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체역사소설> 흐르는 강 120

대원군 집정기 무장개화세력의 봉기, 그리고 다시 쓰는 조선의 역사!

등록 2005.09.08 07:34수정 2005.09.08 1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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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둥둥둥둥----."

북이 가쁘게 울었다.


"우어어- 푸우."

소 네 마리가 사령들을 따라 네 방위로 걷기 시작했다.

"으으웁....."

소가 몇 걸음 딛지 않아 천 서방의 사지가 팽팽해지기 시작했다.

"으려!"


고삐를 잡은 사령들이 소를 잡아챘다.

"끄으....."


천 서방이 이를 악물고 온몸에 힘을 주었다. 그러나 사지를 묶은 밧줄은 더욱 팽팽해지고 천 서방의 몸은 공중에 떠 있을 뿐이었다.

"푸우- 푸후후."

저항을 이기려는 듯 소들의 코푸레 소리가 더욱 거칠어지고 있었다.

"으아아악----"

"우지직-"

비명소리가 우악스럽다 싶더니 이내 사지가 분리되었다. 양팔이 빠져나가고 왼다리가 끊긴 채 몸에 붙은 오른 다리는 여전히 끌려가고 있었다. 피. 사방이 피로 진득거렸다.

"으어허아! 네 이놈들 천벌을 받을 게야. 기필코 불지옥에 떨어질 것이야! 으아아."

천 서방의 석고산이가 묶인 몸으로 미친 듯 절규했다. 눈에 흰자위가 덮여 흡사 실성한 사람의 형용이었다.

"네 놈 차례니 얌전히 있거라 이놈!"

사령이 육모방망이로 석고산이의 어깨죽지를 내리치고는 다시 정렬한 소 가운데로 끌었다. 몸부림치며 발광하던 석고산이가 막상 사지를 묶이자 조용해졌다.

"헤헤헤헤, 이히히히히."

누운 채 풀린 눈으로 하늘을 보며 웃었다.

"둥둥둥둥."

다시 북이 울고, 소가 움직이고, 석고산이의 사지가 당겨졌다. 하늘을 향해 부릅 뜬 눈을 그대로 둔 채 팔다리가 풀려나갔다. 구경꾼들은 한편으론 눈을 가린 채 한 편으론 이 좋은 구경을 놓칠세라 까치발을 한 채 목을 빼었다.

이윽고 종복 둘의 거열형이 끝나자 양반님네의 참수를 구경하고자 시선을 돌렸다. 망나니들이 자기 순서를 맞은 광대들처럼 언월도를 들고 덩실거렸다.

"허엽!"

한껏 머리 위로 치켜든 언월도를 힘껏 내리 그었다.

"콱-"

눈을 감고 기다리던 안여준의 머리가 툭 튀었다. 모래에 붉은 피가 꿀렁꿀렁 스몄다. 망나니가 정성을 들였던지 한 번에 깔끔하게 끝났다. 만약 돈푼이라 찔러주며 청을 넣지 않는다면 세 번 네 번 내려치며 끊어내는 험한 몰골을 보이기 일쑤였기에 이동규가 미리 인정을 넣은 것이었는데 효험이 있었다. 빌어먹을 일이었다. 벗의 머리가 깨끗이 떨어져 기뻐해야할 처지라니...... 이어 기도하던 안여준의 아낙 목이 떨어지고 안여준의 사촌 둘도 목이 끊겼다.

"시신의 수습은 요한 형제의 친지들에게 맡기고 자넨 속히 충주의 피신처로 사람을 놓게. 거기 은신중인 장정 중 희망하는 사람은 마포 송인석 여각을 찾아가라 이르게."

이동규가 잇사이로 말을 뱉었다.

"그럼 결정을 내리신 것입니까요?"

"권기범 그 사람을 믿어보는 수밖에. 더이상은.... 더이상은 안돼. 이대로 있을 순 없어."

이동규의 눈이 충혈되어 있었다.

"다른 교구 쪽은 어찌할갑쇼?"

"우선 당장 여기 공충도의 교우들은 내가 만나 보겠네. 자넨 내 말이라 전하고 전라와 경상도 쪽에도 사람을 보내게."

"동조를 할깝쇼?"

"내 뜻이라 정하면 박정히 하지는 않을 걸세. 나머진 장정들의 본의에 맡기는 것이고."

"예, 알겠습니다요. 전 그럼."

덥썩부리 사내가 획 돌아 먼저 군중사이를 빠져 나갔다. 이동규는 젖은 눈으로 황새바위 밑에 나뒹구는 친구 안여준의 머리를 뚫어지게 응시했다. 핏빛 모래를 곁으로 두고 금강은 말없이 흘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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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서.화에 능하고 길떠남에 두려움이 없는 생활인. 자동차 지구 여행의 꿈을 안고 산다. 2006년 자신의 사륜구동으로 중국구간 14000Km를 답사한 바 있다. 저서 <네 바퀴로 가는 실크로드>(랜덤하우스, 2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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