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부터 강아지풀, 고사리, 제비꽃.강인춘
송훈씨는 그만의 독특한 세밀화기법으로 꽃송이를 정신없이 그려 나갔다. 몇 장이나 그렸을까? 이번엔 서서히 어깨에 통증이 오기 시작했다. 그도 그럴 것이 꽃 한송이를 그리는 데 꼬박 일주일, 아니 몇 주일이 걸리는 것도 있어 열중하는 사이 자신도 모르는 새 온 몸의 신경이 힘을 준 오른쪽 어깨로 몰려와 곤두선 것이다.
그럴 때마다 팔이 끊어져 나갈 듯이 아파와서 밤새 끙끙 앓는 날이 많았다고 했다.
어느 날은 너무 통증이 심해 하늘에 대고 "도와 주소서! 도와 주소서!" 통원의 기도를 했다는 걸 보면 그의 인내와 고통은 짐작하고도 남음이 있다.
어깨도 어깨려니와 식물의 줄기와 잎새에 아주 작은 미세한 잔털을 그려 낼 때에는 한동안 호흡을 멈추고서 붓을 그어야 했다. 숨도 고르게 쉬지 못하는 그런 작업과정의 연속은 결국엔 가슴을 열고 심장 수술까지 받아야만 했다. 2년전이었다. 어려운 역경들이 다투어 그의 앞을 막고 시샘했었다.
그러나 그는 결코 중도에서 포기할 수 없었다. 수술 실밥을 풀자 그는 곧바로 다시 카메라를 들고 전국의 산자락, 후미진 산골짜기까지 샅샅이 뒤지며 이름없는 들꽃을 찾아 정처없이 누비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