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의 익살에 관객들은 여지없이 무장해제당한다박수호
덩달아 웃음보가 터진 관객들은 그러나 극의 흐름을 이어가면서 계속해서 터지는 그의 속사포 같은 대사에 기분좋게 무장해제당했다. 상대역 역시 자연스레 다시 극으로 돌아왔던 것은 두말 할 나위도 없다.
"처음부터 그러려고 한 건 아닌데 대본을 보면 여백이 보여요. 그 여백을 채우려다 보니 자연스레 대사 한두 마디가 더 들어가기도 하지요. 나중에는 작가 선생님도 그런 점을 감안해서 써 주시더라고요."
이런 그의 내공은 그냥 만들어진 것이 아니었다. 그는 대학시절 마당극 '밥'(김지하 작)으로 연극에 눈을 뜬 이후 대학가며 노동운동 현장을 누비고 다녔던 '광대(그의 표현을 빌리자면)'였다. 그런 그를 두고 판소리꾼이자 마당극 1세대인 임진택씨는 '아니리' 부문에서만큼은 '명창(?)' 반열에 올랐다고 평하기도 했다.
중앙대 학생회장 출신으로 사회 참여 발언을 쏟아냈던 경력도 이채롭다. 꼭 다시 하고 싶다는 연극 <대한민국 김철식>(이 연극을 계기로 팬클럽 이름도 '대한민국 박철민'이 됐다고 한다)' 외에도 <오봉산 불지르다>, 마당극 <밥> <비언소> <늘근도둑이야기> 등 사회비판적인 극들을 그가 선택했던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한 때 연극을 접고 과일 장사로 외도(?)했지만 연기가 천직이라는 생각에 다시 무대에 섰다는 대목에 이르면 그가 선사하는 웃음에 깊이가 느껴지는 이유를 알 수 있다. 시장 사람들과 부대끼면서 자연스레 다양한 인물상을 받아안을 수 있었던 것이 지금의 그를 만들었다고 믿는 만큼 당시 시장은 살아있는 연기 훈련장이었던 것. 그의 몸짓 하나, 웃음 하나에도 풋풋하지만 활력넘치는 서민들의 모습이 겹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런 그의 인생을 따라 별명도 '민주대머리'에서 '불멸의 김완', '희극지왕' 등으로 변천했다.
그는 요즘 바쁘다. 영화 촬영은 물론 단역이지만 시트콤에서 고정 배역도 맡았다. 살림살이 걱정 때문에 좌판을 열었던 시절에 비하면 격세지감이다.
하지만 그는 '돈 안 되는' 연극판을 떠나지 않고 있다. '매체 특성상 상대적으로 역에 대한 공을 덜 들였던 영화나 드라마로 알아봐주는 사람이 많이 생겼다'지만 '두 시간 동안 활어회처럼 팔딱거리는 연기를 보여 줄 수 있는' 연극의 매력을 놓을 수 없기 때문이다.
그가 바라보는 연극의 미래 역시 낙관적이다.
"늘 그랬던 것처럼 항상 연극을 찾는 사람 수는 일정해요. 줄지도 늘지도 않지만 그런 사람들이 있기 때문에 계속 막은 오를 거예요."
그도 늘 그 자리에서 우리에게 웃음을 선사할 것 같다.
'관객, 열정, 커튼콜'
그가 꼽는 최근의 화두란다. 관객을 맨 앞에 두는 것을 보니 천생 배우다.
공연이 막바지(10월 30일까지)에 이른 만큼 옹골찬 마무리를 준비하고 있는 그는 또 그만큼 새로운 모습을 준비하고 있을 것이다. 그의 입에서 또 어떤 소리(?)가 나올지 기대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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