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한가위 명절 되시길 빕니다

국회의원 한명숙, 한가위 인사말씀 드립니다

등록 2005.09.15 18:55수정 2005.09.15 20:32
0
원고료로 응원
【오마이뉴스는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생활글도 뉴스로 채택하고 있습니다. 개인의 경험을 통해 뉴스를 좀더 생생하고 구체적으로 파악할 수 있습니다. 당신의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여름이 뜨거운 것은 가을날의 풍성함을 위한 준비입니다. 올 여름은 유난히 뜨거웠습니다. 그래서 선뜩 다가 온 가을이 더욱 반갑고 고맙습니다.


높아진 가을 하늘을 바라보다 선선한 바람이 스쳐 지나가면 '더도 덜도 말고 한가위만 같아라' 라고 노래하던 조상님 네의 말씀이 떠올라 그 적확한 표현에 절로 무릎을 치게 됩니다. 들판은 알찬 곡식으로 부족함이 없고 덥지도 춥지도 않은 날씨는 마음마저 쾌청하게 만듭니다. 가을이 주는, 한가위가 주는 풍요로움입니다.

하지만 지금 우리는 마냥 좋은 날의 한가위를 만끽할 수만 없습니다. 경제는 아직 제 자리를 잡지 못했고 서민 가계는 빠듯하고 힘듭니다. 정국은 어수선하여 앞을 가늠하기 힘들 정도로 갈피를 잡을 수 없습니다. 정치인의 한사람으로서 이 모든 문제에 깊은 책임감을 느낍니다. 또한 고통 받는 국민들께 가을날의 쾌청함처럼 편안한 정치를 선사하지 못하여 못내 부끄럽고 송구스럽기만 합니다.

그렇지만 저는 지금의 어려움이 결코 절망이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우리가 겪고 있는 지금의 어려움은 미래의 희망을 담보한 과도기적 시련이라고 저는 믿습니다. 시련을 딛고 피어난 꽃은 더욱 값지고 아름답습니다.

우리는 급격한 산업사회로 이전하는 과정에서 파생된 유신독재와 군부독재의 억압을 이겨내고 결국 민주화의 승리라는 열매를 맺었습니다. 우리의 투쟁이 뜨거웠기에 그 열매는 더욱 달게만 느껴졌습니다. 하지만 아직도 청산되지 못한 과거의 구태스러운 유물이 곳곳에 산재해 있음을 우리는 잘 압니다. 그리고 그 찌꺼기는 분열이라는 이름으로 우리 사회를 상처내고 있습니다.

모든 분들이 경제의 어려움을 말씀하십니다. 그렇습니다. 경제, 중요합니다. 하지만 개도국의 가파르고 급속한 성장률은 분명 한계가 있습니다. 우리가 희망하는 선진 경제로 나아가려면 사회, 정치, 문화적으로 투명한 시스템이 필요합니다. 그리고 그 투명화 된 시스템의 가장 중요한 핵심은 정치입니다. 다시 말씀드리자면 합리적이고 이성적인 정치가 정착되지 않고서 선진 경제로 나아가는 것은 상전이 벽해가 되는 것 보다 어려운 일입니다.


지금까지 우리 정치를 짓누르고 있는 분열과 싸움의 역사가 계속된다면 우리 사회는 한 발자국도 더 나아갈 수 없습니다. 모든 역사의 진보에는 진통이 따르기 마련입니다. 역사의 발전에는 항상 반동의 거스름이 함께 하기 때문입니다.

지금의 혼란스러워 보이는 정치 사회적인 난제는 더 나은 발전을 위한 진통입니다. 불의처럼 보이지만 역사는 정의롭고 우매해 보이지만 민의는 현명합니다. 저는 우리 국민의 뜻이 한데 어우러져 오늘의 분열과 투쟁을 내일의 용서와 화합으로 만들어 내리라는 것을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곧 한가위 보름달이 대한민국을 훤하게 비출테지요. 경상도에도, 충청도에도, 전라도에도, 경기도에도, 강원도에도 제주의 남단까지 가득 찬 보름달이 뜨겠지요. 달님에게 우리의 바람이 한데 어우러져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대한민국'만 같은 나라가 만들어지길 저는 간절히 소망합니다. 한가위 달님이 모든 분들의 소망을 보듬어 주실 것을 믿습니다.

오랜만에 만나는 가족과 좋은 시간들 나누시길 빕니다. 좋은 한가위 되십시오.

국회의원 한 명 숙

덧붙이는 글 | 저의 홈페이지와 타 정치웹진 두 곳에 올린 글 입니다.

덧붙이는 글 저의 홈페이지와 타 정치웹진 두 곳에 올린 글 입니다.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AD

AD

AD

인기기사

  1. 1 집 정리 중 저금통 발견, 액수에 놀랐습니다 집 정리 중 저금통 발견, 액수에 놀랐습니다
  2. 2 김건희·채상병특검법 부결, 여당 4표 이탈 '균열' 김건희·채상병특검법 부결,  여당 4표 이탈 '균열'
  3. 3 과음으로 독일 국민에게 못 볼 꼴... 이번엔 혼돈의 도가니 과음으로 독일 국민에게 못 볼 꼴... 이번엔 혼돈의 도가니
  4. 4 "KBS 풀어주고 이재명 쪽으로" 위증교사 마지막 재판의 녹음파일 "KBS 풀어주고 이재명 쪽으로" 위증교사 마지막 재판의 녹음파일
  5. 5 [영상] 가을에 갑자기 피어난 벚꽃... 대체 무슨 일? [영상] 가을에 갑자기 피어난 벚꽃... 대체 무슨 일?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