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50MWe 흑연감속로 공사 준비에 들어간 듯

[긴급분석] ISIS, 위성 사진 입수후 주장... 미국 압박카드인가

등록 2005.09.16 13:49수정 2005.09.16 1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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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차 6자 회담의 한미 양측 수석대표인 크리스토퍼 힐 미 국무부 동아태 담당 차관보와 송민순 외교통상부 차관보는 14일 낮 오찬을 함께 하고, "북한의 경수로 건설 요구에 단호하게 NO!"라고 표시했다. 사진은 지난 13일 외교부에서 열린 한·미 외교장관 기자회견장에서 얘기를 나누고 있는 두 사람.
4차 6자 회담의 한미 양측 수석대표인 크리스토퍼 힐 미 국무부 동아태 담당 차관보와 송민순 외교통상부 차관보는 14일 낮 오찬을 함께 하고, "북한의 경수로 건설 요구에 단호하게 NO!"라고 표시했다. 사진은 지난 13일 외교부에서 열린 한·미 외교장관 기자회견장에서 얘기를 나누고 있는 두 사람.인터넷사진공동취재단
경수로를 둘러싸고 북미간의 신경전이 날로 격화되고 있는 가운데, 북한이 50MWe 흑연감속로의 공사 재개를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보여, 초미의 관심을 끌고 있다.

미국 워싱턴 소재 '과학과 국제안보 연구소(ISIS)'의 14일 분석에 따르면, 영변에 건설하다가 1994년 제네바 합의에 따라 공사 중단된 50MWe 원자로 주변에 새로운 활동들이 감지되었다는 것이다.

"원자로 주변에 도로 및 크레인 있고 냉각탑에선 수증기가"

이 연구소가 민간 위성회사인 '디지털 글로브'로부터 입수한 위성사진을 보면, 50MWe 원자로 좌측에 진입로로 보이는 도로가 닦이고 크레인으로 보이는 물체가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이 위성 사진은 9월 11일 촬영된 것으로, ISIS 홈페이지(http://www.isis-online.org/images/dprk/dg_11sep05_50mwe_ann.jpg)를 통해 볼 수 있다.

이와 관련해 IISS는 지난 6월 위성 사진에서는 이러한 활동이 없었다며 50MWe 원자로 주변에서 새로운 활동이 확인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주장했다. 이 연구소의 코레이 힌더스틴은 15일자 로이터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전면적인 공사 재개가 아니라, 공사 재개를 준비하는 수준인 것 같다"고 덧붙였다.

한편 IISS는 영변에 있는 5MWe 원자로를 촬영한 별도의 위성사진을 판독한 결과, 북한이 이 원자로를 가동하고 있다는 것을 확인되었다고 주장했다. 원자로의 냉각탑에서 수증기가 나오는 것이 확인되었다는 것이다.


북한은 지난 4월 이 원자로의 가동을 중단하고 폐연료봉을 추출해 재처리를 하고 있다고 주장한 바 있고, 미국 정부 역시 이러한 판단을 내린 바 있다. 5MWe 원자로에서 나온 폐연료봉을 재처리하면 6kg 안팎의 무기급 플루토늄을 만들 수 있다.

'미국 압박카드' 실효성 없어... 새로운 북미대결 가능성도


북한이 이처럼 영변 핵 활동에 나서고 있는 것은 1차적으로 미국을 압박하기 위한 의도에서 나온 것으로 보인다.

이를 뒷받침하듯 북한은 15일 성명에서 "우리는 허공에 뜬 평화적 핵 이용권이 아닌 구체적인 것을 원한다"며 "흑연감속로를 포기하는 대신 경수로를 제공받아야 한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이는 '미국이 경수로를 제공하지 않으면 흑연감속로를 갖겠다'는 의미로도 해석할 수 있다. 북한은 이미 5MWe 원자로의 재가동과 50MWe 및 200MWe 원자로의 공사 재개에 들어갔다고 주장한 바 있고, IISS의 분석 결과는 이러한 주장을 뒷받침해주고 있다.

문제는 이같은 대미 압박 카드가 실효를 거두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부시 행정부는 경수로는 6자회담의 의제가 아니라며, 이 문제 때문에 회담이 결렬되면 북핵 문제의 유엔 안보리 회부 및 대북 제재에 나설 수 있다고 맞서고 있기 때문이다. 양측의 양보 없는 대결이 계속되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경수로를 둘러싼 북미간의 입장 차이가 좁혀지지 않아 이번 6자회담도 이렇다할 성과 없이 끝날 경우, 북미간의 대결은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 공산이 크다. 북한은 지금까지 공언해온 것처럼 5MWe 원자로 가동과 50MWe 및 200MWe 원자로의 공사 재개를 통해 핵무기고를 늘리는 조치를 취할 가능성이 높다.

북한은 5MWe 원자로를 통해 매년 1개 분량의 무기급 플루토늄을 확보할 수 있고, 50MWe 및 200MWe 원자로를 완공해 가동에 들어가면, 각각 10개 및 40개 분량의 무기급 플루토늄을 매년 늘려갈 수 있다. 물론 이들 원자로를 완공하는 데에 수년은 족히 걸린다는 점에서 시급한 문제가 아니라고 볼 수 있으나, 미국 내에서 '예방적 조치'가 필요하다는 주장은 거세게 제기될 수 있다.

이러한 점에서 이번 2단계 6자회담의 결렬을 막는 것은 대단히 중요하다.

공동성명 채택을 위해 최선을 다하되 이것이 실패하더라도, 최소한 3단계 4차회담을 위한 '휴회 결정'이나 5차 6자회담의 일정에 합의하는 수준은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경수로 문제를 포함해 한국의 창의적이고 주도적인 역할이 더욱 절실해지는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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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네트워크 대표와 한겨레평화연구소 소장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저의 관심 분야는 북한, 평화, 통일, 군축, 북한인권, 비핵화와 평화체제, 국제문제 등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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