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로에 선 현대 대북사업... 백두산길 멀어지나

북 '김윤규 복귀' 요구하며 관광 중단 시사... 현정은 회장 시험대 올라

등록 2005.09.09 18:24수정 2005.09.09 1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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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정은 현대그룹 회장.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오마이뉴스 권우성
현대아산(대표이사 윤만준)의 대북 사업이 중대한 기로에 놓이게 됐다. 현대그룹의 가신을 교체하는 과정에서 일어난 잡음이 대북 사업의 걸림돌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북한은 지난 8월 25일 금강산 관광객 숫자를 절반으로 감축하기로 통보한 데 이어, 지난 3일에는 현대아산 임원들에게 김윤규 부회장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개성은 물론 백두산과 금강산 관광에 심각한 영향을 줄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달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북한과 현대아산 갈등의 중심에 8월 19일 대표이사직에서 퇴출된 김윤규 부회장이 서 있는 셈이다. 북한은 대북사업의 오랜 파트너인 현대아산 김윤규 부회장 퇴진에 대해 계속 불편한 심기를 나타내고 있다.

북측 아태 위원회를 비롯한 고위 관계자들은 지난달 31일과 1일 금강산에서 열린 이산가족 면회소 착공식에 참석하지 않았을 뿐 아니라 현정은 회장 입북 당시 핸드백을 조사하는 이례적인 모습까지 보였다.

북 압박의 진의는?

북한이 새로운 파트너인 현정은 회장을 인정하지 않는 이유는 2가지로 해석되고 있다.

하나는 북한이 개성관광의 대가로 요구한 1인당 150달러를 관철시키기 위한 길들이기로 보는 시각이다. 현대아산은 개성시범관광 요금이 19만5000원인 점을 감안할 때 요금의 대부분을 달라는 북한의 요구는 받아들이기 힘들다는 입장이다.


또 다른 시각은 신의를 중시하는 북한의 사업스타일에서 원인을 찾는 분석이다.

북쪽은 현대아산과 대북사업을 진행하면서 정주영-정몽헌-김윤규 라인에 대해 깊은 신뢰를 표시했다. 지난 7월 16일 진행된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현정은 회장의 면담도 김윤규 부회장이 없었다면 이루어지기 힘든 만남이었다.


이 때문에 북측 고위관계자는 대화 창구인 김윤규 부회장을 사전 언질도 없이 사퇴시킨 것은 김정일 국방위원장에 대한 신의 위반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

이를 두고 현정은 회장이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백두산을 주겠다"는 약속에 고무돼 섣부르게 김윤규 부회장을 사퇴시킨 게 아니냐는 평가도 있다.

북쪽 사정에 밝은 한 관계자는 "의리를 중시하는 북쪽 입장에서는 계속 협상을 해온 김운규 부회장의 퇴출을 받아들이기 힘들었을 것"이라면서 "현정은-윤만준 체제는 대북 협상 노하우나 북한의 의중을 읽는 능력이 아직 미흡하다"고 평가했다.

백두산 관광 무산되나

현대아산은 백두산관광 사전답사를 위한 협상을 제의했지만 북쪽은 여전히 묵묵부답이다. 또 개성관광의 본 관광을 위한 협상 일정도 아직 확정되지 않고 있다. 9월 말 백두산 시범관광을 실시하고, 올해 안으로 백두산 본 관광을 시작하겠다는 계획은 차질이 불가피하다.

현대아산은 현재까지 김윤규 부회장의 복귀에 대해서는 절대불가 방침을 밝히고 있지만, 뭔가 돌파구 마련이 필요한 시점이다.

현정은 회장은 KCC와의 경영권 분쟁 이후 최대의 위기를 맞고 있다. 친정체제 강화를 위해 김윤규 부회장을 퇴출시킨 현 회장. 새롭게 체제를 정비한 그의 선택이 어떤 결과를 만들어 낼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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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시민은 기자다'라는 오마이뉴스 정신을 신뢰합니다. 2000년 3월, 오마이뉴스에 입사해 취재부와 편집부에서 일했습니다. 2022년 4월부터 뉴스본부장을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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