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해바라기

남도 가을 풍경을 알리는 해바라기

등록 2005.09.23 11:45수정 2005.09.23 1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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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천수

그리운 이가 하늘에 있다기에
세상에 뿌리 내리고 눈을 뜬 그때부터
오직 하늘만 쳐다보았습니다.


그리운 이가 아침부터 저녁까지
하늘 동네 끝에서 끝까지
빙글빙글 돌며 나를 찾아 헤매는 것 같아
나도 하늘 향한 고개 빙글빙글 돌리며
내 얼굴 그리운 이에게 보여 주려고
이글거리는 님의 얼굴 맞바라보지만
땅 아래 작은 내 모습 찾지를 못합니다.

아, 하늘과 땅 사이의 먼 거리를
단지 발꿈치 들어 세우고
모가지 뽑아 올린 것으로 얼마나 가까워질까만
그래도 한 치라도 더 가까이 가려고
가녀린 목 하늘로 솟구쳐 올리는
그리움이 열병되어 꽃 화염으로 피어납니다.
연기도 없는 불덩어리가 마구 나를 태웁니다.

타고 난 그리움의 잿더미 속에
그리움이 잉태시킨 사랑의 씨앗들이 촘촘히 박혀
어느새 씨방 가득 배가 불러오니
차마 부끄러워 고개를 들지 못합니다.

그리움에 지친 얼굴
이룰 수 없는 짝사랑의 배신감 삭히려
하늘을 외면하고 고개 숙이자,
발아래 길게 늘어선 자신의 그림자 그 끝에
어느새 님이 와 있습니다.
화염 불꽃 그림자, 분명 그것은 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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