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성한 가을 한가운데 자리잡은 '한가위'. 오고 가는 정성이 담긴 선물 속에서 사람 사는 정을 느낍니다. 올 한가위엔 어떤 선물이 좋을까요?박봄이
추석(秋夕). 그 뜻이 다분히 감성을 자극합니다. 한가위는 풍요로운 느낌도 좋고, 감성을 자극하는 것도 좋고, 가을 한가운데 날도 좋아 이래저래 기분 좋은 명절입니다. 정성을 담은 선물을 주고받고, 조상에게 차례를 지내고, 서울과 고향을 오가며 오랜만에 함께 정을 나누는 사람들에겐 더욱 그렇지요.
하지만 제겐 한가위가 그다지 유쾌하지만은 않습니다. 뭔가를 해 줘야 하는 입장이거든요.
저는 지금 작은 규모의 디지털 콘텐츠 회사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저희 회사는 1999년 말 디자인개발회사로 출발, 최근에는 정부 주도의 문화콘텐츠사업 결과물을 진행하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6년여 동안 임원과 팀장급 4명 정도를 포함해 열 명 내외의 직원이 전부였을 정도로 규모가 그리 큰 것도 아닙니다.
우리 회사는 2년 전 최악의 터널 속으로 들어와 이제 막 헤치고 나가는 중입니다. 그리고 IMF 못지않은 경제 상황이라는 오늘을 견디느라 한 푼이 아쉬운 상황입니다. 게다가 추석 후에는 사무실을 이전할 계획입니다.
하지만 주머니 사정이 넉넉하든 그렇지 않든 한 회사를 운영하는 저로서는 한가위를 맞이한다는 것 자체가 힘겨운 일입니다. 이젠 한가위라는 말만 들어도 진짜 '가위'에 눌려 버릴 것만 같습니다. 열심히 고생한 직원들에게 고향 부모님께 드릴 선물이라도 챙겨줘야 하는데 그게 쉽지 않기 때문이죠.
떡값아, 떡값아... 넌 도대체 정체가 뭐니?
'떡값'이 정말 고민입니다. '어떤 게 좋을까? 비용은 어느 정도로 하지? 어떻게 하면 저비용으로 고효율을 꾀할 수 있을까?'하는 생각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습니다.
그 동안 가장 넉넉하게 준 떡값은 현금 30만원 정도였습니다. 그 외 10~20만원 정도의 상품권이나 3~5만원 안팎의 선물 세트 등을 줬고요. 선물 종류와 액수는 자금 상황이 허락하는 범위에서 그때그때 정했는데 대부분 중소기업이 그렇지 않나 싶습니다.
떡값은 명절을 잘 지내라는 '성의' 표시입니다. 살면서 하게 되는 이러저러한 성의 표시에는 대개 일정한 선이 있습니다. 결혼 축의금 같으면 보통 3만원에서 5만원 정도고 많이 친하면 10만 원대입니다. 조의금도 마찬가지죠. 하다못해 세뱃돈도 어느 정도 액수가 정해져 있습니다.
하지만 떡값은 모르겠습니다. 뇌물로 건네는 것도 아닌데 얼마가 적당한지 고민에 고민을 거듭해도 도무지 답이 안 나옵니다. 게다가 떡값은 대기업과 중소기업, 벤처기업에 따라 다르고 제조업과 서비스업 등 업종별로도 다릅니다. 그뿐인가요. 여기는 얼마고 저기는 어떤 선물이라는 등 언론이 기업별로 전하는 떡값 규모와 선물의 부피, 무게 등도 천차만별이지요.
사장들 "20만원선" vs 직원들 "못해도 30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