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래는 칸막이로 쓰던 창호문이었는데, 안에 조명을 넣어 가게의 분위기를 내는데 한몫하게 했습니다.김미영
어제는 모임이 늦게 끝나서 남편과 함께 들어가려고, 남편 가게로 갔다. 일을 도와주고 있는 동생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동생이 이런 말을 하는 것이다.
"언니, 이번주 토요일에 가게 쉰다는 것 같던데…."
"왜?"
"일일찻집 그런 거 있잖아요. 그거 한다는 것 같았는데…."
"그래? 난 몰랐는데… 물어봐야겠다."
남편에게 그런 말을 들은 적이 없다. 그런 일이 있었으면 말을 했을 텐데, 혹시 뭘 잘못 알고 있나? 하는 생각이 들어 주방에서 일하고 있던 남편에게 다가가 물었다.
"토요일에 쉬어?"
"응."
"왜?"
"일일찻집으로 빌려줬어."
"근데 왜 나한테는 말 안했어?"
"그냥… 뭐 딴 거 할까 해서…."
"나한테 말도 안하구?"
"응."
"진짜 너무하는 거 아냐?"
"아니 아직 결정한 거 아니야. 한참전에 이야기는 하고 갔는데 어젯밤에 다시 왔더라구. 계약한다고. 너한테 말할 시간도 없었어. 내가 가게 쉬면 너가 모르겠냐? 내가 미리 말하면 넌 또 하루 종일 뭐 계획 잡아 놓을 거 아냐."
그 말을 듣는 순간, 난 너무 서운했다. 나는 조금이라도 가족과 함께 하는 시간을 만들고 싶어하는데, 남편은 그 시간을 나 몰래 다른 데 쓰려는 마음을 가졌던 것이다. 그리고 다른 데 쓰려고 맘을 먹었어도 꼭 그렇게 말해야 하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너 놀래주려고 말 안 한 거지.'
이렇게만 말했어도, 그렇게 서운하지는 않았을 텐데 말이다. 남편이 시간을 좀 가지고 싶어하는 것, 어찌보면 당연한 것일 수도 있다. 하루도 쉬는 날 없이 일 하는 남편은 저녁시간에 누구도 맘 편하게 만난 적이 없으니까 말이다. 그리고 하루도 편하게 집에서 쉰 적도 없으니까 말이다. 마음 속으로는 이렇게 이해하는 것 같으면서도 난 왜 진정으로 그것을 이해하지 못하는지 모를 일이다.
결국 남편과 나와 여름이는 토요일을 함께 보낼 수 있게 되었다. 이번 토요일엔 남편이 좀 편할 수 있도록 무리한 계획(?)을 세우지 말아야겠다.
덧붙이는 글 | 가족이란 무엇일까요. 요즘 저는 가족에 대해서 생각하는 시간이 많아졌습니다. 시간이 흐르고 나이를 먹을수록 남편과 저의 입장이 좀 달라지는 것 같습니다. 그 생각이 다시 같아지는 때는 언제쯤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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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도 자기 시간이 필요하다는 건 알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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