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갈대

갈대, 바람에 흔들리면 갈대인가

등록 2005.10.20 17:10수정 2005.10.20 1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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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천수


갈대


글/나천수

바람은 갈대를 사랑한다.
갈대도 바람을 사랑한다.
둘이 서로 겨드랑이에 손을 넣고
속살 만지며 좋아한다.

바람아, 사랑한다.
제발 바람나지 말고 나만 사랑해 다오.
갈대여, 사랑한다.
누가 치근거려도 흔들리지 마라.
서로 약속 하더니,

그리움의 열병도 병 이련가,
기다림에 지치면 미움이 싹트나.
바람은 바람이 나서
몸매 좋은 갈대 속살 더듬고 다니고
갈대는 이 바람 저 바람 품에 안기며
허리춤 추고 있으니,

갈대밭에 가면 슬픈 소리 들린다.
둘이 하나 될 수 없는 이산의 아픔에
바람도 울고, 갈대도 울고 있다.


흔들리는 것 갈대와 같다는데
뿌리마져 흔들릴까,
흔들린다고 말하는 바람이 온몸으로 흔들리겠지,
흔들리는 눈이 흔들리겠지,

가녀린 허리 치마끈 풀어 헤치고
바람결에 흐느적거린다고 지조가 없으랴,
죽어 넘어질지언정 비굴한 고개 숙이지 않으니...



2005년 10월 남도 천관산 갈대밭에서

덧붙이는 글 | 시로 쓰는 오마이 독자을 위한 남도 답사

덧붙이는 글 시로 쓰는 오마이 독자을 위한 남도 답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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