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이 원래 말을 잘 안들어, 건방져"

연극 <주머니속의 돌>

등록 2005.10.21 16:36수정 2005.10.21 16: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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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이 원래 말을 잘 안들어. 건방져!"

연극 <주머니 속의 돌> 중 등장인물의 대사다.


그렇다. 인생은 참 안 듣는다. 너무 건방지다. 그러나 '좌절하는 연기'만큼은 가장 자신 있는 극중 인물들처럼 쉬 좌절할 수 없는 것이 또 인생이다.

주식 투자도 마찬가지다. 늘 따려고 아둥바둥하면 잃는다. 가치 투자, 차트 분석 다 좋은 말인 줄 아는데 문제는 욕심이다. 적립식 펀드가 거치식 펀드보다 수익률이 낮다고 쉬 환매하는 것이 능사가 아니라는 얘기다. 은행 예금보다는 오히려 괜찮다. 다만 위만 바라보다 보니까 문제가 생기는 거다.

1인 8.5역을 소화하고 있는 배우들
1인 8.5역을 소화하고 있는 배우들
연극의 무대는 강원도 어느 산골의 영화 제작 현장이다. 인근 주민들이 엑스트라로 나서면서 벌어지는 얘기다. 엑스트라. 말 그대로 주변인물들. 하지만 연극은 이들의 인생 역시 주변부에 머물러 있는가에 대해서는 물음표를 만들어 준다.

제작 과정에서 엑스트라 역에서마저 배제된 주정뱅이 마을 청년이 자살하는 사건이 일어난다. 그다지 크지 않은 마을이었기에 그 청년과는 어떤 식으로든 관계가 있던 마을 사람들. 장례식날에 장지를 가야 하나 아니면 하루 벌이 7만원의 촬영장으로 나서야 하나 고민하는 대목은 우리 모습과 다르지 않다. 예금 인출하러 들어선 은행창구에서 난민돕기 저금통을 마주하는 것 이상의 내외적 갈등이 가슴을 저릿하게 한다.

다만 장지 가는 문제를 두고 다투던 진구와 갑택이 뜬금없이 자기들만의 영화를 만들어보겠다고 나서는 대목에서는 힘이 빠진다. 원작('메리 존스(Marie Jones)'의 'Stones In His Pockets')의 문제일 수도 있겠지만 지나치게 코미디 중심인 탓에 '죽음'이라는 무거운 주제도 설렁설렁 넘어간다는 느낌은 지울 수 없었다.


'불멸의 이순신'에서 김완 장군 역으로 열연한 박철민씨의 능숙한 표정연기가 압권이다.
'불멸의 이순신'에서 김완 장군 역으로 열연한 박철민씨의 능숙한 표정연기가 압권이다.
하지만 극을 이끌어가는 두 인물 진구와 갑택에게는 꿈이 있다. 배우와 감독이 그것이다. 이 연극이 엑스트라를 주인공삼아 무대에 올린 이유도 여기에 있다. 신현정 시인도 말하지 않는가. '희망'이 있기에 달팽이도 앞으로 나아간다고.

그래 우리가 말하는 앞이라 하는 것에는
분명 무엇이 있긴 있을 것이다


달팽이가 전속력으로 길을 가는 것을 보면
- 신현정 '희망' 중


덧붙이자면 이 연극은 2인극이다. 그런데 17명의 캐릭터가 등장한다. 연기력 기근 현상에 시달리고 있는 연극계에 1인당 평균 8명 이상의 캐릭터를 소화해 낸 박철민, 최덕문 등 출연배우들이 빛나는 데는 이런 이유도 있지 않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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