김경희 할머니한테 인터넷 블록 맞추기 게임을 배우고 있다면 믿으시겠습니까?
게임에 눈곱만큼도 관심이 없던 제가 요즘엔 컴퓨터 앞에만 앉으면 블록 맞추기 게임을 하게 된 것은 순전히 옆집 할머니 때문입니다.
서울에 사는 작은 아들네 집에 한동안 머물었던 할머니는 저녁이면 아들, 손자, 며느리 다 모여서 인터넷 게임에 열중하는 모습을 보았답니다. 저녁마다 온 가족을 열광하게 하는 인터넷이라는 것이 무엇인지 궁금해서 손자의 어깨 너머로 구경하던 할머니는 당신도 인터넷의 바다에 빠져 보기로 결심하셨습니다. 그리하여 손자를 통해 처음 배운 것이 블록 맞추기 게임이었습니다.
아들네 집에서 모두가 잠든 사이에 뒤늦게 배운 도둑질(?)로 꼬박 날 밤을 새던 할머니는 시골로 내려와서도 그 맛을 잊지 못해 하셨습니다.
할머니의 그런 마음을 헤아린 것은 역시 가까운 곳에 사는 큰 며느리였습니다. 할머니의 큰 며느리 역시 게임 마니아라서 할머니의 심정을 이해한 것이지요.
"어머니, 밤새우지는 마시고 이제는 고스톱도 인터넷으로 치셔요."
성격이 시원시원한 할머니의 큰 며느리는 컴퓨터를 들여다 주더니 바로 인터넷을 연결해 드리고, 고스톱 게임에 할머니를 회원 가입까지 시켜 놓았습니다.
처음 한동안 할머니는 인터넷 세상으로 들어가는 길목 길목을 찾기 위해 저를 뻔질나게 불러댔습니다. 그렇게 해서 제가 할머니의 손을 잡고 인터넷 세상으로 한 발씩 안내하게 되었지요. <오마이뉴스>를 찾아서 읽는 법이며, 궁금한 것이 있을 때 인터넷 검색을 하는 법 등을 가르쳐 드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