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 띄우고 노나 한번 저어 볼까나

뱃길로 변신한 김포들녘 농수로

등록 2005.09.10 23:42수정 2005.09.12 0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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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정혜

9월의 들녘엔 하늘의 축복이 풍성하게 내려앉았다. 쏟아지는 황금햇살과 살랑거리는 바람, 그리고 나락 익어가는 소리가 사그락 사그락 참 야물기도 하다.


흙에서 태어나 흙과 함께 일생을 꾸려온 농부. 덕지덕지 흙 묻은 구리빛 종아리를, 물꼬를 단도리하던 삽을 농부는 늘상 그곳 수로에서 쓱쓱 씻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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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정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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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정혜

농부를 태운 작은 배가 수로에 띄워졌다. 서서히 노를 젓기 시작한 농부의 가슴은 아마도 요동쳤을 것이다. 아니 어쩌면 벅찬 감동으로 심장이 천둥소리를 내고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배가 앞으로 나아가기 시작했다. 하얀 뭉게구름이 복슬복슬 탐스러운 높은 가을 하늘엔 농부가가 구성지게 울려 퍼지고 있었다.

그건 감동이었다. 첫배에 올라 노를 젓는 농부도, 농부가를 구성지게 부르는 농부도, 본시 농부의 자식들로 태어났던, 그곳에 모여든 수많은 사람들도 또 그 모든 것을 넉넉한 품으로 보듬어 준 가을의 김포평야도 온통 감동의 도가니로 빠져 들었다.

야물게 익어가는 나락 냄새를 듬뿍 실은 바람은 농부가 탄 배를 앞으로 앞으로 밀어 내고 있었다. 무작정 흙냄새 거름 냄새가 좋아 시골에 사는, 그렇지만 농사라고는 아예 근처에도 안 가본 이 시골 아지매의 가슴에도 울컥하고 뜨거운 것이 목구멍으로 치고 올라왔다.


콧날이 시큰했다. 노를 젓는 농부의 해맑은 웃음이, 농부가를 참으로 구성지게 부르는 농부의 떨리는 목소리가, 그들을 향해 손바닥에 불이 나도록 박수를 쳐대는 수많은 인파의 환희에 찬 환호가 내 가슴을 온통 감동의 파도로 넘실거리게 하고 있었다.

끝없이 펼쳐진 김포시 감정동의 들녘. 그 들녘의 젓줄인 농수로에 마침내 뱃길이 열렸다. '어떻게 농수로에 배를 띄워?' '어떻게 농수로에서 배를 타?' 마침내 그 일이 현실이 되었다. 정작 그곳에 모여든 사람들조차도 반신반의 하는 마음으로 일단 한번 와 봤다니...


농수로에서 배를 타는 일은 가히 실현 가능성 없는, 농수로를 지나치다 뜬금없이 그저 한번쯤 상상이나 해 보았을 법한 그런 무심한 일이 우리 앞에 생생하게 펼쳐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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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정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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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정혜

배를 타기 전, 구명조끼를 입고 노를 손에 들고 안전교육을 받는 사람들의 얼굴은 호기심으로 가득 차 있었다. 마침내 첫 번째 보트가 출발했다. 하나 둘! 하나 둘! 10명이 한마음이 되어야 했다.

그랬기에 그들의 구령소리는 우렁찼다. 김포 들녘에서 처음 만난 그들. 함께 타고 있는 배의 순조로운 운항을 위해 어느새 그들은 하나가 되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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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정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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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정혜

아이를 옆에 앉힌 아빠는 보트가 출발하기를 기다리며 어릴 적 농수로에서의 추억을 아들에게 들려주고 그 또한 아련한 추억으로의 여행에 한껏 빠져 있었다. 오랜만에 고향의 특별한 축제에 참여하기 위해 이곳저곳에서 모여든 소꿉친구들은 어릴 적 고향 이야기에 한껏 들떠 있었다.

마침내 열린 농수로 뱃길. 그 뱃길을 더 다듬고 더 가꾸어 미래의 농수로뱃길축제의 주인이 될 수줍은 소녀들은 그저 신기함의 호들갑을 떠들어대느라 귀가 따가울 지경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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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정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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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정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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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정혜

이미 한바퀴를 돌아오는 보트와 목적지를 향해 열심히 나아가는 보트가 농수로 중간에서 서로 만났다. 돌아오는 사람들은 만족의 희열로 나아가는 사람들은 목적지를 향한 열정으로 그들은 물방울을 튕겨가며 한참 물장난을 쳤다.

앞서 떠난 보트를 앞지르기 위해 목이 터져라 구령을 외쳐대며 힘차게 노를 젓는 사람들. 난데없는 보트 경주가 벌어지기도 했다.

생전 처음 노를 젓느라 팔은 아팠지만 그래도 즐거웠다. 힘껏 소리쳐 함께 맞추는 구령. 그 소리에 앞으로 쑥쑥 나아가는 보트. 더불어 온몸을 휘감는 시원한 가을 바람. 수로 옆으로 끝없이 펼쳐진 가을 들녘. 쉴 새 없이 튕겨져 오르는 물방울들.

참 즐거운 한때가 아닐 수 없었다. 가을을 통째로 만끽하는 것 같은 만족스러움에 가슴이 벅찼다. 마침내 농수로를 한바퀴 돌아온 사람들은 못내 아쉬움을 감추며 보트에서 내렸다. 그들은 한결같은 한 목소리를 냈다. 참 특별한 경험이었다고. 참 재미있었다고. 다시 한번 타 보고 싶다고...

첫 행사치고는 다소 미흡한 점이 더러 있었지만 그래도 사람들은 농수로의 새로운 변신에 다들 반가워하고 있었고 앞으로 더더욱 발전해 김포의 특별한 문화로 발전해 나가기를 모두가 한 입으로 기대하고 있었다.

9월 10일. 김포 들녘의 젓줄인 농수로가 바야흐로 힘찬 뱃길을 열었다. 점점이 떠 있는 보트들. 힘차게 노를 젓는 한마음. 높은 가을 하늘로 울려 퍼지는 기쁨의 환호성들. 그것은 김포평야의 또 하나의 축복이었다.

이제 농수로는 새롭게 태어났다. 손에 손을 잡은 우리의 이웃들이 농수로에서 배를 타며 우리의 농촌을 생각하고 매끼 먹는 밥의 중요성을 생각하고 또 구슬땀을 흘리는 농부들의 노고를 한 번 더 되새길 수 있는 좋은 계기를 만들 수 있을 것이다.

김포농수로뱃길축제! 앞으로의 무궁한 발전을 기원해 본다.

관련
기사
- 농수로에서 노를 저어 배를 탄다고?

덧붙이는 글 | <김포농수로뱃길축제>는 오는 9월13일. KBS 2TV '세상의 아침'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덧붙이는 글 <김포농수로뱃길축제>는 오는 9월13일. KBS 2TV '세상의 아침'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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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기자회원이 되고 싶은가? ..내 나이 마흔하고도 둘. 이젠 세상밖으로 나가고 싶어진다. 하루종일 뱅뱅거리는 나의 집밖의 세상엔 어떤 일들이 벌어지고 있는지. 곱게 접어 감추어 두었던 나의 날개를 꺼집어 내어 나의 겨드랑이에 다시금 달아야겠다. 그리고 세상을 향해 훨훨 날아보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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