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인 8.5역을 소화하고 있는 배우들
연극의 무대는 강원도 어느 산골의 영화 제작 현장이다. 인근 주민들이 엑스트라로 나서면서 벌어지는 얘기다. 엑스트라. 말 그대로 주변인물들. 하지만 연극은 이들의 인생 역시 주변부에 머물러 있는가에 대해서는 물음표를 만들어 준다.
제작 과정에서 엑스트라 역에서마저 배제된 주정뱅이 마을 청년이 자살하는 사건이 일어난다. 그다지 크지 않은 마을이었기에 그 청년과는 어떤 식으로든 관계가 있던 마을 사람들. 장례식날에 장지를 가야 하나 아니면 하루 벌이 7만원의 촬영장으로 나서야 하나 고민하는 대목은 우리 모습과 다르지 않다. 예금 인출하러 들어선 은행창구에서 난민돕기 저금통을 마주하는 것 이상의 내외적 갈등이 가슴을 저릿하게 한다.
다만 장지 가는 문제를 두고 다투던 진구와 갑택이 뜬금없이 자기들만의 영화를 만들어보겠다고 나서는 대목에서는 힘이 빠진다. 원작('메리 존스(Marie Jones)'의 'Stones In His Pockets')의 문제일 수도 있겠지만 지나치게 코미디 중심인 탓에 '죽음'이라는 무거운 주제도 설렁설렁 넘어간다는 느낌은 지울 수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