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되려면 1억 필요하다?

이윤성 서울의대교수, "학제개편보단 졸업 후 전문교육 강화가 바람직"

등록 2005.09.09 16:43수정 2005.09.09 1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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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학전문대학원 도입을 통한 의과대학의 4+4 학제개편에 관해 이윤성 서울대 의과대 교수는 "의학전문대학원 전환 대학에 주어지는 연구비 지원 등 파격적인 조건에도 모든 대학이 학제개편에 찬성하지 않는 것은 대학에는 이익이 될지 모르나 학생과 국민이 큰 손해를 보기 때문"이라며 "4+4 학제개편으로 의대 진입 장벽을 높이는 것보다는 의과대학 졸업 후 전문화 교육을 강화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밝혔다.

지난 8일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소가 보건의료계 전반에 걸친 학제 개편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마련한 '제15차 의료정책포럼'에서 이 교수는 이같이 밝히고 "학제 연한 증가로 인한 교육비 상승과 대학원 등록금을 합하면, 의학전문대학원 전환시 1인당 약 4600만원 이상의 비용이 추가 소요될 것으로 추산되며 이는 의학교육을 받기 위해 1억원이라는 현금이 필요하다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이 교수는 "이는 일시적으로 입시과열, 사교육비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지는 모르나 의학교육의 진입장벽을 높일 뿐 아니라 생각지 못한 엄청난 의료비 상승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며 "또한 이공계대학을 의학대학원에 진학하기 위해 거치는 과정쯤으로 만들어 기초과학의 뿌리를 흔드는 일이 될 수도 있다"고 성토했다.

a 지난 8일 열린 의협 주최의 제15차 의료정책포럼

지난 8일 열린 의협 주최의 제15차 의료정책포럼 ⓒ 박주연

이날 포럼에선 의학전문대학원의 도입과 4+4 학제, 약대 6년제 문제, 간호학과의 4년제 단일화 문제, 의료기사단체의 4년제 통폐합 문제 등에 대해 심도있게 논의됐다. 정풍만 한양의대교수가 '보건의료인 양성 학제와 관련한 문제점'에 대한 주제 발표를 하고, 이종욱 한국의학교육평가원장이 좌장을 맡아 지정토론이 이어졌다.

정풍만 교수는 주제발표를 통해 "의과대학의 4+4학제 개편뿐 아니라 약학대학과 수의과대학의 6년제 개편, 간호사 및 의료기사 양성 대학의 학제 개편 등 보건의료인력 양성기관 전반에 걸쳐 학제개편 문제가 대두되고 있다"며 "그간 우리나라의 교육정책은 당시의 정치적 상황과 관련 보건의료 부문의 주장이나 이익에 따라 시행된 경향이 있다"고 밝히고 장기적 안목으로 계획과 전략을 갖고 접근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진 지정토론에서 김영권 교수(건양대 임상병리학과)는 "현재 많은 의료 관련 연구기관에서 의료기사법 및 의료법을 위반하고 임상병리사가 아닌 미생물학과ㆍ생물학과ㆍ분자생물학과 등의 졸업생을 채용하고 있다"며 "채용하는 측은 임상병리사가 생명과학연구(줄기세포배양, 산부인과 유전체검사, 유전성질환검사 등)에 적합한 기술이 있음은 인정하지만 적합한 기초교육이 부족하다고 주장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 교수는 이어 미국의 경우 4년제 대학교 임상병리학과가 360개 이상인데, 우리나라의 경우 5개에 불과하다고 지적하고 "임상병리사의 자질을 향상시키면 의료기술의 발전이 촉진됨은 물론 BT 경쟁력을 강화해 국익을 도모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또 "의료기사 내에 여러 직종이 공존하는데도 불구하고 하나의 법률에 묶여 있는 게 현실"이라며 "전문화된 직종별 단독법을 제정해 각기 업무에 대한 법적, 제도적 뒷받침을 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편 이한주 대한간호협회 정책국장은 3년제 간호학과와 4년제의 통합에 대해 "학제 차별에 따른 취업, 인사상의 불이익, 상위학교 진학비 부담 등을 고려했을 때 불합리한 간호학제는 일원화 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김양균 교수(경희대 의료경영학과)는 "학제 개편에 앞서 비용 등을 고려한 전문적인 논의가 체계적으로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충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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