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밋빛 인생>은 주인공의 상황과는 역설적인 제목.KBS
<장밋빛 인생>은 <여왕의 조건>과는 반대의 길을 가는 드라마다. 판타지 대신 공포를 선택했다. 기존 아줌마드라마들이 판타지를 통해 대리만족감을 심어줬다면 <장밋빛 인생>은 공포체험을 통해 현실에 대한 안도감, 자신에 대한 만족감을 주는 효과를 내고 있다. <조신설화>에서 악몽을 꾼 조신이 꿈에서 깨어나 안도감을 느낀 것과 같은 효과가 <장및빗 인생>을 보고 났을 때 일어난다.
아줌마가 처할 수 있는 최악의 상황으로 데려가 간접적으로 불행을 체험하게 해준다. 아줌마들이 제일 두려워하는, 이혼으로 가정이 붕괴되는 상황이나 병이 들어 아직 혼자서는 살아가기 어려운 어리고 미숙한 아이를 남겨두고 죽는다는 설정을 통해 간접적으로 불행을 경험하게 하고 있다.
'정말 다행이다. 내 남편은 바람 안 피우잖아. 그리고 난 건강 하나는 걱정 없잖아. 그래, 난 운이 좋은 편이야.'
기존 드라마와는 다른 공식의 드라마라고 생각한다. 신선하다. 판타지에 조금 식상하기 때문에 새로운 맛을 보고 싶었는데 이런 식으로도 드라마를 만들 수 있다는 걸 보여줬다고 생각한다. 공포영화를 보는 것과 같은 공식으로 보면 될 것 같다. 공포영화를 보는 이유가 두려움과 공포를 간접 체험하는 것처럼 아줌마에게 일어날 수 있는 최악의 경험을 간접체험해 보면서 현실에 대한 위안을 색다른 방법으로 얻어 보는 것이다.
공포든 판타지든 효과는, 현실로부터의 이탈이다. 내가 처한 삶에서 벗어나 주인공의 처지가 돼보는 것이다. 주인공이 돼 성공에 들뜨기도 하고, 왕자를 만나 설레기도 하고 <장밋빛 인생>에서처럼 철저한 비극에 가슴을 뜯으며 고통을 느끼기도 한다. 허나 이런 모든 감정은 현실의 자신과는 거리가 있는 감정이기에 슬픔도 기쁨도 여유를 갖고 즐길 수 있는 수준이다.
이렇게 드라마 속으로 푹 빠져들기 위해서 기본적으로 재미가 있어야 한다. 공포든 판타지든 재미가 있으면 드라마를 감상하는 시청자에게는 몰입과 현실 이탈, 카타르시스를 제공하게 되는 것이다. 자신으로부터 떠났다가 다시 자기 자리로 돌아오게 하는 것만한 스트레스 해소가 없기에 아줌마에게서 드라마는 막강한 오락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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