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때문에 두통약까지 먹었어요

댓글 통해 욕먹고 마인드 바꿔

등록 2005.09.08 10:42수정 2005.09.09 1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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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불륜'은 '공공의 적'이다

미디어 섹션에 <불륜은 공공의 적>이라는 기사를 쓰면서 난 무척 행복했다. 글 쓰는 사람이 행복한 이유야 뻔하지 않은가. 글이 술술 잘 풀리고, 꽤 만족스런 글이 만들어졌을 때 하늘로 '붕'하고 날아오를 것처럼 행복해진다. 이 기사는 정말 술술 잘 써졌고, 지금까지 내가 썼던 기사 가운데 가장 만족스러웠다.


그래서 이 기사가 생나무에 오르든 잉걸에 오르든 그 이상이 되든 내게는 별로 문제가 되지 않았다. 내가 정말 바라는 것은 나 스스로를 만족시키는 기사를 매일 한 꼭지씩 쓸 수 있었으면 하는 것이니까.

분재를 가꾸는 사람들이 그게 돈 안 되는 일이지만 시간도 돈도 투자하면서 그 일에 매달리는 것은 그 일에서 기쁨을 느끼기 때문이지 다른 이유는 없다고, 산책하다가 우연히 만난 한 분재인에게서 들었다.

그이처럼 나도 글쓰기를 하면서 시간 가는 줄 모르게 몰입하게 되는 글이 있다. 몰입하면서 행복을 느끼므로 이렇게 몰입한 채 쓴 글에는 정말 각별한 애정을 갖게 된다. 이렇게 쓰기가 나에게는 좀 힘들기 때문이다. 쓰기 위해서 머리를 쥐어짜면서 간신히 쓰는 글이 있는데, 이런 글은 확실히 읽으면서 맥이 제대로 흐르지를 못하고, 호흡도 끊기고 만족스럽지가 못하다.

이런 이유에서 나는 <불륜은 공공의 적이다>를 쓰고 아주 기뻤다. 그런데 그 기쁨이 오래 가지를 못했다. <오마이뉴스>에 기사를 올리고 하루가 지난 후 다시 들어갔다가 처음에는 조회 수에 놀라고 이어 댓글에 놀랐다. 지금까지의 기사들의 평균 조회 수 4배에 달하는 조회 수와 또 거의 내 기사엔 댓글이 없었는데 공식 댓글이 20개에 가깝고, 댓글의 댓글이 40여개나 되는 게 아닌가.

그런데 더 놀란 건은 내 기사로 인해서 매우 화가 난 사람들이 많다는 것이다. 이 사실에 충격 좀 받았다. 혼자서 글쓰기는 꾸준하게 해왔지만 인터넷 글쓰기는 <오마이뉴스>가 처음이라서 인터넷의 생리에 아직 익숙한 편이 못된 나로서는 당황스러웠다. 그리고 머리가 아팠다. 두통약도 먹었다.


사람들이 화를 낸 이유는, 내 글이 불륜을 옹호하는 글처럼 느껴졌기에, 나의 도덕성에 대한 혐오감인 것 같았다. 내가 비도덕적인 행동을 하면서 살아오지는 않았지만 사람들한테 말할 때는 마치 자유주의자로 모든 걸 포용하는 사람처럼 말할 때가 있다. 그래서 비난을 당하거나 동지로 여겨지기도 하는데 어느 쪽에도 속하지 못하는 난 결국 외로운 사람이다. 이 기사도 나의 그런 면이 새어나가서 생긴 결과라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얻은 결론은, <오마이뉴스>는 대중을 상대로 하는 저널이라는 사실을 염두에 두고 글을 써야 한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지금까지는 사실 그렇지 못했던 것도 사실이다. 흥나는 대로 썼었는데, 그래서 이번처럼 사람들한테 욕 먹고 두통약까지 먹었다. 이번 경험을 계기로 타인을 의식하면서 글을 써야 한다는 깨달음을 얻었다.


다른 사람에게 상처를 주거나 도덕성에서 벗어난 것은 없나 '꺼진 불도 다시 한 번'이라는 표어처럼 다시 한 번 점검해야겠다는, <오마이뉴스>가 저널인 만큼 보편성을 유지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나의 마인드를 점검하는 계기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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