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선생은 이런 PC방 노린다

들끓는 PC방 좀도둑, 이렇게 대처해야

등록 2005.09.12 15:23수정 2005.09.13 1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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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상계동에서 PC방을 운영하는 사장 김아무개씨는 요즘 죽을 맛이다. 일주일 동안 2번이나 컴퓨터부품을 도난당했기 때문이다.

지난 8월에 마우스하고 스피커가 없어지더니 이번에는 4대의 컴퓨터에서 램을 도둑맞았다. 이런 일이 있은 후 손님이 들어오면 왠지 '뭔가를 훔쳐가려고 온 놈이 아닐까'하는 의심이 들기 시작했다.

금액이 크지 않아 경찰에 신고하지 않고 그냥 넘어가긴 했지만 뭔가 대책을 마련하지 않으면 안 되겠다고 결심한 김씨. 하루는 시간을 내 인근 PC방에 들러 도난사건이 자주 일어나느냐고 물어보니 조금만 방심하면 쥐도 새도 모르게 컴퓨터 부품을 훔쳐간단다.

그 말을 들은 후 손님을 가장해 여러 PC방들을 벤치마킹하기 시작했다. 김씨는 '지금까지 너무 순진하게 장사를 해왔다'고 반성하고는 반갑지 않은 손님인 '좀도둑'을 막을 수 있는 다양한 장치를 갖추기 시작했다.

물론 훔치고자 맘먹고 들어오는 사람 앞에서는 당해낼 재간이 있겠느냐만은 9월 들어 마우스패드 한 장만 없어지는 엄청난(?) 성과를 거뒀다. 그렇다면 김씨는 과연 어떤 방법으로 좀도둑들을 막아낼 수 있었을까?

'짝퉁' 감시카메라는 필수

김광택
김씨가 인근 PC방 주인을 만나 배운 노하우 중 가장 마음에 드는 것은 짝퉁 감시카메라를 설치하는 것이었다. 짝퉁 감시카메라는 외형이 일반 감시카메라와 똑같지만 실제 작동하지 않는 카메라다.


이 짝퉁 카메라가 마음에 쏙 든 이유는 가격 때문. 실제 감시카메라는 보통 20~30만 원 정도 고가장비로 여러 대를 설치하다보면 100만원 대를 훌쩍 넘어버린다. 하지만 짱퉁 카메라 가격은 4000~1만원이면 '땡'이다.

김씨는 이 짝퉁 감시카메라를 5대 구입해 구석쪽의 좌석 근처에 집중적으로 설치했다. 짝퉁 감시카메라는 도난예방 뿐 아니라 부수적인(?) 성과까지 안겨줘 김씨를 더욱 기쁘게 해줬다. 가끔씩 애정행각을 벌이는 연인들을 갈라놓을 수 있기 때문이다.


본체는 되도록 책상 위에

김광택
없어졌을 때 PC방 주인에게 가장 타격을 주는 물건이 PC 본체에 들어있는 부품들이다. 도선생들이 노리는 최상의 부품은 램. 크기도 작은 데다가 한 개 뽑을 때마다 7~8만 원은 족히 챙길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소홀한 경비를 틈타 그래픽카드까지 뽑을 수 있다면 그야말로 도선생은 그날 하루 '땡잡게' 된다.

이런 것들을 막기 위한 최선의 방법이 PC 본체를 책상 위에 놓는 것이다. 물론 이때 칸막이가 낮거나 유리로 되어 있다면 금상첨화다. 만일 PC를 위에 놓는 것이 불가능하다면 본체를 자물쇠로 채우는 것이 좋다. 1000~2000원이면 튼튼한 자물쇠를 쉽게 구입할 수 있다.

자물쇠를 채우기가 쉽지 않다면? PC 본체의 나사를 확실하게 조여야 한다. 이때는 손으로 조이는 드라이버보다 전동드라이버가 좋다. 전동드라이버로 꽉 조여놓으면 나사를 푸는 것이 생각보다 쉽지 않다.

또 한가지 방법은 본체 케이스가 통으로 돼 있다면 좋다. 측면이나 앞면을 살짝 여는 PC 케이스는 아무래도 불안하다. PC 케이스에 묻어있는 지문은 나중에 경찰서에서 수사하는 데에 큰 도움이 되기 때문에 되도록이면 지문이 잘 묻는 케이스를 쓰는 것도 비법중 하나.

마우스, 캠코더가 자주 없어진다면?

