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장산에서 내려다 본 대전 야경이찬훈
누나 집에서 하루 밤을 자고 난 다음날 새벽, 이번에는 자형이 나설 차례였다. 전날 밤 늦게 돌아와서는 처남과 술친구 해 주느라 늦게서야 잠자리에 들었건만, 자형은 또 새벽같이 일어나 처남을 위해 용암사 안내에 나서야 했다.
사실 솔직히 말하자면 벌초를 위해 고향에 올 때부터 내가 꼭 가봐야겠다고 작정한 또 한 곳은 바로 용암사였다. 용암사는 옥천 장령산 북쪽 산기슭에 있는 그리 크지 않은 절이다. 그리고 그 용암사는 내가 초등학교와 중학교 시절에 한두 번 봄 소풍을 가기도 하고, 가끔 놀러 가보기도 한 곳이다.
어릴 적 소풍을 갔을 적에는 멀어서 다리가 아프기만 하고 그리 좋은 것도 모른 채 다만 커다란 바위에 새겨진 마애불이 기억에 남을 정도였다. 그러나 이곳 용암사는 전국 사진가들에게는 너무나 유명한 곳으로, 누구나 한 번은 꼭 가보고 싶어 하는 선망의 장소이다.
용암사는 무엇보다도 환상적인 새벽 운해와 그 운해 속에서 떠오르는 일출 풍경으로 인해 많은 사람들이 찾는 절이 되었다. 보통 사진가들의 말로는 11월경의 용암사 운해가 가장 아름답다고 한다. 그렇지만 절에 계시는 스님 얘기로는 사실 9월 중순 경의 운해가 가장 아름답다고 한다.
자형의 사진을 포함해서 용암사 운해와 일출의 아름다운 풍경을 찍은 많은 그림을 접해 온 나는 이번에 용암사 운해를 직접 가서 보고 사진에 담아보고 싶었다. 아직 어두운 새벽 자형과 내 아내와 나 세 사람은 용암사로 향했다.
옥천에서 이원으로 가는 길 오른편에 있는 소정리 쪽으로 들어가 용암 낚시터를 지나 계속 올라가니 얼마 되지 않아 절 바로 아래 공터에 이르렀다. 이미 사진가 몇 명이 와 있는 듯 승용차 몇 대가 주차해 있었다.
서둘러 내려서 대웅전 옆으로 난 계단을 올라 마애불 있는 곳으로 향했다. 아직 어둠이 채 가시지 않은 용암사에서 내려다 본 풍경은 차분하고 고요해, 맑은 풍경소리의 맛과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