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예체험을 한 아이가 자신의 작품을 들고 환하게 웃는다.김신
2. 사람을 위해 차도를 막다
이날 장터문화제의 최대 이벤트는 ‘문화의 거리’ 지정운동이 치열하게 벌어지고 있는 벽산로를 차 없는 거리로 만드는 것.
행사를 앞두고 경찰 및 시 당국과 날카로운 신경전을 벌였지만 끝내 ‘차량 통제’는 불발로 끝났고, 4개 차선 가운데 2개 차선 정도를 ‘통제’하는 선에서 절충을 이뤘다. 하지만 장터문화제 준비위원들은 이 정도로 성이 차지 않았다. 차량이 다소 불편하더라도 모처럼의 축제를 도로 한 귀퉁이에서 열 수는 없는 일.
아울러 ‘차없는 거리’가 동안구의 평촌 신도시에만 있으라는 법도 없기에, 행사의 열기가 뜨거워진 틈을 타 몰려든 만안구 주민들과 함께 차도를 점거(?)하기 시작했다. (그래도 많은 주민들이 이용하는 마을버스는 통행할 수 있도록 길 한 쪽은 내주었다.) 차도가 막히자 시내는 교통체증으로 몸살을 앓았지만 축제 속에 녹아 있는 시민들은 즐겁기만 하다.
늘상 차량에 떠밀려 좁은 인도를 어깨를 부딪혀가며 걷던 주민들은 모처럼 뻥 뚫린 도로 위에서 자유롭게 축제를 즐겼다. 어느덧 ‘벽산로의 좌장’이 된 안양중앙성당 주임신부인 정영식 신부는 ‘벽산로가 최초로 통제되고 흥겨운 문화 행사가 펼쳐진 것에 큰 의미가 있다’며 중앙 성당에서 축제를 즐기던 시민들에게 막걸리 한잔씩을 무료로 나누어 주기도 했다.
3. 질펀한 축제의 끝-막걸리 한 잔과 마당극
본 무대의 화려한 공연이 끝나고 중앙성당 마당에서는 광주에서 올라온 놀이패 신명의 마당극이 이어졌다. 마당 곳곳에 설치된 천막들에서는 삼겹살을 굽거나 갖은 음식을 만들어냈다. 진행자와 주민들, 예술가들이 한데 얼려 막걸리 잔을 부딪히고, 출출한 배를 갖은 음식으로 채웠다.
뒤이어 성당에서 있던 <평화와 돌봄을 위한 연합음악회>가 끝나고 그때까지 기다리던 놀이패 신명의 강강술래로 대단원의 막을 장식했다. 음악회를 보고 나온 300여명의 신자들은 가던 길을 멈추고 신명의 놀이판에 함께 어울린다.
온 시민들이 손에 손잡고 강강술래를 불렀으며, 즐거운 아이들과 흥겨운 어르신들의 모습은 축제의 즐거움을 한껏 맛보고 있는 웃음의 도가니였다. 한 시민은 “모름지기 잔치란 것은 이런 것”이라며 “그저 등 따습고 배부르고 신명나면 그게 최고”라며 연신 막걸리 잔을 기울이기도 했다.
4. 축제의 숨은 공신, 17살 고등학생들
장터문화제가 무사히 끝나고 아무 사건 사고 없이 진행될 수 있었던 것은 천안대 자원봉사 동아리 학생들과 충훈고 자원봉사 학생들 25명의 공이 매우 컸다. 아무 조건없이 축제 마당 곳곳에서 하루 종일 땀흘린 이들 대학생과 17살 청소년들은 그 자체로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모습이었다.
이들은 축제마당에 몰려든 꼬마들을 챙기기도 하고, 각종 무거운 것들을 나르기도 하고, 행여 오가며 사고라도 날새라 숨돌릴 틈 없이 현장을 누비고 다녔다. 특히 친구들은 학원이다 과외다 점수를 올리기 위해 안감힘을 쓰고 있는 동안 무려 10시간 가량을 길거리에서 허비한 이 아이들은 왜 축제 현장에 나타난 것일까?
한 학생은 이러한 물음에 대해 “책 속에서 얻는 것보다 더 많은 것을 얻을 수 있겠다는 기대 때문”이라며 “실제 그랬다”고 빙그레 웃었다. 교육현장이 온통 병들어 있어도 이처럼 아름다운 학생들이 있는 한 미래를 비관할 필요는 없겠다는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