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하는 일을 하게 해주세요

아이들에 대한 행복한 발견

등록 2005.09.13 16:24수정 2005.09.13 16: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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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을 가르치는 일은 날마다 새로운 발견의 연속입니다. 우리 반은 다섯 명인데 1, 2학년이 한 교실에서 공부하는 모습을 살펴보면 아이들의 개성과 소질이 얼마나 다른가 날마다 새삼 놀랍니다.

며칠 전에는 아이들의 혈액형 검사를 했습니다. 아이들은 그것도 참 신기해 합니다. 나는 바넘 효과(점성술이나 점괘 등에서의 성격 묘사에서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해당하는 일반적인 진술을 마치 자기 것인 양 믿는 현상)를 이용하여 혈액형에 따른 좋은 점과 고칠 점을 한 사람씩 말해 주었습니다.

"A형인 진우와 은혜는 욕심이 많아 지기 싫어하고 부끄럼을 많이 타는데 착실해서 글씨도 잘 쓰고 약속을 잊지 않고 잘 지키고, B형인 서효는 말 솜씨가 좋아서 다른 사람과 대화를 즐겁게 잘 하는데 덜렁대는 버릇이 있어서 물건을 잘 잊고 다니지?"

"와, 진짜 맞아요. 그럼 찬우와 나라 누나는요?"

"그래. 찬우는 AB형이라서 깊이 생각하여 말을 하는 좋은 점을 가지고 있고 손재주가 좋아서 만들기도 참 잘 하지? 그리고 O형인 나라는 성품이 좋아서 사람을 즐겁게 하고 잘 사귀지? 그 대신 낙천적이라서 걱정이 없는 편이지?"

"예! 선생님. 참 신기해요."

학자들에 따라서 혈액형과 성품은 아무런 연관이 없다고 보기도 합니다. 그런데 학교에서는 혈액형에 따른 속설을 교육적으로 잘 이용하면 매우 긍정적인 효과를 거둘 수도 있습니다. 그것을 교육적인 목적으로만 사용한다면 바넘 효과의 덕을 볼 수도 있습니다.

2시간 이상 만들기에 여념없는 찬우 모습.
2시간 이상 만들기에 여념없는 찬우 모습.장옥순
오늘은 우리 반에서 실수를 가장 하지 않는 아이, 손재주가 좋아서 만들기, 그리기, 색칠하기에 남다른 재주를 지닌 찬우가 하교 후에도 좋아하는 만들기를 한답니다. 작품을 만드는 동안 말 한 마디도 아끼는 아이의 모습을 보면 신기할 정도랍니다. 1학년 아이라고 보이지 않을 정도로 빈틈 없이 부분품을 만들어 조립해 갑니다.

즐거운 생활 시간만으로는 아이가 원하는 만들기를 만족 시킬 수 없어서 오늘은 4시 반까지 남아서 했는데 여간 즐거워 하는 게 아닙니다. 수학에서 배운 상자 모양을 이용해서 동물을 만들어 내는 창의성, 지점토를 이용하여 사슴벌레를 만드는 꼬마 미술가를 보는 즐거움에 오늘 하루도 행복합니다.


이제 찬우는 자신이 좋아하는 일과 소질과 취미가 일치하는 것을 발견했으니 부모님과 선생님은 그 장점과 특기를 꾸준히 살려야 할 책임이 있습니다. 어렸을 때부터 그가 가야 할 길을 찾아 미리부터 인도해 주는 일이 바로 어른들의 몫입니다.

너나 없이 소질과는 상관없는, 자신의 기쁨과는 상관없이 보기 좋아 보이는 곳으로 내몰아서는 안됩니다. 화단의 꽃 한 송이도 서로 다른 크기와 모양, 향기를 지니고 자기만의 개성으로 계절 앞에 서 있습니다. 맨드라미더러 장미가 되라고 하면 안 되듯이, 운동하기 좋아하는 서효한테 가만히 앉아서 만들기만 하라고 하면 힘들어 합니다.


오늘은 방과 후에 두 시간 이상 사슴벌레를 만들며 즐거워 하는 찬우의 모습을 보며 아이들에게 꼭 맞는 진로 지도를 깊이 생각해 봅니다. 아이들이 행복한 자기만의 일을 찾아서 할 수 있도록 부모와 선생님이 관찰하고 격려하는 일을 게을리 하지 말아야 함을!

아이들의 눈은 오늘도 말합니다. "제가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살게 해 주세요"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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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매에는 사랑이 없다> <아이들의 가슴에 불을 질러라> <쉽게 살까 오래 살까> 저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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