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뻐꾹나리이규현
가을이 깊어가면서 화려한 가을꽃들이 들녘과 산하에 가득합니다. 저도 카메라를 메고 가을꽃들을 찾아 집을 나섰습니다. 뻐꾹나리를 보고자 금성산성을 향합니다.
금성산성은 아무리 가도 질리지 않습니다. 산성아래 자락에 천년이 넘은 세월을 보듬고 당당히 서 있는 연동사는 담양에서 유일하게 전기와 전화가 없는 곳입니다.
이번에도 일부러 연동사를 경유하여 금성산성에 오르기로 했습니다. 점심거리로 컵라면을 챙겨갔는데 마침 점심 공양을 시작하려는 스님을 만나게 되어 맛있는 절밥으로 배를 불릴 수 있었습니다.
빨리 꽃을 보고 싶다는 생각에 한번도 쉬지 않고 내성 정상까지 올랐습니다. 뻐꾹나리를 만났던 곳으로 허겁지겁 향합니다. 그런데 이게 어찌 된 일일까요? 벌써 다 져버린 건 아닐 텐데 잔해조차 보이지 않습니다. 지난해 만해도 꼴뚜기처럼 이상한 모양으로 우릴 반겨주던 뻐꾹나리가 엄청 많았던 곳입니다. 이미 누가 다 캐간 것입니다. 맥이 풀리면서 그 자리에 주저앉고 말았습니다.
풍요로운 가을에 느끼는 이 허탈함과 참담함은 말로 표현하기 힘듭니다. 정말 들꽃을 사랑하는 사람들은 다른 사람들을 위해 꽃을 건드리지 않습니다. 하지만 세상은 어느새 돈이 좀 된다고 하면 다 캐 가버리는 살벌한 곳이 되어버린 듯합니다.
뻐꾹나리는 보호식물로 지정된 꽃입니다. 있어야 할 자리에 있지 못하고, 흔적조차 없이 사라져 버린 뻐꾹나리를 생각하니 마음만 아플 뿐입니다. 나리하면 가장 일찍 피는 개나리를 시작으로 참나리, 중나리, 털중나리, 하늘말나리, 땅나리, 솔나리, 애기나리 등등 아주 많은 나리들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