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전영숙 씨의 영정 초상화김범태
홀로 사는 노인과 지체부자유자, 산동네의 어려운 이웃들에게 따뜻한 사랑을 전해오던 한 자원봉사자가 수년간 누적된 과로를 이기지 못하고, 투병해 오다 끝내 숨을 거둬 지켜보는 이들을 안타깝게 했다.
지난 17일, 향년 50세의 젊은 나이로 눈을 감은 고 전영숙씨. 그녀는 그간 서울의 마지막 달동네라는 성북구 월곡동 일대에서 생활형편이 어려운 사람들에게 자기 몸도 사리지 않은 채 봉사의 손길을 펼쳐왔다.
하지만 지난해 크리스마스, 갑자기 혈뇨가 나와 병원에서 진단을 받은 결과, 급성신장암으로 밝혀졌고, 올 1월에는 대정맥까지 전이된 악성종양을 제거하는 수술을 받았지만, 이미 소생이 어려운 상태까지 이른 뒤였다.
이후 병원과 요양원을 오가며 꾸준히 치료하고, 가족과 이웃들의 따뜻한 보살핌에 기적적으로 회복되는 듯했으나, 최근 병세가 폐로 전이되면서 이날 오전 가족이 지켜보는 앞에서 영원한 작별을 고했다. 고인은 특히 생일을 일주일 앞두고 숨을 거둬 마지막 생일을 함께 축하하려 계획을 세웠던 가족들을 더욱 슬프게 했다.
전씨가 자원봉사자로 월곡동 주민들과 인연을 맺게 된 것은 3년 전. 삼육의명대 사회봉사단장으로 일하며 달동네와 주거환경불량지구의 집수리 봉사 활동을 펼치는 남편 홍순명 교수를 따라나서면서부터였다.
이후 소외된 우리 주변 이웃들을 위해 밤낮을 가리지 않고 뛰어다니며 구슬땀을 흘리던 그녀는 2003년부터 아예 이곳에 월곡봉사센터를 설립하여 주민들을 위한 봉사 활동을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매주 금요일이면 노인들의 건강과 입맛에 맞는 식단을 직접 짜 남편과 함께 인근 농수산물시장에서 물건을 구입, 적십자 회원들과 100여명의 이웃들에게 점심을 제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