김광택
값비싼 물건은 아니지만 PC방 업주들을 자주 골탕먹이는 것이 마우스나 캠코더, 해드셋 등 주변기기 도난이다. 본체에 꼽아 쓰는 물건이다 보니 특별히 잠금장치를 하기도 마땅하지 않다. 하지만 업력이 꽤 있는 PC방에서는 일명 '돼지꼬리'로 불리는 헬리컬밴드를 사용한다.

보통 PC 내부 선을 묶어 정리할 때 사용하는 이 밴드로 마우스와 키보드, 캠코더 선을 하나로 묶어놓을 경우 도난사고를 크게 줄일 수 있다.

요즘은 대부분 광마우스를 사용하지만 예전에 볼마우스가 유행할 때는 이 '볼'을 훔쳐가는 황당한 사건도 많았다. 또 키보드의 자판을 빼가거나 캠코더의 렌즈를 날카로운 금속으로 긁어놓는 경우도 종종 있었다.

아직도 볼마우스를 쓰는 PC방이 있다면 빨리 광마우스로 바꾸기를 권한다. 또 캠코더는 강력접착제를 이용해 모니터에 붙여놓는다면 한결 안심이다.

도난방지 기계-프로그램 활용

김광택
일부 부유한 PC방에서는 캡스 등 보안업체에 도난방지를 위한 협조를 구한다지만 일반 PC방에서는 재정적인 부담이 크다. 이 때는 크기가 작은 도난방지 기계가 큰 도움을 준다.

최근에는 PC방 도난을 막기 위해 나온 전용제품도 있다. PC 내부 또는 외부에 수신기를 살짝 설치해놓으면 도난사태가 발생했을 경우 큰 경보음을 낸다.

또 최근 시중에는 PC방 전용 '도난방지 프로그램'도 나와 있다. 인터넷PC문화협회 같은 곳에서 배포하는 도난방지프로그램은 해당 PC의 부품목록을 일정 시간마다 관리자에게 알려주는 형태다.

예를 들어 512M의 램이 256M로 바뀌면 재빨리 관리자에게 해당 사실을 알려주는 식으로 PC 부품을 모니터링한다. 메모리 뿐 아니라 주로 도난당하는 CPU, 그래픽카드, 하드디스크 등의 모니터링도 가능해 유용한 프로그램이다.

도선생이 좋아하는 PC방

김광택
과거 PC방을 했던 지인의 도움과 인터넷에 떠도는 도선생들만의 노하우를 종합해보면 대충 이런 PC방은 좋은 먹이가 된다.

- 대형 체인점인 아니면서도 시작한 지 얼마 안된 PC방. 이런 PC방 중 상당수는 퇴직금으로 용돈이나 벌어볼까 하고 시작한 중년의 사장님들이 많다. 막 사업 시작했는데 노하우가 없는 것은 당연지사.

- 한 사람이 매장을 지키는데 그 아르바이트생이 여자인 경우. 물론 아르바이트생이 게임마니아라면 더더욱 좋다. 게임하느라 정신없을 때 슬쩍~

- 화장실이 출구 밖에 있는 PC방. 몇 개 챙긴 후 잠깐 화장실 가는 척 하면서 줄행랑을 치면 이보다 쉬운 돈벌이가 없다.

- 컴퓨터에 앉았을 때 바탕화면이 지저분하고 청소상태가 불결한 PC방. 이런 곳은 뻔하다. 주인이나 아르바이트생이 손님에는 별로 관심이 없다. 그냥 뜯어 가자~

- 새벽에 보안이 허술한 PC방. 주로 새벽 4~6시 사이가 도선생들에게는 최적의 작업시간이다. 아르바이트생이 꾸벅꾸벅 졸아주면 작업은 더욱 신속하게 끝난다.

- 아무 때나 2~3명이 떼를 지어 가도 줄지어 앉을 수 있는 PC방. 이런 경우는 대부분 장사가 신통치 않은 PC방이다. 작업조-정찰조 등으로 나눠 부품을 훔치기에 좋은 작업환경을 제공한다.

PS: PC를 자물쇠로 채우더라도 빈틈은 많다. PC 정면부 베이(시디롬, 하드디스크 등을 끼워놓는 공간)가 빈공간인 경우 정면부의 조그만 플라스틱 판을 떼어내면 안에 있는 램을 빼낼 수 있다. 얼마 전 모 PC방은 자물쇠를 자르고 PC 안에 있는 메인보드까지 통째로 도둑맍는 황당한 경우도 있었다고 한다.

지속적인 감시만이 살 길이라는 얘기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디스이즈게임에도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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