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물론 궁리에는 그리 하는 것으로 되어 있었습죠. 물론 무사히 모화를 딸려 보내긴 하였습니다만, 말을 듣자하니 그 떨거지놈들이 얻어터진 건 짐짓 연기가 아니었습니다요.”
“그래 뭔가 구린 구석이 있는 자들이긴 한데......부상이나 보상 놈들도 도대체 딱히 이렇다할 만한 소식을 물어 오질 않는단 말이지.”
“오가는 장돌뱅이들에게 꼬리를 잡힐 처지의 놈들은 아닐 성 싶습니다요.”
“그 아이에게선 무슨 기별은 없고?”
“예......아 그것이, 아직......안주 인근의 주막에 기거하고 있단 전갈까지는 받았습니다. 헌데 저희 집에 거래하던 장돌뱅이가 들렀을 땐 이미 주막을 뜬 뒤였습니다. 다행히 약조대로 그집 댓돌 밑에 평안도 광산으로 들어간단 쪽지가 있어 대강의 짐작은 합니다만, 그 주막을 뜬 이후론 아직 전갈이.......특별한 일이 없거나 기별을 전하기가 여의치 않거나 둘 중 하나일 것입니다요. 허나 염려는 푹 놓으십시오. 그래뵈도 그 아이가 맡겨 해결하지 못한 일은 여즉 없었습니다요. 빚을 받아내라 하면 받아 냈고, 요절을 내라하면 그리하지 못한 예가 없은즉 마음은 놓으셔도 되실 것입니다.”
나름대로 객주 이주하가 믿는 구석이 있어 보였다.
“흠,....그렇다면 조금 더 기다려 보도록 하고......우포청에서 나섰다는 그 기찰포교 말일세. 무슨 소식을 물어오진 않았다던가?”
“아, 그 자요? 황해도 거쳐 평안도로 나선 지가 벌써 달포가 넘었는데 연락은 끊이지 않고 보낸다 하는데 아직까지는 종시 돌아올 기색이 없습니다요. 같이 나섰던 종사관은 여즉 황해도 해주에 머물다가 개성으로 들어간 것으로 압니다. 개성으로 들어갔던 수하들의 행적이 묘연해 그 일이 해결될 때까지 거기에 머물 예정이라 합니다.”
“그 자도 권기범이라는 이를 쫓고 있는 게야?”
“겸사 겸사입죠. 개성 포삼 밀매 건도 걸려 있는 것 같고. 아, 청국인 시체 건은 들으셨습죠?”
“아, 그러잖아도 내 그 일을 당부하려고 친히 찾은 게야. 그 기찰포교에게 선을 대어 청국인 시신 건에 대해 좀 더 알아봐 주게. 만약 그 포교를 찾기가 어렵다면 자네 수하를 직접 보내서라도 알아보았으면 하네. 청국과 관련한 일이라 자칫하면 큰 골칫거리가 될 수도 있어.”
“예.”
“그리고 권기범이란 인물에 대해 뭐 좀 알게 되면 지체 없이 내게 기별해야 할 것인즉.”
“여부가 있겠습니까. 분골쇄신하겠습니다요. 태봉이놈의 말이 아니더라도 필시 구린내가 나는 인물임은 틀림이 없을 듯 합니다.”
“권기범......권기범.....왜 자꾸만 그 자의 얼굴이 맴도는 것일까? 왜? 운산이야 워낙 제 터이니 제 사람으로 박아 놓고 싶기도 하겠고, 관장들 처지로서도 광산으로부터 뜯어내는 게 많아 서로 가려는 곳이니 그렇다 치고 평안 병영이나 수영의 한직에 청을 넣은 자들은 다 무엇인고? 무관 말직의 임지까지 굳이 청탁을 넣어 붙잡아 두려는 수작이 무어냔 말이야......”
천희연이 눈을 모로 뜨고 갸우뚱거렸다.
“그 기찰포교가 조필두라 하옵는데, 한성 바닥에선 알아주는 자입니다. 무예로 보나 지모로 보나 말입죠. 좋은 소식 있을 것입니다요.”
“자네는 어찌 그리 포청 사정을 잘 아노?”
“저희 같은 놈 일이 워낙 포도청과 붙어먹는 일 아니겠습니까요. 아까 여쭌 태봉이란 놈과 평안도로 떠난 포교놈하고도 호형호제하는 사이입죠.”
“그래. 자네를 믿네. 어려운 일 있으면 언제든 고하고.”
천희연이 말을 마치고 자리에서 일어섰다.
“예예~감읍이옵니다요. 나으리. 소인 또한 그저 나으리만 믿습니다요.”
이주하가 대문까지 허리를 조아리며 배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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