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듬회를 시키면 가지를 헤아릴 수 없는 수많은 밑반찬이 나온다이종찬
'모듬회'가 아니라 '모둠회'로 불러야
100여 평 남짓한 깨끗한 실내에는 맛깔스럽게 보이는 싱싱한 생선회와 소줏잔을 앞에 둔 젊은 연인 몇 쌍과 가족인 듯한 사람들이 몇몇 앉아 있다. 그들은 모두 싱싱한 생선회를 초고추장에 포옥 찍어 마늘과 함께 상추에 올려 입에 넣기에 바쁘다. 저만치 열살 남짓한 꼬마 아이 하나도 벌건 초고추장에 찍은 생선회가 맵지도 않은지 "엄마 또 싸 줘!"하며 칭얼댄다.
"요즈음 모둠회 한 접시에 얼마씩이나 해요?"
"그날 그날 시세에 따라 값이 많이 달라지지예. 특히 진해 앞바다에서 잡히는 생선은 다른 곳보다 좀 비싼 편입니더. 오늘은 모듬회(3~4인분) 한 접시에 6만 원이라예."
"주로 어떤 생선이 들어가지요?"
"오늘은 다른 날보다 물때가 조금 좋아 도미와 광어, 농어, 우럭, 전어가 골고루 들어갑니더."
"그러면 모둠회로 한 접시 주이소."
그때 주인 장씨가 고개를 갸웃거리더니, 나그네에게 "손님께서는 왜 아까부터 모듬회를 자꾸 모둠회라고 부르느냐"고 묻는다. 나그네가 요즈음 대부분의 횟집에서 '모드다'의 준말인 '모듬'이라고 쓰고 있지만, '모드다'는 요즈음 쓰지 않는 말이므로, 표준말로는 '모두다' 의 준말인 '모둠'이라고 쓴다고 하자 "그게 그 말 아입니꺼"하며 빙긋 웃으며 주방으로 사라진다.
잠시 뒤, 나이가 20대 후반쯤 되어 보이는 주방 아주머니가 하얀 종이가 깔끔하게 덮힌 식탁 위에 파전, 단호박, 삶은 땅콩, 삶은 콩, 삶은 꽃게, 삶은 꼴뚜기, 마늘장아찌, 으깬 감자 샐러드, 삶은 소라와 고둥, 구운 꽁치 등 일일이 가지를 헤아리기조차 힘들 정도로 많은 밑반찬을 착착 올린다. 이어 하얀 접시에 수북이 담긴 모둠회와 상추, 깻잎, 토종 배추, 풋고추, 마늘, 초고추장, 참기름 된장을 차례대로 놓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