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관문 출입구 쪽 조그만 공간에 자리잡고 있는 꼬마 그림들강인춘
우리 집엔 아주 작은 '꼬마 그림' 세개가 있습니다. 웬 꼬마그림이야기냐구요? 글쎄 이야기를 들어보시라니까요.
제가 환쟁이라 집안의 벽엔 크고 작은 그림들이 많이 걸려 있습니다. 그림들은 주로 소품들로 젊었을 적 화우들과 교환한 것들입니다. 그 중에서 아주 작은 그림 세 개가 한 세트처럼 된 그림이 있습니다.
액자 크기가 가로, 세로 각각 10cm이니까 그 속의 그림은 얼마나 작겠어요? 가로, 세로 7cm랍니다. 그래서 이 그림들은 모양새가 작으니까 각기 하나씩 떨어져 있지 못하고 항상 셋이서 같이 붙어 다닌답니다. 그것이 자의든, 타의든 일단은 몰려다니니까 자기들끼리는 사이가 좋아졌을지도 모르죠. 아마 앞으로도 서로 떨어지진 못 할 거에요.
꽤 오래 전 일입니다. 일본에 출장 간 적이 있습니다. 동경의 '긴자' 거리를 걷다가 길가의 어느 화방에 볼 일이 있어 들어갔습니다. 그 곳에서 아주 귀엽고 작은 액자 세 개를 발견했습니다. 나무로 만든 것이었는데 색깔도 모두 달랐습니다. 하도 귀여워서 망설이지 않고 바로 샀습니다. 왜 세 개만 샀느냐구요? 색깔이 세 가지 밖에 없더라구요.
액자는 한동안 내 책상 위에서 그림도 없이 자기네들끼리 있었습니다. 그림을 그려서 끼워넣어야 할텐데 마땅한 그림이 없었어요. 며칠을 벼르다가 그냥 그 액자에 맞는 크기로 내가 그림을 그려 넣기로 했습니다. 그러니까 내가 그린 그림 중에서 제일 작게 그린 그림들이었습니다.
짧은 치마의 한복을 입은 계집아이가 바구니에 꽃을 가득 담고 머리에 이고 있는 그림을 그리기로 작정했습니다. 첫째 그림은 시골을 배경으로 계집아이의 전체 모습을 그렸습니다. 둘째 그림은 인물만 확대했고, 셋째는 상반신만 크게 그렸습니다. 차례로 하나씩 그려놓고 보니까 참 재미있는 연속그림이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